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앙프라방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도시였다. 눈밝은 여행자들이나 알음알음 찾았다. 그들은 세상과는 동떨어진 듯한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비어라오(Beer Lao)’를 마시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랬던 루앙프라방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8년 ‘뉴욕타임스’가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위로 선정한 뒤부터다. 전 세계에서 배낭여행자들이 몰려들었고 강변에는 레스토랑과 술집들이 생겨났다. 도시는 북적이기 시작했다.
라오스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인구 10만이 채 안 되는 루앙프라방은 프랑스 식민지풍의 건물과 라오스 전통 양식의 집, 수많은 사원들이 어울려 있는 작은 도시다. 거리는 승려와 아이들, 어슬렁대는 배낭여행자들로 한가롭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자유로움과 순진함, 종교적인 경건함으로 가득 차 있는 도시가 바로 루앙프라방이다. 유네스코는 1995년 루앙프라방 지역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했다.
루앙프라방에는 약 50여개의 주요한 사원이 있는데, 이 가운데서도 '왓 씨엥통'이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힌다. 주요 건물이 라오스 전통 양식으로 건축되어 있는데 세 겹의 지붕이 지면 가까이까지 내려온 것이 특징이다. ‘황금도시의 사원’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 크고 작은 사원 건물 내외부에는 화려한 황금 장식과 각종 보석 장식이 새겨져 있다. 씨엥통사원에는 라오스 마지막 왕인 시사방봉 왕의 운구차가 전시돼 있다. 이 운구차 또한 황금 장식으로 둘러져 있다.
'왓 씨엥통'에서 큰길로 나오면 여행자 거리가 시작된다. '왓 씨엥통'에서 '조마 베이커리'까지 약 2㎞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는 여행자 거리다.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레스토랑, 기념품 가게, 길거리 음식을 파는 포장마차 등이 늘어서 있다.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같은 서구의 프랜차이즈를 찾을 수 없다는 것도 특징. 무분별한 서양문화 유입을 억제하려는 라오스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고 한다.
여행자 거리 한가운데에 국립박물관인 라오스 왕궁 박물관이 있다. 시사방봉 왕과 그의 가족이 머물던 왕궁이었지만 1975년 이후 란쌍 왕조의 유물과 종교 유물을 전시하는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탁발의식'이다. 우리말로 ‘탁발’이라는 스님들의 아침 공양의식이다. 전 세계에서 오직 루앙프라방에서만 볼 수 있다. 루앙프라방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새벽 탁밧 행렬이 이어진다. 루앙프라방 각 사원의 승려들 수백 명이 마을을 돌며 아침거리를 공양하는데 장엄한 이 행렬은 보는 이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탁밧은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 사원에서 탁밧을 알리는 북이 울리며 시작된다. 대략 새벽 6시쯤이다. 이 시간이면 길 저편에서 붉은 가사를 입은 맨발의 스님들이 바리때(발우)를 메고 독경을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온다. 사람들은 준비해 온 찰밥(카오니아오)을 조금씩 떼어 스님들에게 공양하는데 관광객들도 참여할 수 있다.
루앙프라방에는 불교문화 유적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푸시탑은 배낭여행자들이 노을을 보기 위해 즐겨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메콩강과 루앙프라방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푸시탑에 오르기 위해서는 328개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시내 전경이 한눈에 잡힌다.
꽝시폭포는 신나는 루앙프라방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시내에서 20여㎞ 떨어진 꽝시산에 위치하고 있다. 오래된 거목으로 뒤덮인 울창한 숲을 지나면 비밀의 풍경처럼 폭포가 드러난다. 폭포 아래의 연못과 계곡에서 여행자들은 물놀이를 즐긴다. 특히 폭포 주변의 나무에 만들어놓은 다이빙대에서 젊은이들은 연거푸 물속으로 뛰어든다. 모험과 스릴을 좋아하는 젊은 여행자들이 특히 좋아한다.
루앙프라방을 가로 질러 흐르는 메콩강도 매력적이다. 특히 선셋 크루즈를 타고 메콩강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루앙프라방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열대몬순기후 지역인 라오스의 사람들은 낮보다 밤에 더 활기차다. 이런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야시장이다. 야시장은 어스름이 거리에 깔릴 무렵 시사방봉 거리에서 열린다. 10분 전만 해도 툭툭과 오토바이가 요란하게 지나다니던 거리가 어느새 기념품을 팔기 위해 좌판을 벌여놓은 상인들로 가득 찬다. 라오스 전통 문양을 새겨놓은 옷감과 지갑, 종이로 만든 실내등, 촉감 좋은 실크 스카프, 맥주 상표를 그려 넣은 갖가지 색깔의 티셔츠, 나무로 만든 코끼리 조각, 직접 재배한 차 등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루앙프라방은 다양한 라오스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라오스인들이 옛날부터 즐겨 먹은 빠덱(젓갈), 땀막훙(파파야 샐러드), 카오니아오(찹쌀밥), 삥빠(생선구이), 삥까이(닭구이), 카오삐약(쌀국수) 같은 음식들이 있다. 이 외에도 여행자 거리에는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중국식 요리점이 즐비하다. 현지인에겐 비싼 편이지만 외국인이라면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서양 음식값은 한국에서 먹는 가격의 반도 안 되는 착한 가격이다. 라오스 맥주인 비어라오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맛에서 뒤지지 않는다. 현지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맛과 품질을 인정한다.
식민지 시대에 한 프랑스인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베트남 사람들은 벼를 심고, 캄보디아 사람들은 벼가 자라는 것을 보며, 라오스 사람들은 벼 익는 소리를 듣는다.” 라오스는 베트남과 같은 어수선함을 떠나 조용히 관조하며 살기에 적당한 땅이라는 뜻일 것이다. '루앙프라방은 딱 이 말에 어울리는 그런 도시이다. 라오스의 수도는 비엔티안이지만 솔직히 비엔티안은 볼거리도 먹거리도 즐길거리도 별로 없다. 오히려 루앙프라방이 훨씬 더 매력적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꼭 한번 가봐야 할 그런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