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Concerto No.1 in C Minor, Op. 35
Dmitri Shostakovich, 1906~1975
20세기 러시아가 낳은 베토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베토벤과 마찬가지로 젊은 시절에는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도 각광을 받던 인물이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의 피아노과 출신인 어머니에게서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던 그는 작곡보다 피아노 연주에서 먼저 신동으로 눈에 띄었다.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서 공부를 시작한 그는 불과 16세이던 1922년, 아버지를 여의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당시 음악원장이던 글라주노프는 그의 탁월한 천재성을 알아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이듬해인 1923년에 피아노과를, 그리고 2년 후인 1925년 작곡과를 졸업하게 되었다.
당시 졸업작품인 교향곡 1번은 쇼스타코비치의 천재성을 세상에 널리 알린 작품으로 남았다. 1927년 쇼팽 콩쿠르에서 쇼스타코비치는 특별상을 받으며 탁월한 피아니스트로서의 능력도 인정 받았다.학업시절 쇼스타코비치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계를 돕기도 했는데, 당시 그는 무성영화의 배경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상당히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서방에서는 재즈풍의 스트라이드 피아노 연주풍이 무성영화 시대를 풍미했는데, 쇼스타코비치는 이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완전히 소화해냈고, 영화의 스토리의 전개에 따른 즉흥적인 연주 감각도 익히게 된다. 그의 초기 작품에서 이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즉 템포나 악상의 갑작스런 비약을 지닌 아이러니컬한 멜로디가 유연한 흐름을 타고 이어지는 경우가 그것이다. 1933년에 피아노와 현악 오케스트라, 그리고 독주 트럼펫이라는 특이한 편성으로 작곡된 첫 번째 피아노 협주곡에 이런 모습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피아노협주곡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피아노다, 하나 지금 듣고 있는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이야기할 때도 그럴까? 대개 피아노 협주곡은 3악장이지만 쇼스타코비치는 한 개의 악장을 추가했고, 쉬지 않고 활동하는 피아노를 도와주는 특별한 악기 트럼펫을 등장시켰다. 달리 표현하면 트럼펫이 피아노를 도와주는 개념에서 벗어나 두 개의 악기가 동등의 자격으로 음악을 만든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피아노와 트럼펫이 동등한 자격으로 만드는 음악은 희귀한데 이런 음악을 피아노 협주곡으로 탄생시킨 쇼스타코비치의 기발한 생각이 놀랍다.
쇼스타코비치를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단어에는, 생동감, 전율, 지랄, 발광, 고귀함과 천박함을 겸비한 대중적인 요소, 의도로 감상하려는 생각을 접고 드미트리의 생각을 따라가는 편안한 마음으로 조율을 하고 나면 지랄하듯이 발광하는 톡톡 튀는 단편적인 음들이 기괴히 날뛰면서 전율을 만들고, 끝내는 음악이 살아있다는 생동감을 느낄 즈음, 음악으로부터 생동감은 느슨한 감상자의 심성으로 전이되어 충전을 받게 되는 것이다. 작은 키의 안경 너머 보이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매서운 눈매를 보면 그 동공 속으로 빨려드는 착각을 하듯이, 그가 만든 음악으로 빨려들어가는 몰입을 느낄 때면 전신이 꿈틀 됨을 알게 된다. 가볍게 시작해서 다대하게 마치게 하는 것이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다.
I. Allegro moderato - Allegro vivace - Allegretto - Allegro - Moderato (Attacca)
II. Lento - Piu mosso - Largo - (attacca)
III. Moderato - (attacca)
IV. Allegro brio - Presto - Allegretto poco moderato - Allegro con brio - Pre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