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전통 음식 중에 빙떡이란 것이 있다. 처음엔 낯설지만 알게 될수록 정이 가는 제주의 물산 가운데 하나로, 쌀이 아닌 메밀로 만든 떡이다. 옥돔이나 흑돼지는 육지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제주도를 찾아가지 않고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제주만의 진짜 향토음식이다.
빙떡은 메밀 반죽에 무채를 넣어 빙빙 만 것인데 '빙빙 만다'고 해서, 또는 '빙철(빙떡이나 전을 지질 때 사용하는 번철)'에 짓는다 하여 빙떡이라 부른다고 한다.
기름지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내게 담백한 맛을 알려주는데다 제주인의 지혜까지 깃들어 있는 대표적인 제주의 전통떡 빙떡은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돼지비계로 지진 전에 무채를 넣고 말아 만든 떡으로 700여 년의 전통을 가진 오래된 떡이다. 빙떡은 썰지 않고 그냥 먹는데 메밀전의 담백한 맛과 무숙채의 삼삼하고 시원한 맛이 어우러져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제주의 별미 음식.
메밀은 쌀에 익숙한 대부분의 지방에서는 그다지 주목을 끌지 못하는 곡식이었으나, 강원도와 북부지방의 산악지대와 제주처럼 돌이 많고 척박한 땅에는 더없이 잘 자라는 좋은 작물이었다. 배고픈 시절 이 메밀을 섭취하게 위해 제주인들이 고안해낸 과학적인 음식이 바로 빙떡이다.
빙떡의 '소'로 사용되고 있는 '무'에 제주 사람들의 지혜가 숨어 있다. '무'는 소화효소가 아주 풍부하여 소화가 잘 안 되는 메밀의 독성을 상쇄시키는 더할 나위 없는 찰떡궁합 식재료. 이후 빙떡은 그 옛날 늘 식량난에 허덕였던 제주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식량원이 되었다고 한다. 제주의 관혼상제 때 널리 이용되어온 음식이며 경조사는 물론, 명절과 제사의 단골이었다.
빙떡은 그 속을 살짝 들여다보면 참 단출하고 소박하다. 맛도 그렇다. 처음에 먹을 땐 그냥 밍밍한 맛만 느껴진다.도대체 이 맛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 아삭한 맛? 고소한 맛? 심심한 맛?' 그래서 처음 맛을 보는 사람들은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는가 하고 고개를 가로젓기 일쑤다. 심지어 제주에서 가장 맛없는 음식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빙떡은 메밀과 무의 절묘한 조화로 어우러진 음식으로 복잡한 조리 과정 없이 단순한 요리법으로 재료의 맛을 고스란히 살리고 있어 은근히 중독성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