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소리와 소리가 만나 만드는 소리 '퓨전의 소리'

想像 2011. 8. 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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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특성은 무척 다양하다. 무엇보다 소리와 소리가 만나면 또 다른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하나 둘씩 모여 거대한 새로운 소리를 창조한다. 합창은 각기 다른 색깔의 목소리가 모여 거대한 새로운 목소리를 창조한다.

뿐만 아니라 전혀 색깔이 다른 이질적이기만 한 소리와 소리가 만나 새로운 소리를 창조하기도 하는데 그게 '퓨전의 소리'이다. 클래식과 국악이 만나기도 하고 국악과 재즈가 만나기도 하고 클래식과 재즈가 만나기도 한다.

지금도 우리는 많은 '퓨전의 소리'를 만나고 있고 '퓨전의 소리'를 즐기고 있는데 오늘 누구나 알 만한 멋진 '퓨전의 소리'들을  소개해 본다. 


숙명 가야금 연주단 - 캐논변주곡 All for one


대림 e-편한 세상 광고. 혹시 기억나세요? 한때 UCC 1위에 오르기도 한 유명한 광고이다. 이 광고는 국악장단에 맞춰 펼쳐지는 비보이공연을 멋드러지게 보여줬다. 가야금 연주단이 파헬벨의 캐논변주곡을 통일되고 절제된 연주를 시작하면, 비트박스로 박자를 넣기 시작하고, 가야금과 비트박스가 만드는 절묘한 어울림에 맞춰 국내 최고의 비보이댄스팀 ‘라스트포원(Last for one)’의 춤이 가세하는 이 광고를 보고 본인은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 탄성은, 충돌할 것만 같은 케논 변주곡과 가야금, 그리고 비보이와 비트박스가 역동적으로 화해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오는 것이었다.



케논변주곡을 가야금으로 연주한 이 단체는 숙명 가야금연주단이다. 기존 국악은 ‘한’에만 얽매여 대중에게 부담스러운 음악으로 인식되었지만 이들에 의해 국악도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인식된 셈이다. 이들은 가야금이란 악기로 우리 고유의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비틀즈의 ‘Let it be’, ’Hey Jude’같은 히트곡이나 남미 음악 ‘Quizas, Quizas, Quizas’, 심지어 중어권 가수 등려군의 ‘첨밀밀’까지 연주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이전까지 발매한 4장의 앨범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곡들을 모은 베스트 음반으로 국악은 물론 클래식과 팝송까지 다양한 장르의 13곡이 담겨진 음반 ‘포 유’는 2만장 넘게 팔렸고, 캐논변주곡은 온라인 음원시장의 각종 내려받기 순위에서 오래도록 국악부문 선두를 차지하며 1억원이 넘는 수익을 냈고, 이들의 최근 베스트 음반은 국악 분야에서 3개월 이상 음반 판매량 1위를 차지했으며 이들의 공연은 거듭 매진행진을 했을 정도다. 아니, 이런 발칙한 국악단체가 있었던가!

숙명가야금연주단은 이러한 퓨전의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혁신을 시도했다. 이른바 ‘전통(tradition)+혁신(innovation)’을 뜻하는 ‘트리노’(TRINO)의 세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들이 연주하는 곡들은 철저하게 대중친화적인 곡들로 채우지만 캐논변주곡에서처럼 비보잉과 비트박스 등 다른 요소들을 훨씬 많이 집어넣어 신성한 충격을 유발하는 융통성을 보인다. 한마디로 고정관념을 가뿐하게 깨는 신선한 발상이 대중들에게 먹혀들었던 셈이다.


Bobby Mcferrin의 'AIr'

'보이스 퍼포먼스-Voice Performance-를 예술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린 독보적인 존재, 보컬 비루투오조' 바비 맥퍼린(Bobby Mcferrin)은 현대 음악계에서 가장 기이한 음악인으로 통한다. 순간적으로 최저음의 음역에서 높은 음역까지 자유자재로 옮겨다니며 구사하는 그의 목소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출난 스타일이다. 

재즈 뿐 아니라 팝, 클레식 등 음악 전반을 아우르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도무지 혼자서 내는 소리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다층(多層)적인 목소리를 구사한다. 목소리로만 완벽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구사하는 그는 가히 보컬의 기인이다.

특히 바비 맥퍼린은 클래식과 재즈의 본격적인 접목을 시도하며 한층 음악적 지평을 넓혔다. 첼리스트 요요마와 함께 1992년 발표한 <Hush>는 클래식 차트에 2년 넘게 머무르는 대성공을 거뒀고, 국내 각종 CF 배경음악과 라디오 방송 삽입 음악으로도 인기를 얻었다.

특히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3번, D장조 BWV 1068 - AIr(일명 G선상의 아리아)를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으로 재창조하는 'Air"는 바흐의 음악과 요요마의 첼로소리, 바비 맥퍼린의 목소리가 만나 충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준다. 




Klazzbrothers & Cubapercussion의 'Mozart Meets Cuba'

모차르트가 이 음악을 듣는다면 뭐라고 했을까. 궁금해 진다. 아무튼 모차르트 음악을 이렇게도 연주할 수 있구나. 그리고 재즈로 쿠바음악으로 재해석해 탄생한 모차르트 음악이 이렇게도 멋지다니 하는 감탄사가 연발한다.

클래식과 재즈 연주를 전문으로 하는 독일의 3인조 그룹 클라츠 브라더스와 쿠바의 퍼커셔니스트 2인으로 구성된 '클라츠 브라더스 & 쿠바 퍼커션'은 클래식과 쿠바음악의 신선한 만남을 시도하여 큰 인기를 얻고 있다. [Mozart Meets Cuba]는 모짜르트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여 발표한 앨범. 모짜르트의 명곡들이 완전하게 새로운 클라츠 브라더스 & 쿠바 퍼커션만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켠 명반중의 명반으로 꼽힌다. "GUANTÁNAMERITMO - 피아노 소나타 c단조 K457"를 한번 들어보자. 기가 막힌다. 



이외에도 소개드리고 싶은 멋진 '퓨전의 소리'가 많지만 '이리 오너라 UP GO 놀자!’ 란 주제로 2011년 9월 30일부터 10월4일까지 5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 전주시일원에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멋진'퓨전의 소리'를 즐겨 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이번《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는 '김형석 피아노맨 with Friends'나 '박칼린의 소리뮤지컬콘서트', '소리프론티어'등 다양한 '퓨전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김형석 피아노맨 with Friends'은 국악과 대중음악이 한자리에서 어우러지는 특별 콘서트. 한국 대중음악계 스타 작곡가 겸 프로듀서 김형석이 그의 음악적 동반자인 강은일(해금), 최대 규모의 대중가수 오디션 ‘슈퍼스타K’의 히로인 장재인, 감미로움의 대명사 성시경 등과 함께 꾸미는 무대이다. 신명나는 음악 경연 잔치인 '소리프론티어'는 과감한 실험정신과 개척자 정신으로 똘똘 뭉친 신진 국악인들을 발굴하고 초청하는 ‘음악경연잔치’다.

(이글은 2011 전주세계소리축제 블로그 기자단으로 쓴 글입니다. 원문은 http://blog.sorifestival.com/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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