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le joyeuse, L. 106
Claude Debussy, 1862~1918
인상주의 음악의 창시자이자 완성자로 꼽히는 드뷔시는 1902년 오페라 《펠레아스와 멜리장드(Pelléas et Mélisande)》를 기점으로 프랑스 음악사, 나아가 서양음악사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어줄 일련의 명작들을 발표했다. 그 과정에서 피아니즘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준 피아노 작품들도 탄생했는데, 그 중 이 곡은 〈판화(Estampes)〉(1903)의 뒤를 잇는 피아노 명곡이자 특유의 독창적인 음악성이 발휘되어 있는 걸작이다.
1904년 작곡했는데, 곡을 구상할 때 루브르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프랑스 화가 앙트완 와토(Antoine Watteau)의 회화 〈키테라섬의 순례The Pilgrimage to Cythera〉(1717)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따라서 곡명에서 말하는 ‘기쁨의 섬’은 실제 존재하는 그리스의 작은 섬이자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비너스의 섬인 ‘키테라섬’을 뜻한다. 하지만 ‘기쁨의 섬’은 드뷔시가 자신의 연인이었던 엠마 바르닥(Emma Bardec)과 함께 간 ‘저지섬(Bailliage de Jersey)’을 뜻하기도 한다. 즉, 1904년 8월 드뷔시는 밀회 중이던 파리 은행가의 아내이자 자기 제자의 어머니였던 엠마 바르닥(Emma Bardec)과 함께 저지섬으로 비밀여행을 떠났는데, 그곳에서 달콤하고 황홀한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곡의 마무리 수정 작업을 했다. 따라서 당시 드뷔시가 느낀 일련의 감정들이 곡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초연은 또 다른 피아노곡인 〈가면〉과 함께 1905년 2월 18일 리카르도 비녜스의 연주로 이루어졌다. 자필악보도 남아있는데, 이 역시 〈가면〉과 함께 파리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곡의 구성은 A-B-A의 3부 형식으로 되어있다. 드뷔시의 곡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단편의 독주곡임에도 규모가 크다. 또한, 전통적인 화성의 개념을 뛰어넘는 폭넓고 다양한 화성과 리듬으로 미묘하고도 색채감 있는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또, 고전, 낭만파 시대에 금기시했던 조성의 탈피, 8도 병행진행과, 2,4,1,13 부가화음을 사용해 특유의 인상주의 기법을 펼쳐 보여준다. 연속되는 꾸밈음으로 시작한 서주 이후 순간적인 리듬의 효과, 이탈하는 음들, 즉흥적으로 보이는 임의의 프레이징으로 이어진다. 하바네라(habanera)와 같은 4분의 2박자의 리듬도 밝고 경쾌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8개 정도의 기본 테마 안에서 두 개의 소주제와 에피소드를 다양한 화성으로 겹쳐가며 전통적인 구조 안에서도 새로운 그만의 방식으로 이어나간다. 5음 음계와 온음계와 반음계의 전환, 증,감 화음, 병행화음 등을 사용하며 이 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인상주의 스타일, 빛의 찰나를 표현하는 테크닉이 가능해졌다. 자유롭고 예측 불가한 다양한 전조 위에 당김음, 불규칙한 엑센트, 긴 페달을 요구하는 페달링과 다양한 셈여림의 대비까지 이어져 마치 상상 속의 사랑의 환희를 음표로 그려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