클래식음악/슈만과 클라라

슈만 : 크라이슬레리아나 (Kreisleriana), Op.16 [Martha Argerich]

想像 2024. 5. 2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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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sleriana, Op.16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

 

 

Martha Argerich / Schumann: Kinderszenen; Kreisleriana ℗ 1984 Deutsche Grammophon GmbH, Berlin

 

1. Äusserst bewegt
2. Sehr innig und nicht zu rasch 
3. Sehr aufgeregt
4. Sehr langsam
5. Sehr lebhaft
6. Sehr langsam
7. Sehr rasch
8. Schnell und spielend

 


'크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 는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슈만에게 영향을 미친 영감의 근원은 독일의 시인 하이네, 바이런, 리히터의 작품이었지만, 환상적인 세계를 다루었던 작가 호프만(E.T.A Hoffmann, 1776~1822)의 예술 역시 죽을 때까지 슈만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호프만은 그로테스크한 환상, 광기와 풍자가 넘치는 단편 소설을 발표해 독일 낭만주의의 꽃을 피운 작가였다.

 

독일의 작가 호프만의 작품 [수코양이 무어의 인생관과 우연히 삽입된 갈피지의, 악장 요하네스 크라이슬러의 단편적 전기](1822)에서 영감을 얻는 작품 [크라이슬레리아나] Op.16는 1838년 단 4일 만에 작곡되어 쇼팽에게 헌정된 곡이다.

 

'크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는 '크라이슬러(Kreisler)'를 주제로 한 음악이다. '크라이슬러'라고 하면 흔히 바이올린의 거장 "프리츠 크라이슬러"를 떠올리게 되지만 1930년대 음반까지 남긴 그를 슈만이 주제로 했을 리는 없다. 여기서의 크라이슬러는 "요하네스 크라이슬러". 가공의 인물로 호프만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직업은 성가대지휘자. 충동적이고 광기어린 성격의 소유자로 그려진다. 요하네스 크라이슬러는 슈만, 호프만과 같은 세대 피아니스트인 루드비히 뵈너를 모델로 했다고 전해진다. 슈만이 직접 찾아가 연주를 들을 정도로 즉흥연주에 능했다고 한다.

총 8개의 소품으로 나누어진 '크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 에는 두 개의 자아가 등장한다. 하나는 작가 호프만의 자아가 투영된 ‘카펠마이스터 크라이슬러’이고 또 하나는 슈만 자신의 자아를 투영시킨 ‘크라이슬러’다. [크라이슬레리아나]의 기본적인 조성 역시 두 개의 분리된 자아를 대변하고 있다. 크게 나누어 보면 2곡과 4곡, 6곡은 B♭장조로 구성되어 있으며 3곡과 5곡, 7곡은 G단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서로 상반된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 개별 곡 내에서도 각각 ‘플로레스탄’(Florestan)과 ‘오이제비우스’(Eusebius)를 연상시키는 음악적 주제를 교차시킴으로서 조울증적인 기질을 지닌 ‘이중적 크라이슬러’ 상을 제시하기도 한다.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는 슈만 자신의 또 다른 내적 자아이다. 슈만은 명랑하고 열정적인 ‘플로레스탄’과 내성적이고 명상적인 ‘오이제비우스’라는 두 개의 상반된 캐릭터가 자기 안에 공존한다고 생각했고, 음악을 통해변덕스런 자아의 모습을 표현하곤 했다.

 

1. Aussert bewegt (매우 빠르게)
격렬하고 소용돌이치는 음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오른손의 셋잇단음표 리듬과 왼속의 지속적인 당김음 리듬이 겹쳐서 빠르고 긴박한 분위기의 ‘플로레스탄’적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 고뇌하는 예술가 크라이슬러를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2. Sehr innig und zu rasch (충분히 표현하여, 그러나 지나치게 빠르지 않게)
제2곡은 [크라이슬레리아나] 전체 작품들 중 가장 규모가 큰 곡으로 조용하고 행복한 느낌의 노래가 펼쳐진다. 2개의 인터메초(Intermezzo)를 포함하는 A-B-A-C-A의 론도형식을 취한다. 인터메초는 A부분과 다른 분위기를 가지지만 A의 주제요소를 변형시킨 멜로디를 사용하므로 연관성을 지니며 전체적으로 아르페지오와 왼손 당김음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잔잔한 선율의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3. Sehr aufgeregt (매우 촉박하게)
격정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다. 호프만이 묘사하는 악장 크라이슬러는 음악에 몰두해 자신을 망각하는 충동적인 캐릭터였는데, 이 곡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 성격이 잘 표현되어 있다. ‘더 빠르고 생기 있게’라고 지시되어 있는 부분에서는 슈만의 도취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전체적으로 포르티시모(매우 세게, ff)와 스포르찬도(그 음만을 세게, sf), 악센트(accent)가 자주 등장해 광란의 파도를 만들어낸다.

4. Sehr Langsam (매우 느리게)
제3곡과 대조되어 조용히 체념한 듯한 아름다운 노래가 펼쳐진다. 느린 템포로 전체 곡 중 가장 짧은 길이를 가지고 있다. 제6곡과 함께 가장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곡이라 할 수 있다. 대위법적 선율이 주인공 크라이슬러의 시적인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5. Sehr lebhaft (매우 생기있게)
경쾌한 스타카토, 하행 점음표(음표의 머리 오른편에 작은 점이 있는 음표) 리듬과 같이 생동감 넘치는 스타일이 외향적 성격을 가진 ‘플로레스탄’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레가토와 아르페지오의 대조가 만들어내는 흥겨운 매력이 인상적이다.

6. Sehr langsam (아주 느리게)
섬세하고 내면에 깊이 호소하는 듯한, 느긋한 흐름과 시적인 표현력이 대단히 아름다운 곡이다. A-B-A'의 구성으로 A부분은 내성적인 ‘오이제비우스’적 성격을 가진다. 당김음의 사용으로 기괴하면서도 생기있는 분위기 적극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7. Sehr rasch (매우 빠르게)
C단조의 곡으로 [크라이슬레리아나] 8곡 중 가장 빠른 곡이다. 크라이슬러의 광기를 대변하는 듯한 격정적인 16분음표의 아르페지오, 악센트가 붙은 화음의 파괴적인 기운은몽상적인 환상을 고조시키며, 파국으로 치닫는 드라마틱한 기운을 드러낸다.

8. Schnell und spielend (빠르게 해학적으로)
크라이슬러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며 증발해버린 듯한 기묘한 뉘앙스가 인상적인 곡으로 이전 곡들의 조성을 모두 재현하고 있다. 중간부의 어두운 정열,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클라이맥스의 아름다움은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전형이다. 끝부분은 공허한 느낌으로 슬며시 끝맺으며, 수증기처럼 증발해 버린 크라이슬러의 그림자같은 운명과 격정적 천재성을 대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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