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hony No. 3 in E-Flat Major, Op. 97 "Rhenish"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
라인강은 알프스에서 발원하여 북해로 흘러드는 유럽 굴지의 하천이다. 스위스·리히텐슈타인·오스트리아·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여러 나라를 거치지만 독일을 흐르는 부분이 가장 길기 때문에 예로부터 ‘독일의 강’, 나아가 ‘독일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무엇보다 이 강은 고대 로마 시대 이래로 독일 역사와 전설의 주요 무대였다. 유명한 ‘로렐라이의 전설’, 중세의 영웅 서사시 ‘니벨룽의 노래’ 등이 모두 이 강을 따라 흐르고 있다. 그런 라인강을 독일인들은 ‘아버지 라인(Vater Rhein)’이라고 부른다.
슈만이 [라인 교향곡]을 작곡한 것은 1850년의 일이었다. 당시 슈만은 독일 서부 라인강 유역의 도시인 뒤셀도르프의 음악감독으로 막 부임한 상태였고, 뒤셀도르프는 산업혁명에 힘입어 10년 새 인구가 두 배로 급증하는 등 발전을 거듭하며 라인란트의 중심도시로 급부상하는 중이었다. 미래를 향한 활력으로 가득한 새로운 도시에서 슈만은 자신의 오랜 꿈을 보다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부풀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베토벤(라인강 유역의 도시인 본 출신이다)의 유산을 계승하여 ‘진정한 독일음악’을 위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었다.
[라인 교향곡]은 슈만의 교향곡들 중에서 베토벤의 영향이 가장 선명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된 조성(E♭장조)과 첫 악장 주제의 힘찬 흐름은 [영웅 교향곡]을, 5악장 구성은 [전원 교향곡]을 연상시킨다. 아울러 이 곡에서는 슈베르트와 멘델스존의 영향도 감지되는데, 노래처럼 흐르는 선율과 가곡적인 형식을 교향악적인 주제와 구조로 발전시켰다는 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 곡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면은 회화적인 이미지의 환기이다. 특히 중간 악장들은 라인강 유역의 이런저런 풍경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물론 이 역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과 상통하는 면이라 하겠는데, 일례로 슈만은 제2악장에 ‘라인의 아침’이라는 제목을 붙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제4악장은 쾰른의 유명한 대성당에서 목격한 의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러한 표제적 해석의 단서들은 작품의 악보가 출판되는 과정에서 배제되었는데, 아마도 슈만은 이 작품이 보다 순음악적인 견지에서 받아들여지기를 바랐던 것 같다. 하지만 초연 직후 한 평론가가 ‘라인의 생활에 관한 조망’을 거론한 이후 이 교향곡의 이미지는 굳어져 버렸다. 그것은 바로 ‘아버지 라인’에 대한 독일인들의 존경과 애정이었고, 그 유역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실제로 슈만은 아내 클라라와 함께 라인강 유역을 여행한 후에 그 체험을 바탕으로 이 곡을 썼다.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라인의 다양한 얼굴들, 나아가 그것을 기반으로 고양되는 독일인의 정신과 자부심이었으리라.
제1악장 Lebhaft
이 영웅적인 악장은 슈만 교향곡의 첫 악장들 중에서 유일하게 서주부가 생략된, 그러나 구성적으로는 가장 탄탄한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전관현악의 총주로 힘차게 등장하여 탄력 넘치는 리듬과 열기 가득한 흐름에 실려 시원스럽게 질주하는 제1주제는 마치 라인의 도도한 물결과 거기에 깃든 독일인의 정신을 나타내는 듯하다. 반면 목관이 제시하는 왈츠풍의 제2주제는 보다 차분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거침없이 내달리는 음악의 흐름에 숨 돌릴 여유를 제공한다.
제2악장 Scherzo. Sehr mäßig
독일-오스트리아의 민속춤곡인 랜틀러 풍의 기분 좋은 스케르초 악장이다. 온화한 기운을 머금고 느긋하게 흘러가는 춤곡의 선율에서 라인에 기대어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소박하고 풍요로운 생활상이 묻어나는 듯하다. 중간 중간 아기자기한 삽입구와 넉넉한 호른의 울림이 가미되어 다채로운 느낌을 더한다.
제3악장 Nicht schnell
마치 간주곡처럼 자리한 이 완만한 템포의 악장은 멘델스존의 [무언가]를 발전시킨 듯한 인상을 준다. 더없이 부드럽고 상냥하게 다가서는 이 야상곡이 발산하는 은은한 광채는 달빛 아래 강변을 산책하는 연인의 모습을 비춰주는 듯하다.
제4악장 Feierlich
초연 당시의 악보에 ‘장엄한 의식의 반주 같은 스타일로’라고 적혀 있었던 이 느린 악장은 슈만이 클라라와 함께 쾰른의 대성당에서 접했던 의식(쾰른 대주교의 추기경 즉위식)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엄한 화음과 코랄 선율 등 종교적 분위기로 가득한 이 악장에는 슈만이 드레스덴 시절에 공부했던 바흐의 대위법의 영향이 짙게 나타나 있기도 하다. 당시로서는 교향곡에서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구현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어쩌면 슈만은 ‘라인 정신’의 종교적 승화를 의도했던 것이 아닐까.
제5악장 Lebhaft
축전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피날레 악장이다. 활기찬 주제가 단순 명쾌한 베이스의 움직임을 타고 흐르는 가운데 도처에서 울려 퍼지는 팡파르가 축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종결부에서는 앞선 악장의 주제가 다시 나타나서 활약하고, 첫 악장의 주제도 가세하여 실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한 후 마무리된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슈만, 교향곡 제3번 ‘라인’ [R. Schumann, Symphony No.3, Op. 97 ‘Rheinische’] (클래식 명곡 명연주, 황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