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ampes,L.100
Claude Debussy, 1862~1918
《판화(Estampes)》는 <탑>·<그라나다의 황혼>·<비 내리는 정원>의 3곡으로 구성되는 드뷔시의 초기 명곡입니다(1903.7 작곡-같은 해 10월 출판). 인도네시아, 스페인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이지만 '실제로는 가 본 경험이 없는', 즉 해당 나라의 인상이 아닌 드뷔시만의 '상상(환상)의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제1곡 탑(Pagodes)
드뷔시는 실제로 판화를 작업해본 적이 없으며, 상상으로 즐긴 동양 음악에의 감명을 그대로 옮긴 곡이 《판화》제1곡 '탑'입니다. 이 작품은 '자바 음악'의 영향을 나타낸 것입니다. 드뷔시는 1889년 파리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에서 자바 음악을 처음 접하고 크게 감명을 받아 자주 박람회장으로 발 길을 옮긴바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 있는 드뷔시 생가에 가보니 당시 풍경 그림이 전시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가믈란(Gamelan)'이라고 하는 자바 음악의 이해가 선행되어져야 하는데, 가믈란에 사용되는 2개의 중요한 스케일인 '슬렌드로'와 '페로크' 중 본 작품에서는 '슬렌드로' 스케일이 중심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최초의 마디에서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2개의 음덩어리들- 'G#과 F#'-이 몇 번 울리고 잠시 동안 있다가 또 울리며 후에도 계속하여 반복되는데, 인접하는 두 음을 이처럼 밝고 아름답게 처리한 스타일은 당시로서 가히 충격적이었다고 합니다.
2) 제2곡 그라나다의 황혼(La soiree dans Grenade)
이 작품 역시 스페인의 정취를 '상상의 힘'으로 작곡한 작품입니다. 스페인의 명 작곡가 파야가 "기적"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드뷔시를 극찬한 일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이 곡은 C#을 중심으로 해서 시작됩니다만 화성진행보다 '리듬' 공부가 이 작품의 이해에 있어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곡의 전반에 흐르는 스페인의 '하바네라 리듬', '무어인의 노래'(7째마디 왼손에서 나오는 선율), 그리고 스페인 '기타 음향' 등에 유념해 감상 또는 연주를 하는 것이 이 곡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3) 제3곡 비 내리는 정원(Jardins sous la pluie)
《판화》의 마지막곡 <비 내리는 정원>은 <잘 자라, 우리 아가(Dodo l'enfant do)> <이제 숲에는 안 가겠어(Nous n'irons plus au bois)>라고 하는 프랑스의 유명한 '동요'를 기본으로 하여 작곡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 피아노 전공자들도 상당히 많이 연주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비 내리는 정원>을 감상하노라면 파리의 공원 위에 빛을 받으며 한 순간 지나가는 비의 인상을 그려지고, 어린이들의 예스런 노래가 아련하게 들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