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45년. 남부 프랑스에서 태어난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 그가 태어난 시기는 낭만주의 음악이 한창 꽃을 피우던 때였습니다. 쇼팽과 리스트 이후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이 온 유럽을 떠돌던 그 시절. 가브리엘 포레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리 튀지 않지만 따뜻함만큼은 가득 안은 작품이 그렇게 포레라는 사람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20세기가 되어도, 모더니즘이라는 무시무시한 바람이 온 세상의 음악을 변화시키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꿋꿋하게 고수했던 포레. 1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이 끝난 뒤인 1924년, 삶의 끝자락에서도 변함없었던 이 음악가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이 끝난 뒤인 1924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프랑스 출신의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송(Renaud Capucon)은 이번 앨범 [Gabriel Fauré]를 통해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재직 중인 로잔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포레를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시도를 합니다.
앨범은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시작합니다. 1870년대 후반에 작곡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은 1악장만이 전해지는 작품입니다. 2, 3악장이 존재하지 않는 미완성곡이지만 대체로 위엄 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바이올린 협주곡'은 이번 앨범의 서문을 열기에 충분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작품은 '마스크와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입니다. 서주부터 목가적인 분위기가 넘쳐흐르는 이 곡은 마치 낭만주의자의 관점에서 다시 써낸 바로크, 고전음악 같은 작품입니다. '서곡'부터 '미뉴에트'와 '가보트'를 지나 마지막 '파스토랄'까지. 그리 길지 않은 모음곡이 포레의 고향인 남부 프랑스의 풍경을 그대로 보여주듯 연주됩니다.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은 예나 지금이나 포레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우아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를 이어가는 이 모음곡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세 번째 곡인 '시실리안느'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을 아름답게 묘사하는 듯한 멜로디가 잊히지 않는 작품입니다.
모음곡 사이에 연주되는, 단정한 슬픔이 담긴 '엘레지'는 첼로 독주와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작품. 종종 '비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는 이 곡을 이번 앨범에서는 잘츠부르크 출신의 젊은 첼리스트 율리아 하겐(Julia Hagen)의 독주로 감상하게 됩니다.
앨범의 마지막을 구성하는 세 곡에게는 지극히 포레답다는 말을 할 수 있겠습니다. 르노 카퓌송과 이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기욤 벨롬(Guillaume Bellom)이 솔리스트로 등장하는 '발라드'는 그동안 오케스트라의 악기로만 채워온 앨범을 피아노의 음색으로 환기시키는 작품입니다. 이질적이지만 그렇기에 매력적인 피아노 연주가 포레가 깔아 둔 오케스트라의 구름을 사뿐히 밟아 나가는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이어서 포레의 대표작인 '파반느'가 특유의 우아한 자태를 드러낸 이후에는 앨범의 마지막 곡인 '자장가' 연주됩니다. 르노 카퓌송이 다시 독주자로 등장하는 이 곡. 그렇지 않아도 꿈결 같은 포레의 음악에 따스함을 한 번 더 얹은 음악이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줍니다.
TRACK LIST
01. Allegro from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14
02. Masques et bergamasques, op.112 : 1. Ouverture
03. Masques et bergamasques, op.112 : 2. Menuet
04. Masques et bergamasques, op.112 : 3. Gavotte
05. Masques et bergamasques, op.112 : 4. Pastorale
06. Elegie, op.24
07. Pelleas et Melisande : 1. Prelude
08. Pelleas et Melisande : 2. Fileuse
09. Pelleas et Melisande : 3. Sicilienne
10. Pelleas et Melisande : 4. La mort de Melisande
11. Ballade, op.19
12. Pavane, op.50
13. Berceuse, op.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