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Mozart: Piano Concerto No. 20, K. 466; Piano Sonatas, K. 281 & 332]

Mozart: Piano Concerto No. 20, K. 466; Piano Sonatas, K. 281 & 332
Seong-Jin Cho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모차르트 연주를 담은 앨범.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소나타 3번, 12번 그리고 판타지아가 들어 있습니다.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으로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연주자의 사색이 담긴 음악입니다.

첫번째 곡은 피아노 협주곡 20번 라단조 Piano Concerto No.20 in D minor K.466입니다. 야닉 네제 세겡 Yannick Nezet-Seguin이 지휘하는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The Chamber Orchestra Of Europe와 함께 했습니다. 모차르트는 단 두 곡의 단조 협주곡을 남겼습니다. 그 중 하나입니다. 맨 처음으로 작곡된 단조 협주곡인데, 이 곡은 모차르트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시기에 탄생되었습니다. 1785년 2월에 초연되었습니다.

1악장은 알레그로입니다. 음악이 어둡고 내면의 상처를 건드리곤 하지만, 연주가 무겁지는 않습니다. 산뜻함을 머금고는 긴장감을 자아냅니다. 오케스트라가 호기심을 자극하며 음악을 시작합니다. 반주 중 피아노 첫 소절이 들어옵니다. 피아노 연주에서 드라마 한 편이 보이는 듯합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햇빛에 반짝이는 시냇물처럼 흘러갑니다. 여기에서 카덴차는 베토벤의 것입니다. 카덴차 자체에도, 연주 안에도, 모차르트 음악에 대한 경외심과 경건함이 담겨 있습니다.

2악장은 로망스입니다. 피아노가 먼저 시작하는 2악장 선율은 다정합니다. 포근하게 말을 걸어오며 따뜻한 손으로 악수를 청하는 악장입니다. 조성진의 모차르트에 자연과 시와 깨끗한 공기가 담겨 있습니다. 3악장은 알레그로 아사이입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선율 위에 1악장의 색깔이 다시 선명하게 덧입혀집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섬세한 배려심이 느껴지는 피아노 연주가 강단 있게 흘러갑니다. 카덴차는 베토벤의 것입니다. 연주는 희망을 담아 위엄 있게 마무리 됩니다.

이어 소나타 3번 내림 나장조 Piano Sonata No.3 in B flat Major K.281입니다. 1악장 알레그로가 마음을 적십니다. 다양한 표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고스란히 표현된 연주입니다. 2악장은 안단테 아모로소입니다. 애정을 담아 연주하라는 지시입니다. 연서를 써나갈 때의 행복한 감정을 떠오르게 합니다. 3악장은 론도 알레그로입니다. 동심을 자극합니다. 해맑은 미소와 아름다운 슬픔이 동시에 들어 있습니다.

다음은 소나타 12번 바장조 Piano Sonata No.12 in F Major K.332입니다. 생기가 가득 담긴 1악장 알레그로입니다. 충실하고 진솔한 연주입니다. 2악장 아다지오 역시 그렇습니다. 정감 어린 선율입니다. 진한 정이 뚝뚝 떨어집니다. 3악장 알레그로 아사이가 힘차게 이어 받습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속 깊은 친구가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 같습니다.

마지막 곡은 환상곡 라단조 Fantasia in D minor K.397입니다. 첫 곡과 마지막 수록곡이 단조 곡입니다. 이 곡은 1782년에 작곡되었고 1804년 처음 출판되었는데, 마지막 열 마디는 작자 불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무겁고 답답한 심정으로 시작되는 서주가 지나면 읊조리듯 진행되는 피아노 선율이 계속해서 템포를 달리하며 다채롭게 이어집니다. 그러다가 결국은 장조로 넘어가 밝게 끝을 맺습니다.

끝 모르는 깊은 감정이 진하게 배어 있는 모차르트 앨범입니다. 깨끗하고 맑은 음악들 안에,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은 아름다운 향기로 가득 차 묵직하고 든든한 앨범입니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것 같은 진실한 친구와의 대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모차르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