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UDE LORRAIN
Aeneas's Farewell to Dido in Carthago
1676
Oil on canvas, 120 x 149,2 cm
Kunsthalle, Hamburg
클로드 로랭은 광활한 자연 속에 인물을 절묘하게 녹여내는 ‘분위기 있는 풍경화’로 많은 사랑을 받아 온 17세기 프랑스 화가다. 서양회화가 가진 매력의 요체인 빛을 십분 활용해 아스라한 느낌을 배가시키고, 디테일한 풍경 묘사와 풍경화 속 담긴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의 한 장면을 그대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 ‘디도에게 작별을 고하는 아이네아스’ 또한 이런 매력을 가지고 있다. 지금 보는 풍경은 아름다운 카르타고 항구에서 새로운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남자를 배웅하는 여인의 모습이다. 남자가 떠나야 하는 사연은 무엇일지, 또한 이를 배웅하는 여인의 뒷모습만 보이는 가운데 여인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림 속 여인의 이름은 ‘디도’. 아프리카 북부 해안도시인 카르타고를 건설한 여왕이다. 그녀의 나라는 로마에 대적하는 강대국으로 오랫동안 번영을 누렸다. 그렇게 태평성대를 누리던 어느 날, 전쟁에 패하고 목적지 없이 바다를 떠돌던 트로이의 왕자 아이네아스 일행이 카르타고 항구에 닿았다. 디도 여왕은 아이네아스를 보자 첫눈에 반해버렸고, 떠나려는 그를 붙잡아도 보았지만, 그녀는 아이네아스가 카르타고뿐 아니라 천하를 호령할 위인이라는 직감에 그를 보내줘야 할 의무감에 사로잡힌다. 마침내 디도 여왕은 신의 뜻에 따라 새로운 땅을 찾도록 아이네아스를 떠나 보낸다. 이탈리아에 상륙한 아이네아스는 후일 로마 건국의 시조가 되었지만, 남겨진 디도 여왕에게는 절망적인 슬픔이 찾아왔다. 결국 그녀는 불이 활활 타오르는 화장단 위에서 아이네아스의 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하고 만다.
클로드 로랭의 " 디도에게 작별을 고하는 아이네아스"와 같은 소재를 다룬 클래식 음악이 있는데 그것이 퍼셀의 오페라《디도와 아이네이아스(Dido and Aeneas)》이다.
퍼셀은 1689년, 영국 최초의 오페라로 음악사에 기록된 [디도와 아이네이아스 Dido and Aeneas]를 발표합니다. 짧은 작품이지만 이 안에는 춤과 합창 등 다양한 양식과 함께 환희에서 절망에 이르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답니다.
이 오페라의 토대가 된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네이아스가 바다 유랑 중에 카르타고의 여왕 디도를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버림받은 디도는 아이네이아스가 로마 건국을 위해 떠나간 뒤 화장단을 쌓아놓고 칼로 자결한 뒤 시신을 붙태우게 합니다. 이 작품을 바탕으로 퍼셀은 1시간 남짓한 오페라를 만들었습니다.
퍼셀의 이 작품은 일반적으로 마스크에서 사용하던 ‘대사’를 음악이 있는 ‘레치타티보’로 바꾸어 놓아 영국 오페라를 이탈리아 오페라의 전통에 결합시키는 신기원을 이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