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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드뷔시·라벨·포레·사티

드뷔시 : 아름다운 저녁(Beau Soir), L. 6 [정경화]

by 想像 2020. 9. 8.

Beau Soir, L. 6
Claude Debussy, 1862~1918

 

아름다운 저녁(Beau Soir)

 

폴 보르게 (Paul Bourget)

 

저녁노을에 강물이 장밋빛으로 물들고

​산들바람이 보리밭 위를 지나갈 때

행복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솟아나

삶에서 고통받은 마음을 달랜다네

세상에 존재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싶은 마음

우리는 아직 젊고 저녁은 아름답다네

허나 우리는 흘러가는 이 물결처럼 떠났으니

물결은 바다를 향해, 우리는 무덤을 향해

 

아름다운 저녁을 바라보는 시인은 넘치는 행복감에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고 있지만 동시에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생의 덧없음을 노래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이 슬퍼거나 이토록 아름답고 경이로울 수가 있다는 것은 다 덧없음 때문이다. 또한 슬픔과 아름다움은 우리들 앞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인연 따라 또 다른 슬픔과 아름다움으로 변해가고 있을 뿐,  만약 이 모든 것들이 변하지 않고 항상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라면 우리들에게 이보다 더 큰 재앙과 슬픔은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저녁은 드뷔시 15세 무렵에 작곡한 것인데 이 詩에 곡을 붙인 것을 보면 나이에 비해 대단히 조숙하고 심미적인 드뷔시였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Kyung Wha Chung · Kevin Kenner Beau So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