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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슈베르트

슈베르트 : 교향곡 제9번 C장조《그레이트》, D.944 [Berliner Philharmoniker · Karl Böhm]

by 想像 2021.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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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z Peter Schubert, 1797∼1828

Symphony No.9 In C, D.944 - "The Great"


이 작품은 스케치만 남아있는 [교향곡 D장조](D936A, 1828년)를 제외하고는 슈베르트 최후이자 최대의 교향곡이다. 이 작품은 출판 당시인 1849년 시점에서는 [교향곡 7번]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까지 슈베르트 교향곡은 1~6번까지만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은 7번째 교향곡 번호를 받았던 것이다. 1884~1885년 구 전집이 출판됐을 때에도 이 사실은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 후 단순한 스케치 상태였던 [E장조 교향곡](D729, 1821년)을 어떻게 슈베르트의 작품 목록 속에 위치시킬 것인가의 문제가 불거졌다. 그래서 다시 작품의 성립 연대순으로 번호가 재배치 되었다. 따라서 성립 연대순에 따라 [E장조 교향곡]을 7번, [미완성 교향곡]을 8번, [그레이트 교향곡]을 9번으로 부르게 되었고, 이것이 오늘날 보편적으로 일컬어지는 슈베르트의 교향곡 번호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오토 에리히 도이치의 신작품 목록에는 [E장조 교향곡]이 실제로 연주가 불가능한 작품인 것을 고려해 번호를 삭제하고 [미완성 교향곡]과 [그레이트]에 각각 이전의 7번과 8번 번호가 부여되어 있다. 가끔씩 [교향곡 8번]과 [9번]을 [7번]과 [8번]으로 표기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 것은 7번이었던 [교향곡 E장조]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1825년 5월부터 10월까지 슈베르트는 긴 여행을 떠났다. 그 여정에는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휴양지 그문덴(Gmunden, 브람스가 바트 이슐로 휴양 갈 때 머물기도 했으며, 쇤베르크가 이 곳에서 현악 4중주를 작곡했다)과 가스타인 등의 온천 휴양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여행 중 체재하고 있던 곳에서 슈베르트는 그동안 신세를 졌던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 내용을 보면 당시 작곡한 ‘그레이트’에 대해서 조금씩 언급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따라서 이 긴 여행의 시기 전후에 ‘그레이트’가 작곡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 대규모의 교향곡은 그 실체가 분명히 알려지지 않은 채 슈베르트가 당시 휴가를 떠난 장소의 지명을 본떠서 ‘그문덴 가스타인 교향곡’ D849으로 통칭되어 왔지만, 이후 음악학자들의 연구로 이 시기에 작곡된 교향곡은 D849가 아니라 C장조 ‘그레이트’ D944임이 판명 났다. 이 곡의 슈베르트 자필 스코어는 빈 악우협회에 보존돼 있으며, 같은 시대 필사 악보도 존재한다. 초연은 멘델스존의 지휘로 1839년 이루어졌다. 그러나 슈베르트 생전에 빈 악우협회에서 단독으로 주최한 음악회에서 초연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Berliner Philharmoniker · Karl Böhm Schubert: 8 Symphonies

 

1악장 Andante - Allegro ma non troppo

 

당시로서는 매우 드문 서법으로 시작한다. 첫 부분에서 2대의 호른이 단독으로 주제를 연주하는 것이다. 이같은 스타일은 후대에 슈만 [교향곡 1번 ‘봄’]이나 멘델스존 [교향곡 2번] 도입부에 계승되었다. [교향곡 8번 ‘미완성’]도 그러하지만 이 주제가 포함돼 있는 동기가 1악장 제2주제, 2악장과 4악장의 제1주제, 3악장의 트리오 주제 등에 포함돼 있고, 전곡에 걸쳐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면서 전곡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대규모의 서주는 고전파적인 성격의 서주를 넘어서서 독립된 부분을 형성하고 있다고 하겠다. C장조와 같은 순수하고 명랑한 분위기 속에서 선율적이고 화성적인 부분이 모습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악장이다. 마지막 부분에는 피우 몰토(매우 더욱)로 템포를 빠르게 하여 등장하는 서주부 주제가 장대한 코다로 끝을 맺는다.

 

 

2악장 Andante con moto

 

A-B-A-B-A 형식으로 슈베르트의 초기 6개 교향곡과 동일한 형태의 느린 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양식적으로는 밀도 있고 한층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주제부는 저음현과 목관이 이어지는 선율로 휴양지 그문덴과 가스타인 지방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 단조와 장조의 빈번한 교대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뉘앙스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후 바순에 더블베이스가 이끄는 주제가 만들어지지만 첫 주제와 정서는 동일하다. 호른의 3도 하행에 의한 연결구를 두고 슈만은 ‘하늘의 천사가 숨어있는 듯하다’고 말한 바 있다. 후반부는 미묘한 변화를 주면서 마지막 부분에는 첫 주제가 반복돼 덧붙여진다.

 

 

3악장 Scherzo (Allegro vivace)

 

베토벤과는 다른, 슈베르트의 독자적인 양식으로 쓴 스케르초다. 단순하고 접근하기 쉬운 춤곡  성격을 스케르초 안에 잘 융화시켰다. 작은 3부 형식의 주요부는 대조적인 두 개의 악보로 구성돼 있다. 화성적으로 미묘한 차이가 돋보이는 것은 A장조 트리오에서 3도 관계의 조바꿈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슈베르트 특유의 유려한 선율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4악장 Allegro vivace

 

슈베르트는 자신의 [교향곡 2번] 4악장 등에서 보여준 바 있는 음형과 리듬의 오스티나토(일정한 음형을 같은 성부에서 같은 음높이로 계속 되풀이하는 기법) 처리를 소나타 형식과 근사하게 연결시키고 있다. C장조와 A단조를 오고가는 제1주제에 포함돼 있는 두 개의 음형이 전체를 통해 쉬지 않고 반복되고 G장조의 음형적인 제2주제가 중복된 발전부, 재현부에서 반복되고 있다. 발전부에서는 제2주제와 관련된 새로운 소재가 중첩되며, 제1주제가 C단조로 다시 등장하고 Eb장조와 교차한다. 제2주제는 C장조중에 재현되고 마지막에는 제1주제가 다시 연주된다. 간명하지만 장대한 코다는 마치 슈베르트 교향곡 전체의 피날레와 같이 감격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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