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쇼팽

쇼팽 : 전주곡 Op. 28 [Evgeny Kissin]

想像 2020. 9. 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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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Préludes, Op 28
Frédéric Chopin, 1810∼1849

 

쇼팽의 전주곡은 바하의 '전주곡과 푸가'와 마찬가지로 24개의 모든 조에 걸쳐 작곡되었지만, 조의 배열순서는 전혀 별개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 바하의 전주곡과 푸가는 C장조에서 시작해서 다음은 C단조, C sharp장조, C sharp단조와 같이 반음계적으로 상승하여 마지막에 B조로 끝나는 구성으로 24개의 조를 다루고 있는 반면에 쇼팽의 전주곡은 C장조로 시작하여 관계조인 A단조, 다음은 G장조, 관계조인 E단조 A장조, F sharp단조와 같은 5도를 기준으로 한 조성배열을 하고 있다. 

악보를 전체적를 보면 자연조인 C조에서, sharp(#)기호가 하나씩 늘어나서, sharp의 수가 최대가 되는 13번에서 장조의 클라이막스를 이루고, 14번부터는 반대로 6개의 flat(b)을 가지는 E flat단조에서부터 점차로 조표의 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한다. 단조의 클라이막스인 동시에 음악적인 클라이막스는 13번과 대칭되는 16번에 위치한다. 전체의 배열은 이렇듯 매우 우아하게 이루어져 있지만 이 음악들은 바하의 음악처럼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지지는 않는다.

 

 

Evgeny Kissin / Chopin: 24 Preludes; Sonata No.2, Op.35; Polonaise, Op.53

 

No. 1 In C Major - Agitato
No. 2 In A Minor - Lento
No. 3 In G Major - Vivace
No. 4 In E Minor - Largo
No. 5 In D Major - Allegro Molto
No. 6 In B Minor - Lento Assai
No. 7 In A Major - Andantino
No. 8 In F Sharp Minor - Molto Agitato
No. 9 In E Major - Largo
No. 10 In C Sharp Minor - Allegro Molto
No. 11 In B Major - Vivace
No. 12 In G Sharp Minor - Presto
No. 13 In F Sharp Major - Lento
No. 14 In E Flat Minor - Allegro
No. 15 In D Flat Major - Sostenuto
No. 16 In B Flat Minor - Presto Con Fuoco
No. 17 In A Flat Major - Allegretto
No. 18 In F Minor - Allegro Molto
No. 19 In E Flat Major - Vivace
No. 20 In C Minor - Largo
No. 21 In B Flat Major - Cantabile
No. 22 In G Minor - Molto Agitato
No. 23 In F Major - Moderato
No. 24 In D Minor - Allegro Appassionato 


1번 C장조, Agitato

<사랑하는 이를 애타게 기다리며> 연주시간이 1분이 되지 않는 짤막한 곡이다. 2/8박자라는 다소 특이한 박자를 취하고 있으며 밝고 경쾌한 느낌을 전해준다. 즉흥적인 성격이 강한 곡이지만 선율선의 포인트가 중반 이후에 강음으로 옮겨진다는 것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2번 A단조, Lento, 2/2박자 (파데레프스키판에서는 4/4박자)

<슬픔 명상, 아득히 보이는 쓸쓸한 바다> 낮은음에서 시종 반복되는 우울한 리듬을 타고 우울한 선율이 노래하듯이 흐른다. 이 우울함을 굳이 강조할 필요는 없으며 왼손의 집요한 선율을 띤 리듬을 잘 노래시키는 것이 곡의 포인트가 된다.

3번 G장조, Vivace, 2/2박자

<시내의 노래> 왼손의 유창하고 날렵한 움직임이 매우 인상적인 곡이다. 선율은 강한 싱커페이션을 띠고 있다. 마지막에 왼손의 움직임을 흉내낸 움직임이 양손에서 동시에 전개되고 살며시 곡을 끝마친다.

4번 E단조, Largo, 2/2박자

<무덤가>. 2,3,4마디에 붙어 있는 C음은 충분히 끌어 주어 구슬픈 선율을 잘 살려 줄 필요가 있다. 쇼팽 스스로 이 곡을 매우 좋아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그의 장례식에서 연주되기도 했던 곡이다.  

5번 D장조, Molto allegro 3/8박자

<노래 소리에 찬 나무>. 가볍고 화려한 분산화음들 사이에 단순하지만 우아한 선율이 떠오른다. 5마디째부터는 액센트를 가진 8분음표 없이 16분음표의 분산화음만으로 발랄한 악상을 전개해하가며, 이러한 형태를 반복하다가 곡은 갑작스럽게 끝난다.

6번 B단조, Assai Lento, 3/4박자

<향수>. 매우 시적인 음악이다. 선율은 왼손에서 느긋하게, 그리고 우울하게 흐르며 오른손은 단조롭게 흔들리는 듯 한 리듬만을 집요하게 반복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이 리듬은 더듬거리면서 정지하고 ppp로 조용히 끝마친다.

7번 A장조, Andantino, 3/4박자

<좋은 기억 속을 향내처럼 즐거운 추억이 감돈다>. 이 곡의 선율은 6번 전주곡의 선율동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마주르카 풍의 단순한 선율이지만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시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불과 17마디의 짧은 곡이며 선율과 화성도 극히 단순하지만, 그 깊이는 만만치 않다.

8번 F sharp단조, Molto Agitato, 4/4박자

<눈은 펑펑 내리고 바람은 불고 폭풍은 사납게 울부짖는데, 내 마음 속엔 더욱 사나운 폭풍이 인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듯 한 악상이다. 피아노라기보다는 오히려 바이얼린의 주법을 연상시키는데, 중간부를 제외하고는 약음으로 연주하는 부분이 많으므로 그 긴장감을 더욱 극적인 것으로 만들고 있다.

9번 E장조, Largo, 4/4박자

<폴란드의 최후>. 이 곡의 경우 'Largo'라는 속도기호가 주는 인상은 '느리다'라는 것과는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폴로네에즈적인 싱커페이션을 동반한 선율과 중후하고 단호하면서도 생기있는 악상이 이 곡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10번 C sharp단조, Molto Allegro, 3/4박자

<날아오는 화전>.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마주르카. 연주에 따라 초반의 하행하는 셋 잇단음표에 박자의 액센트를 두기도 하지만 4, 5마디째의 선율에 마주르카의 독특한 리듬을 살리는 것이 좋다.

11번 B장조, Vivace, 6/8박자

<젊은 처녀의 소원>. 우아하고 경쾌한 악상이라는 점에서 3번과 유사하지만 시원스러운 맛은 덜 한 대신, 아기자기하고 반짝이는 듯 한 즐거움이 있다.

12번 G sharp단조. Presto, 3/4박자

<말을 타고 달리는 밤>. 3박자를 취하고 있지만 이 곡은 스케르초와도 마주르카와도 틀리다. 악상은 대단히 맹렬하며, 응축된 에너지감은 참으로 일품이다. 흐름은 자잘하게 나누어지는 액센트에 의해서가 아니라 하나의 큰 레가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13번 F sharp장조, Lento, 6/4박자

<고향을 멀리 떠나 별을 우러러 보며 아득한 연인을 생각한다>. 장조의 클라이막스를 이루는 곡이다. 또한 이 곡에 이어지는 단조는 d-sharp단조가 아니라, e-flat단조로 나타난다. 요컨데 하나의 일관된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은 이 곡에서 갑자기 끊어져 버린다. 녹턴풍의 몽환적인 선율이 왼손의 나른한 분산화음을 타고 흐른다. 정확하게는 '선율'이 아니라 화음이다. 조성이 가지는 환상적이고 한편으로는 달콤한 분위기가 적당한 퇴폐성을 가지고 있으며, Piu lento로 나타나는 중간부의 동기는 쇼팽 음악의 한 극한을 보여준다.

14번 E flat단조, Allegro, 2/2박자

<폭풍의 바다>. Oxford판에는 속도가 'Largo'로 지시되어 있다. 피아노 소나타 2번의 마지막악장과 대단히 유사한 악상이다. 건조하고 무표정한 화성이 연신 시무룩하게 울린다. 2번 소나타의 피날레와 비교한다면 수직적인 화성진행이 훨씬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음악의 무게도 이 전주곡 쪽이 훨씬 무겁다.

15번 D flat장조, Sostenuto, 4/4박자

<빗방울전주곡>. 곡 전체를 통해 끊임없이 들려오는 A-flat(혹은 G-sharp)음 때문에 '빗방울'이라는 제목이 붙은 유명한 곡이다. 꼭 A-flat음이 아니라도, 이 곡은 비오는 날의 분위기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창문 밖으로 비 오는 거리를 내다본다거나, 처마 밑에 서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고 있는 듯 한 지극히 매력적인 분위기가 이 곡에 살아있다. 중간부에서 곡은 c-sharp단조로 전조되어 먹구름이 낀 듯한 불안정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실 이러한 불안정함도 무척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16번 B flat단조, Presto con fuoco, 2/2박자

<나락의 골짜기 밑바닥을 향한 길>. 악상기호대로 거칠게 질주하는 곡이다. 맹렬한 박력을 지니고 있으며(Op10-4의 c-sharp단조 연습곡과도 통하는 데가 있다) 리드미컬한 왼손의 반주가 주는 스피드감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종종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하지만, 곡의 끝맺음은 극히 상쾌하다. 이 곡은 전주곡집 전체를 통해 하나의 클라이막스를 이루고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전환점의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17번 A flat장조, Allegretto, 6/8박자

<그 여자는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잔잔한 반주를 동반한 화음의 칸타빌레이다. 두텁게 겹쳐진 화음의 맨 윗음이 선율을 노래하고 길게 테누노되는 음이 하나의 동기를 마감한다. 연습곡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따사로운 선율은 편안함을 느끼게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루하다는 느낌도 받게 한다.

18번 F 단조, Molto Allegro, 2/2박자(파데레프스키판에선 4/4박자)

<저주>. 갑작스레 신경질적인 악상이 나타난다. 한 마디 내에 accel, rall의 두 가지 루바토가 쓰이도록 작곡된 듯 하다. 오페라의 레치타티보처럼, 날카롭게 중얼거리는 듯 한 악상, 그리고 클라이막스에서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고, D-flat유니즌의 격렬한 트레몰로와 격한 스타카토로 곡을 끝맺는다.

19번 E flat장조, Vivace, 3/4박자

베토벤에게 있어 이 조는 흔히 영웅적인 과시를 나타내는 조였으나, 쇼팽에게 있어서의 이 조는 즐겁고 따사로운 분위기를 나타내는 조성인 것 같다. 더욱이 그 델리킷 한 악상은 이 곡을 연주하는데에 요구되는 고도의 기교를 거의 의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리스트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 이런 부분이다.

20번 C단조, Largo, 4/4박자

<장송 행진곡>. 마찬가지로 베토벤의 c단조는 비극적이고, 웅대한 조이지만 쇼팽의 c단조는 비장하고 구슬픈 느낌의 조성인 것 같다. 남성적이고 도덕적인 베토벤과 여성적이고 퇴폐적인 쇼팽의 대조적인 특성이 조성에 대한 성격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곡 전체에 일관되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으며, 또 단조로운 악상 속에 다양한 표정이 숨어 있다.

21번 B flat장조, Cantabile, 3/4

<맹세했던 추억의 장소로 혼자 쓸쓸히 돌아간다>. 한없이 우아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곡 전체를 일관하고 있는 곡이다. 오른손은 선율을, 왼손은 기타의 반주처럼 달콤하고 교묘한 분산화음을 연주한다. 장식음은 이 곡의 귀족적이고 단정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22번 G단조, Molto Agitato, 6/8박자

<반항>. 다시 한번, 분노가 출현한다. 18번과 마찬가지로 이 분노는 해소되지 않고, 들끓는 가운데 종료되어버린다. 양손이 긴밀한 연관을 가지고 싱커페이션을 지닌 프레이즈가 흥분된 분위기를 연출해 내고 있다.

23번 F장조, Moderato, 4/4박자

<물의 여신의 장난>. E-flat장조에 대한 자세는 베토벤과 틀리지만 F장조에 대한 개념은 동일한 듯 하다. 목가적이고 자연스런 분위기가 곡을 통해 흐르듯이 흘러나온다. 가볍고 유려한 선율이 이 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24번 D단조, Allegro Apassionato, 6/8박자

<젊은 피, 일락, 죽음>. 왼손의 격렬한 움직임이 주체할 길 없는 분노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 선율은 정열적이며, 계속해서 나타나는 스케일이 터질 듯 한 감정을 해소하고 있는 것 같다. 트릴, 스케일, 하강하는 아르페지오, 3도 등등 다양한 기교들이 등장하고, 크게 움직이는 왼손의 움직임 위에 정열적인 선율이 노래되다가 갑작스런 하강에 뒤이은 커다란 세 개의 D음으로 곡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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