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4 in B Flat Major, Op.53 "for the left hand"
Sergei Prokofiev, 1891-1953
러시아 혁명 다음해인 1918년에 조국을 떠난 프로코피에프는 일본을 거쳐 도미하지만, 1923년 파리로 본거지를 옮겨 음악활동을 계속한다. 러시아를 떠난 많은 예술가, 작가들이 이국 땅에서 태어나 자라고, 창작에 무한한 영감을 주던 고국의 자연과 언어로부터 단절된 결과, 강렬한 고향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창작력이 점점 고갈되어 가는 예는 적지 않다.
프로코피에프 자신은 프랑스어에 능숙했지만, 흔히 말하듯이, 이것은 러시아라는 특수한 풍토와 복잡한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들의 숙명인 걸까. 음악 작품상에서 프로코피에프의 망명 시대는 파리에 머문 1923년부터 1933년의 10년 간에 해당한다. 이때 그의 창작 활동은 이미 완성한 작품의 개정과 러시아에서 다듬었던 착상과 소재에 의한 창작이 중심이 된다. 물론 프로코피에프 자신이 '최상의 작품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는 교향곡 제3번 Op.44- 이 작품도 실질적으로는 러시아 시대에 해당되는 1919년 이후에 시도되었지만- 와 같은 뛰어난 작품이 태어났다. 그러나 그의 음악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오페라 신작은 완성하지 않았다. 이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은 망명시대에 착상되어 창작된 작품의 하나로, 구성과 기법상에서 충실감이 약간 부족하다.
대공황의 징조에 겁내면서도 제1차 세계 대전 후의 평화를 즐기던 파리는 교향곡 제2번 Op.40의 악평도 곁들여져, 마천루가 우뚝 솟은 뉴욕과 마찬가지로 프로코피에프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1927년, 약 9년 만에 조국을 방문한 그는 각지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고, 이어지는 유럽에서의 교향곡 제3번의 성공 등에 따라 이국 생활도 어느 정도 여유로워졌다.
곡은 조국 복귀로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거의 완성된 1931년의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서 만들어졌다. 피아노 협주곡 제5번Op.55와 함께, 망명 시대와의 결별을 고하는 작품으로, '멋지고 밝은 유행의 거리, 파리'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비르투오소적인 피아노 협주곡 제2번 Op.16 과 화려한 선율이 아로새겨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등의 화려함. 장중함은 없지만, 발레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와<신데렐라> 을 연상시키는 밝고 깨끗한 색채감이 떠돈다. 그리고 작곡자 자신이 '양손으로 치면 보다 풍부한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청중들이 느끼지 않도록' 이라고 말하고 잇는 것처럼, 왼손만으로 가능한 표현과 충실한 울림을 최대한으로 끌어낸 독주 피아노와 실내악을 연상시키는 평이하고 간결한 오케스트라, 이 양자가 일체가 되어 서정적이고 경묘한 세계를 펼친다. 그는 이 작품을 곧 양손을 위해서 개작할 뜻을 남겨 두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오른손을 잃은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파울 비트겐슈타인의 위촉에 의해서 쓰여졌다.
1931년 7월 말, 프로코피에프는 대서양 연안의 작은 마을, 생 장 드 리즈에 머물며, 피아노를 위한 <6개의 소품집> Op.52 와 교향 모음곡<오페라 '도박사'에서> Op.49등과 함께 이 피아노 협주곡을 완성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 작품이 마음에 맞지 않았는지. 그는 '나는 어떤 음표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는 이 곡을 연주할 수 없습니다' 라는 답장을 썼다. 프로코피에프의 작풍을 익히 알고 있었을 비트겐슈타인이 이 작품을 연주하지 않았던 것은 지나치게 피아노 기교를 요했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프로코피에프는 여기에 대해서 별로 불쾌하게 생각지 않고 원래 악보의 카피를 그대로 간직했기 때문에 이 피아노 협주곡은 작곡자가 죽은 지 3년 후, 작품을 완성한 지 실로 25년 만에 1956년 9월 5일,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역시 오른손을 잃은 독일의 피아니스트, 지그프리트 라프의 피아노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에 의해서 서베를린에서 초연되었다.
리프는 비트겐슈타인과 마찬가지로 오른손을 상실한 후에도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하는 소망을 버릴 수 없어서, 레퍼토리를 찾고 있었다. 그 무렵 우연히 손에 들어온 프로코피에프의 작품 목록에서 이 곡을 알고, 모스크바의 미망인에게 원래 악보의 소재를 문의하여 초연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전체는 4개의 악장으로 나눌 수 있는데, 최종 악장은 제1악장의 주요 주제를 재현한 짧은 것이다. 프로코피에프 자신은 이 곡에 대해서 <제1악장- 손가락의 테크닉에 의거해서 쓰여진 빠른 악장, 제2악장 - 조용함과 엄숙함으로 전개되는 안단테. 제3악장- 일종의 소나타 알레그로. 제4악장-제1악장으로의 복귀>라고 해설하고 있다. 작곡자 자신은 이 협주곡의 조성을 적고 잇지 않지만, 곡 전체를 통해서 Bb장조가 지배적이다.
제1악장 Vivace
곡은 큰북과 현에 의한 Bb의 강주로 유지되어 독주 피아노가 주요 주제를 제시한다. 16분음표의 경쾌한 음계적 진행에 이어서 클라리넷, 파곳, 호른 등의 반음계적으로 하강하는 화음 진행을 반주롤 독주 피아노가 경묘한 선율을 리드믹하게 연주한다.
다시 16분음표에 의한 음계적 선율과 펼침화음의 빠른 움직임으로 돌아가고, 그 동안 클라리넷이 연주하는 한가로운 선율과 제1바이올린의 익살맞은 음형 등이 차례차례 나타나고, 제1바이올린이 다른 현악기의 반주로 새로운 악상을 시작한다. 이 악상을 독주 피아노가 스타카토로 연주하고, 다시 아기자기한 움직임으로 되돌아간다. 클라리넷과 호른으로 유지된 오보에가 선율을 부드럽게 연주한 후, 제2부로 들어간다.
프로코피에프가 좋아한 피아노의 금속적인 날카로운 울림이 Ab음을 중심으로 기계적으로 반복되고, 파곳과 트롬본, 첼로와 더블베이스에 의한 반음계적인 엄숙한 선율이 이것을 유지한다. ff 로 이 악상이 끝나면, 모티브적 전개를 하는 현을 반주로 독주 피아노는 모방적인 반음계 진행을, 이어서 옥타브의 강인한 탄주를 저음역에서 전개한다. 바로 리듬변화를 가하여 연주된 후 제1부가 재현된다. 먼저 독주 피아노의 빠른 패시지로부터 플루트와 독주 피아노가 재현한다. 주요 주제로 이동한 후, ff 의 강렬한 울림을 거쳐, 금관악기와 독주 피아노에 의한 단3도의 강주로 끝난다.
제2악장 Andante
바이올린의 평온한 선율에 의해 시작되고 클라리넷이 이것을 이어 받는다. 이어서 독주 피아노가 고음역에서 셋잇단음이 악구를 유니즌으로 조용하게 연주하기 시작하여, 이 악장의 주요 주제를 부드럽게 선보인다. 현의 짧은 응답을 거쳐 다시 비올라와 더블베이스가 주제를 연주하고, 그동안 독주 피아노는 넓은 음역에 걸쳐서 펼침화음과 서두의 도입 선율을 기초로 한 화음을 연주한다. 관악기도 가세하여 ff 에 의해서 주요 주제를 오케스트라의 총주로 표정을 담아 연주한다. 여기에 독주 피아노의 화려한 아르페지오 음형이 따른다. 주요 주제가 차례차례 전개되어 클라이맥스에 달한 후, pp 로 독주 피아노가 음형을 화음으로 연주하기 시작한다. 서두의 선율이 오보에, 제1바이올린, 독주 피아노로 나타나고, pp 로 사라지듯이 끝난다.
제3악장 Moderato
금관악기와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의 강주에 이어서 트럼펫이 제1주제A를 테누토로 당당하게 연주한다. 현이 강주로 여기에 응한 후, 독주 피아노는 저음역에서 상행, 음계적 진행에 이어서 제1주제B를 제시한다. 이것이 1옥타브 위에서 반복된 후, 알레그로 모데라토로 들어가고, 현이 내는 3박자의 리듬에 실려 독주 피아노는 약동감이 넘치는 제2주제를 제시한다. 플루트, 트럼펫에도 제1주제A가 등장하고, 독주 피아노가 점리듬을 내면서 ff 로 고조된다.
제2주제를 제1바이올린이 연주하면, 그 동안 유니즌의 셋잇단음표를 연주하고 있던 독주 피아노가 이 주제를 매듭짓고, 다시 3/4박자와 2/4박자를 교묘하게 결합시킨 아르페지오풍의 상쾌한 음형을 연주한다. 제1주제A가 독주 피아노로 나타난 후, 제1주제B가 독주 피아노와 목관 등으로 차례차례 전개된다. 메노 모소에 의한 pp의 패시지를 거쳐 새로운 악상이 독주 피아노로 연주된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각 악기가 이어받은 후, 점리듬을 독주 피아노가 강조한다. 바로 파곳이 제1주제A를 재현하고, 이어서 제1주제B 및 제2주제가 독주 피아노를 중심으로 각 악기에 차례차례 재현되고, 오케스트라가 3박자의 리듬을 힘차게 총주하고 끝난다.
제4악장 Vivace
제1악장의 주요 주제를 주로 한 짧은 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