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4 in G major, Op.58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 이 작품은 1806년 완성된 후 그의 후원자인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되었고 이듬해 베토벤의 또 다른 후원자 로브코비츠 왕자의 궁에서 연주된 후 1807년 공식 초연되었다. 이때 베토벤 자신이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그가 대중 앞에 선 마지막 무대가 되었다.
1800년대 초반 고통과 좌절, 슬픔과 고난으로 심하게 흔들렸던 베토벤은 청각 상실이 심해지면서 내면의 갈등이 깊은 나머지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를 쓰고 생을 마감하려고까지 하였다. 하지만 불행을 딛고 일어나 더욱 의욕적인 창작 활동을 펼쳤다. 바로 이 초연의 무대가 점점 소리의 세계와 멀어지는 참담한 고통을 뒤로 한 채 피아니스트가 아닌 작곡가로서 몰두하는 계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교향곡 제3, 4, 5, 6번과 함께 피아노소나타 〈월광〉,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현악사중주곡 〈라주모프스키〉를 비롯하여 수많은 명작들을 쏟아 낸 이 작곡 중기를 두고 음악사에서는 `명곡의 숲'이라고 이름 짓고 있다.
이 초연에서 청중들은 이전의 피아노협주곡처럼 오케스트라가 먼저 서주를 연주하고 독주가 등장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가 나오기도 전에 그는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시작하면서 청중의 기대를 철저하게 무너뜨리며 형식의 파격을 선보였다. 이전의 초기 형태를 벗어나 새롭고 완숙한 경지를 보여주면서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이기보다는 반대로 더 상상력이 풍부해졌으며, 기존 작곡의 틀을 벗어난 것이었다. 서정적이고 독특한 전개, 자유로우면서도 부드럽고 온화한 주제의 흐름, 피아노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모습은 당시 독주자의 화려함을 강조하던 경향과는 완전히 다른 파격이었다.
당시의 통념을 송두리째 깨트리며 가장 시적이며 서정적인 피아노 독주로의 시작은 마치 이전까지의 협주곡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의연하고 심오한 도입부를 보여주며 청중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게다가 이때 막 떠오른 악상을 즉흥적으로 연주하였고 이어 오케스트라에 의해 완전한 형태로 주제가 제시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뿐 만 아니라 그때까지 그가 작곡한 곡 중 가장 장대한 구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개성이 강하고 수준 이상의 작곡 기법은 당시 청중들에게는 인정받지 못해 거의 연주되지 않고 묻혀 있다가 베토벤 사후 1838년 멘델스존이 이 작품을 널리 알리면서 비로소 그 위대함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 협주곡에서 보인 리토르넬로(Ritornello) 형식은 18세기 전반 기악 협주곡에서 독주 부분을 사이에 두고 반복하여 연주되던 악장 구성으로 이 협주곡 이후 슈만, 리스트, 차이콥스키, 그리그 등의 작품 중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유명한 협주곡에서도 나타난다. 이는 비발디에서부터 시작하여 베토벤에 이르러 비로소 완성된 새로운 양식이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는 결과이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피아노 독주가 협주곡의 시작을 알리고, 잠시 후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이어간다. 교향곡 제5번의 주제 리듬이 교향곡 전반에 걸쳐 등장하듯이 처음 피아노 독주가 보여준 4마디의 동기가 시종일관 이 악장에 등장하면서 듣는 이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기억'의 요소처럼 작용하고 있다.
제2악장 Andante con moto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대화 형식으로 오케스트라는 거칠고 폭발적인 반면 피아노는 조용하면서도 서정적인 절제로 이들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음악학자 베른하르트 마르크스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지옥에 내려간 오르페우스가 지옥의 정령들을 잠재우기 위해 하프를 타며 부르는 노래 같다”라고 비유했다. 베토벤의 제자 체르니 역시 “이 악장을 들을 때 고대 비극의 한 장면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독주자는 이 악장에서 감동적인 슬픔을 스스로 느끼면서 강렬한 오케스트라 패시지와 대조를 만들어내게 된다”고 했다. 결국 경쟁 후 피아노가 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조용하게 악장은 끝을 맺는다.
제3악장 Rondo vivace
다시금 상쾌한 매력으로 가득 차있는 하이든 풍으로 돌아온다. 이는 가장 고요하고 명상적인 순간의 음악 다음에 무엇이 와야 하는가에 대한 베토벤만의 해답이었다. 트럼펫과 타악기가 첫 주제를 팡파르처럼 노래한다. 악장 전체에 걸쳐 잘빠진 스포츠카처럼 멋지게 쾌속 질주하면서도 서정적이면서 역시 베토벤 특유의 유머와 위트가 넘쳐난다.
출처 : 의사신문(http://www.doctors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