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출신의 소프라노인 에마 커크비는 원전음악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우리시대의 최고의 소프라노 가수중의 한분으로 영화 "샤인"중에 나왔던 비발디의 "세상엔 참 평화 없어라" 와 같은 노래로 우리들의 귀에도 매우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엠마 커크비의 레퍼토리는 12세기의 힐데가르트 폰 빙엔 등 중세 음악, 존 다울랜드·토머스 탈리스 등 영국 르네상스 음악, 비발디·바흐·헨델 등 바로크 칸타타와 종교 음악들, 모차르트의 아리아와 모테트·미사곡 등에 광범위하게 걸쳐있습니다. 이 분은 미성의 소유자들인 조수미나 에디뜨 마티스와 같은 소프라노들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천상의 목소리"라고 찬사를 받고 있으며 나이가 들어감에도 여전히 좋은 노래를 들려 주고 있습니다.
커크비는 잉글랜드의 서레이주 캠벌리에서 태어나 옥스퍼드에서 고전문학과 성악을 공부했다. 직업음악인이 되자마자 그녀는 이 음악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던 앤드류 패롯, 크리스토퍼 호그우드, 앤소니 룰리 같은 이들과 함께 오랫동안 문서고에서 먼지 쌓인 채 보관되어 오던 음악들을 신속하게 이 시대로 들고 나왔다. 그것도 몇몇 작곡가의 작품들을 발췌 하는 것이 아닌 전체 레퍼토리를 통째로 가져 나오는 방식으로 패롯, 호그우드, 룰리 같은 이들 은 그녀를 일러 간단명료하게도 '고음악 전문 소프라노' 라 하였다.
커크비는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와 대중적 관심에도 불구하고 디바가 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오랜 세월동안 그녀가 변함없는 관심으로 주력해 온 것은 헤아릴 수 없는 마드리갈과 이와 유사한 성악 작품들을 화석이 아닌 살아있는 음악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선보이고 관심을 일으키는 작업이었으며 바로 이 때문 에 그녀의 경력은 앙상블 연주가, 콘서트 가수라는 타이틀로만 메워졌다. 사실 커크비는 디바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군림하지 않는 자세에 음악만을 생각하는 장인정신과 고음악 해석의 기준으로 삼을만한 음표와 가사의 표현법등이 그를 이루는 요소들이다. 그녀의 노래는 너무도 자연스러워 마치 대화를 나누듯 쉽고도 편하다.
'고음악 운동'이라는 다소 느슨한 명칭의 음악운동이 그 모습을 드러내던 4반세기쯤 전에 몇몇 평론가들은 "숲을 보지 못하고 지엽적인 표현에 매달린다."는 등의 문장들을 가지고 이 음악운 동에 참여했던 연주가들을 평가하곤 했다. 그러나 이들은 그들의 기량을 계속 향상시켜 나갔고 여타 직업 음악가들의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적자생존의 법칙은 여기에도 적용되어 능력이 모 자라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었다.
하지만 이 시절에도 발군의 기량으로 뚜렷하게 전면에 나서는 일단의 연주인들이 있었다. 이들 중의 하나가 바로 소프라노 엠마 커크비였다. 분명한 주관과 판단으로 끊임 없는 발전과 변화를 거듭한 음악 인생을 걸어 커크비이기 때문에 그녀가 초기에 보여주었던 독특함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 시점에서 회상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커크비의 매우 다행 스럽게도 자연스럽고도 오염되지 않은 음색, 풍미 가득한 해석, 아름다운 음정, 그리고 분명하 고도 정확한 가사전달을 높이 평가했고 또 좋아했다. 한 마디로 엠마 커크비는 여러가지 형식중의 하나로 머물러 있던 스타일을 찬미받을 만한 그리고 결국에는 깊은 사랑으로 애호하게 될 가창법의 한 전형으로 탈바꿈시켰던 것이다.
지금까지 커크비는 100개가 넘는 다양한 종류의 음반을 녹음했는데, 레퍼토리는 빙엔의 힐데가르데의 sequences로부터 이탈리아, 영국 르네상스의 마드리갈, 바로크 시대의 칸타타와 오라토리오, 모차르트, 하이든, J.C.바흐의 작품들에 이른다. 최근의 레코딩으로는 Handel: Opera Arias and Overtures 2(하이페리온), 바흐의 결혼 칸타타(데카), 바흐의 칸타타 82a와 199(카루스), 그리고 BIS 레이블의 프로젝트 등이 있다. 런던 바로크와 함께 헨델의 모테트와 스카를라티, 바흐 등의 크리스마스 음악을 녹음했으며, 로열 아카데미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새로이 발견된 헨델의 글로리아를 최초로 녹음했다. 그리고 Romantic Chamber Group of London과 함께 미국의 여류 작곡가로 1944년에 사망한 에이미 비치(Amy Beach)의 음악으로 구성된 를 녹음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그녀는 안소니 룰리와 기획하고 연주한 <클래시컬 커크비(Classical Kirkby)>(BIS, 2002), 카탈도 프렛 워크와 연주한 아모데이의 칸타타(BIS, 2004), 윌리엄 버드의 콘소트 노래(아모니아 문디USA, 2005), 다니엘 테일러와 연주한 스카를라티의 스타바트 마테르(ATMA, 2006), 존 다우랜드의 노래로 구성된 Honey from the Hive(BIS, 2006),를 녹음했으며, 그리고 류트 연주자 야콥 린드베리와 함께 Musique and Sweet Poetrie를 발매했다.
1999년 커크비는 영국 클래식 FM라디오 청취자들이 뽑은 “올해의 아티스트”가 되었으며, 2000년11월 OBE(Order of British Empire)를 수여 받았고 2007년6월 영국 여왕의 생일을 기념하여 왕실에 의해 Dame(데임)의 칭호를 받아 영예의 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렸다. 또한, 2007년4월 BBC뮤직 매거진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프라노 20명”을 설문하였는데 커크비는 이 중 10위에 올랐다.
활발한 레코딩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커크비는 라이브 연주를 더욱 선호하며 그 중에서도 동료들과 친근한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즐거움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고 말한다. 그녀는 연주마다, 공연장마다, 그리고 어떤 관객들에게나 황홀한 레퍼토리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데 독특한 기운을 불어 넣는다.
Vivaldi: Nulla in mundo pax, RV 630 - 1. Nulla in mundo pa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