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슈베르트

슈베르트 : 방랑자 환상곡, D 760 [조성진]

想像 2020. 5. 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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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C Major D 760 “Wanderer” 
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1822년 11월에 작곡, 1823년 카펠리와 디아벨리에 의해 출판된 <방랑자 환상곡>은 20대의 슈베르트의 원대한 꿈이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급진적인, 혹은 예언적인 측면(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나 슈만의 환상곡을 예견하는)이 다분한 이 작품은 긍정의 힘이 넘치는 작품으로서(악마적인 힘과는 사뭇 다른 에너지), 네 개의 악장에 걸쳐 단일 주제가 순환형식으로 배치되며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재해석한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슈베르트가 이 환상곡을 완성하는 데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자 부유층 인사인 엠마누엘 폰 리벤베르크 드 치시틴의 후원과 위촉이 강한 영향을 끼쳤다. 훔멜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던 리벤베르크는 앞뒤 악장에서 보다 폭발적이고 불꽃처럼 타오르는 기백을 갖춘 외향적인 작품을 위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작곡가는 이러한 요청에 적지 않게 당황했음이 마지막 푸가 악장에서 분명하게 나타는데, 그의 친구인 레오폴트 쿠펠바이저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슈베르트가 환상곡을 한 번 들었는데... 마지막 악장에서 난관에 부딪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이따위 작품은 악마나 연주하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 작품의 제목은 그가 1816년에 작곡한 리트인 <방랑자> D.49-3의 몇몇 주제를 아주 짧게나마 직접적으로 차용한 것에서 연유했다. 처음에는 ‘불행한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작곡했으나 이후 현재의 제목으로 변경된 이 작품은 기존의 리트들보다 훨씬 장엄한 형식을 갖추고 있고, 처음에는 레치타티보로 시작하여 리듬과 멜로디를 빈번하게 바꾸었으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도입부와 코다를 동반하는 A-B-A 형식에 의한 오페라 아리오소에 가깝다. 산에서 내려온 사나이가 나는 어디에서나 이방인이다 노래하고, 나의 사랑하는 조국이여, 너는 어디에 있느냐라고 탄식하다가 마지막에는 그대가 없는 곳, 그곳에 행복이 있다라는 자조적인 내용의 이 리트는 지상에서의 슈베르트의 자화상과도 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에서는 대부분 ‘행진곡’의 분위기로 묘사되며 자조적인 성찰보다는 긍정적인 전진이 작품의 주요 주제인 듯하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슈베르트의 피아노 작품 가운데 기교적으로 가장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표현의 낙차에 있어서도 엄청난 힘과 지구력을 요구한다. 여기에 혁신적인 형식까지 가세하여 당시로서는 대단히 교양 있는 청중들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군다나 확장된 형식과 정교한 주제의 발전 및 전개, 혁신적인 순환주제의 채택(당시로서는 최초의 순환주제 작품), 마지막 푸가 악장 배치 등등으로부터 베토벤이 피아노 소나타에서 추구했던 정신을 계승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특성 때문인지 프란츠 리스트는 이 작품을 특히 좋아했는데, 슈베르트 사후인 1851년 이 작품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 형태의 작품으로 편곡(S.366)했고, 더불어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S.653)으로 재차 편곡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오리지널 버전에 대한 얼터너티브 버전 및 마지막 악장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편곡 버전(S.565a) 또한 작곡했다. 아마도 이 작품에 담겨 있는 오케스트라적인 음향(위촉자인 리벤베르크가 의도했을 법한)은 피아노 한 대로는 표현하기 힘들었다고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위대한 황제는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Seong-Jin Cho The Wanderer

1. Allegro con fuoco ma non troppo
2. Adagio
3. Presto
4. Alleg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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