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정보통신기술)가 점차 발달하면서 금융과 IT 기술을 접목한 ‘핀테크’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핀테크는 금융을 의미하는 ‘파이낸스(Finance)’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하나로 합쳐진 합성어다.
기존에도 금융과 IT의 결합은 있었지만 인터넷 뱅킹이나 모바일 뱅킹 등 금융 거래를 좀 더 간편하게 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최근 핀테크는 금융 기업에만 국한됐던 영역을 넘어 비금융 기업들도 자유롭게 금융 관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금융과 IT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핀테크 산업의 대표적인 사례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세계적으로도 알리페이, 구글월렛, 애플페이, MS페이 등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핀테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속속 핀테크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번호를 일일이 입력하지 않고도 모바일·온라인 쇼핑몰에서 간편하게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간편결제서비스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페이를 비롯해 네이버의 'N Pay', SK플래닛의 시럽페이, 신세계의 SSG 페이,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 인터파크의 '엘로베이',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 등 모바일·통신·포털·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일제히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하다'는 것. 어떤 서비스든 가입 절차는 2~3분이면 끝난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으로 본인인증을 받은 뒤 신용카드와 결제용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한 번 정보를 저장해두면 다음 번에는 일일이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입력할 필요가 없다. 사전에 설정해둔 비밀번호만 넣으면 수초 만에 결제가 끝난다
간편하지 않은 간편결제 서비스
하지만 간편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격으로 난립하면서 간편결제 서비스가 전혀 '간편하지 않은'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500만명이 회원 가입한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쇼핑몰 '옥션' ,'지마켓' ,'11번가' '네이버쇼핑','인터파크','티켓몬스터'등에서는 쓸 수 없다. 옥션·지마켓에서는 스마일페이, 11번가에서는 시럽페이, SSG.COM에서는 SSG 페이, 네이버쇼핑에서는 'N Pay', 인터파크에서는 '엘로페이' 라는 해당 회사의 간편결제 서비스만 사용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도 스마일페이, 시럽페이, SSG 페이, N pay, 엘로페이는 쓰지 못하고 카카오페이만 써야 한다. 서로 자신들의 사업 영역 안에서 '성벽'을 쌓고 다른 회사 서비스를 아예 쓸 수 없도록 막아놓은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개선될 것 같지 않다는 것. 지난달 15일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삼성전자의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계열 매장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삼성페이의 가장 큰 장점은 오프라인 매장에 설치된 일반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에서 모두 쓸 수 있다는 것인데, 정작 매장에서는 이를 받아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가 지난달 23일 출시한 'SSG페이'는 신세계 관련 매장에서는 모두 쓸 수 있다. 유통업계 강자인 롯데그룹 역시 롯데백화점·롯데마트 등 자사 매장에서만 사용 가능한 '엘페이(가칭)'를 연내에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도 자사 매장에서만 사용가능한 간편결제서비스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나마 현재 CJ몰·현대H몰·교보문고·ABC마트 등 10만여 곳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페이나우나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해 CJ몰, H몰, 위메프, 스타벅스, 파리바게뜨, 홈플러스 등 약 20만 개의 가맹점을 확보한 NHN엔터테인먼트의 페이코의 경우는 상황이 좀 나은 편이지만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서로 자신들의 사업 영역 안에서 '성벽'을 쌓고 해당 회사의 간편결제 서비스만 사용 가능하게 하고 다른 회사 서비스를 아예 쓸 수 없도록 하는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이들 서비스들의 미래도 불투명하긴 마찬가지
결국 현재의 대한민국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간편결제라고 다들 홍보하고 있지만 저마다 전용 서비스만 쓰도록 해 놓아서 실제로는 '칸막이 결제'"나 별반 다름없는 것이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이용하고자 하는 온라인/오프라인 매장별로 각기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에 일일이 따로따로 새로 가입해야 하고 간편결제 앱을 설치하고 각각 신용카드 정보를 일일이 등록해야 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서 선물하기를 하려면 카카오페이를, 이마트에서 장을 보려면 SSG페이도 따로 깔아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너무나 많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우후죽순격으로 계속 생겨나다 보니 소비자들입장에서는 가입해야 할 간편결제 서비스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결과 간편결제 앱을 깔아서 몇 번 써봤지만 정작 못 쓰는 곳도 많고, 새로운 서비스를 설치하라는 곳만 많아지면서 오히려 더 불편한 서비스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간편결제보다 앱카드가 더 편리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간편결제보다 기존의 앱카드가 더 편리한 경우가 많다.신용카드를 1-2장 정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라고 한다면 간편결제 서비스보다 앱카드가 훨씬 더 편리하다. 예컨대 현대카드 앱카드 앱을 다운받아 신용카드를 등록하면 카카오톡의 선물하기는 물론 온라인 쇼핑몰 '옥션' ,'지마켓' ,'11번가' '네이버쇼핑','인터파크' 등 모든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하는 절차도 간편결제랑 다름이 없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으로 본인인증을 받은 뒤 신용카드와 결제용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 한 번 정보를 저장해두면 다음 번에는 일일이 신용카드 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입력할 필요가 없다. 사전에 설정해둔 비밀번호만 넣으면 수초 만에 결제가 끝난다. 이 때문에 본인은 자사 서비스내에서 쓸 수 밖에 없는 칸막이식 간편결제 서비스보다 앱카드를 선호하고 있다.
간편결제의 성공은 범용성에 있다
이상태로 가면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간편결제의 성공 핵심 인자인 '범용성'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공멸 할 수 밖에 없다.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들이 이처럼 파편호되어 있는 반면 해외는 다르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텐페이' 정도만 있으면 어디서든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백화점·쇼핑몰·대형 마트 등과 폭넓게 제휴가 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롯데백화점에서도 알리페이를 쓸 수 있을 정도다.
미국 역시 애플의 애플페이나 페이팔 정도만 있으면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이 없다. 애플페이는 아이폰을 결제단말기에 갖다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진다. 맥도널드·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음식점부터 미국 최대의 약국 체인 월그린 등 미국 내에서만 100만여개에 달하는 가맹점을 확보한 상태다.
모든 플랫폼을 아우를 수 있어야 진정한 간편결제 서비스이다. 지금처럼 각자 자신들의 사업 영역 안으로만 칸막이를 치고 있으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서비스가 나오기 어렵다. 결국에는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애플의 애플페이나 페이팔,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등과 싸움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들 서비스들이 국내에 안 들어온다는 보장이 없다. 정말 이러다 공멸하는 것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