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하는 조용필의 백밴드 위대한 탄생에 잠시 몸담았던 한양대 작곡가 대학생이었고, 김현식과 함께 음악을 했던, 군대를 막 제대한 재능 있는 작곡가였다.
그는 1987년 11월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세상에 이 앨범 한 장을 겨우 내 놓았지만, 아홉 곡이 수록된 유재하의 유일작은 한국대중음악 진화의 증거로 남아 있다. 애상감 짙은 단조 발라드가 난무하던 80년대 음악씬은 언더그라운드라 불린 집단에서부터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거기엔 록도 있었고 포크도 있었고 블루스도 있었다. 유재하는 그 중에서도 세련된 팝 발라드의 영역을 개척했다. 관습적인 멜로디를 배재하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선율을 적는 것이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에게서 전수된 것이라면 20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은 정제된 편곡과 수록곡들의 균형감은 오롯이 유재하의 것이다.
그는 작사와 작곡, 편곡과 노래, 연주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냈다. 이 앨범을 들은 사람들은 감식안이 높아졌고 이 앨범을 들은 음악인들은 욕망이 커졌다. 한국 팝 발라드의 진화는 결국 이 앨범에서 시작된 것이다. 발라드의 생물학 따위는 관심 밖이라고 해도 좋다. 이 앨범은 그 자체로 고결한 완성품이다. 그래서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경이롭기까지 하다.
가사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은
하나 둘 사라져 가고
쳇바퀴 돌듯 끝이 없는 방황에
오늘도 매달려 가네
거짓인 줄 알면서도
겉으로 감추며
한숨섞인 말 한 마디에
나만의 진실 담겨 있는 듯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엇갈림 속의 긴 잠에서 깨면
주위엔 아무도 없고
묻진 않아도 나는 알고 있는 곳
그 곳에 가려고 하네
근심 쌓인 순간들을
힘겹게 보내며
지워버린 그 기억들을
생각해내곤 또 잊어버리고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
이제와 뒤늦게
무엇을 더 보태려 하나
귀 기울여 듣지 않고
달리 보면 그만인 것을
못 그린 내 빈 곳
무엇으로 채워지려나
차라리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그려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