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Sonata No. 8 in A Minor, K. 310
Wolfgang Amadeus Mozart, 1756 ~ 1791
잘 알려져 있다시피, 모차르트의 주력 악기는 피아노(좀 더 정확히는 현대 피아노의 전신인 ‘포르테피아노’)였다. 모차르트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한창 발전하며 음악무대의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던 시기에 이 악기의 특장점을 가장 잘 활용한 작곡가 겸 연주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피아노 소나타’들은 음악사에서 하이든이나 베토벤의 작품들만큼 중요하게 거론되지는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피아노 소나타 작곡이 다분히 ‘실용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모차르트는 대략 열아홉 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는데, 그 중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곡으로는 마지막 악장의 ‘터키 행진곡’으로 유명한 [제11번 A장조, K.331], 소나티네 앨범에도 실려 있는 ‘쉬운 소나타’ [제15번 C장조, K.545], 그리고 이례적으로 격정적인 파토스를 내재한 [제8번 a단조, K.310] 등이 있다. 이 가운데 1778년 여름 파리에서 작곡된 ‘a단조 소나타’는 흔히 모차르트의 최고 걸작 피아노 소나타로 꼽히는 작품이다.
‘a단조 소나타’는 1778년 초여름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된다. 모차르트가 파리에서 연이은 불운에 신음하고, 어머니의 와병으로 불안해하던 시기의 소산이다. 때문에 이 곡에 그러한 정서와 심경이 반영되어 있다는 견해가 널리 통용되고 있다. 스물두 살의 천재 작곡가가 탄생시킨 지극히 주관적이고 숙명론적인 작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들 가운데 가장 어둡고 긴장감 넘치며, 그 격정적인 흐름에서는 비통한 기운마저 감지되곤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는 이 곡이 단순히 파리에서 접한 새로운 음악적 자극에 대한 모차르트의 본능적 반응이었을 뿐이라는 견해도 존재함을 염두에 두어야겠다.
다만 이 곡의 자필악보는 어지러이 흩어진 음표들과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그어진 듯한 보표, 그리고 과감한 축약 등으로 점철되어 있는데, 이것을 어떤 이는 걷잡을 수 없는 격정의 표출로 해석하고, 어떤 이는 창작열의 거침없는 분출로 해석한다.
제1악장 : 알레그로 마에스토소
비장하고 역동적인 행진곡풍의 제1주제로 출발한다. 오른손의 부점 리듬과 왼손의 집요한 반복 코드들이 긴장감을 더하며 격정과 균형을 절묘하게 양립시킨다. 혹자는 이 주제를 글루크의 ‘아르미다’와 ‘아울리스의 이피게니아’가 파리 오페라 무대를 주름잡던 시절의 영웅적 파토스와 연관 짓기도 한다. 제2주제는 C장조로 등장하지만, 16분음표의 어지러운 나열 탓에 서정성과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이 악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발전부는 제1주제를 바탕으로 다채로우면서도 극적으로 구성되고, 재현부에서는 제1주제의 선율이 베이스로 내려가는가 하면 제2주제도 a단조로 나타나는 등 끝까지 긴장된 분위기를 이어나간다.
제2악장 : 안단테 칸타빌레 콘 에스프레시오네
앞선 악장에서의 긴장감을 진정 내지 승화시키려 노력을 보여주는 듯한 세련된 아름다움을 지닌 악장이다. 하지만 중간부에서는 다시금 단조의 흐름이 떠오르며 고도의 정서적 혼란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아울러 이 악장에서는 꾸밈음의 처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선 무언가를 표현할 때에만 의미를 지닌다.
제3악장 : 프레스토
다시금 첫 악장의 비극적 분위기로 복귀하는 듯한 이 악장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악장들 가운데 가장 음울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만 이번에 그 격정은 겉으로 분출되기보다는 수면 아래에서 요동치는 것처럼 보인다.
[네이버 지식백과]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8번 [W. A. Mozart, Piano Sonata No.8 in a minor, K.310] (클래식 명곡 명연주, 황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