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s - Book 1, L. 110 & Book 2, L. 111
Claude Debussy, 1862~1918
1904년부터 1905년에 [영상] 1집 3곡이 작곡되고, 2년 후인 1907년에 2집의 3곡이 작곡되었다. 2년 전에 작곡한 [판화]에서 피아노의 새로운 표현법을 탐구하고 소위 인상주의적인 피아노 서법을 확립한 드뷔시는 1905년, 관현악을 위한 3개의 교향적 소묘인 [바다]를 완성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경지를 확립했다. 몇 년 뒤 그가 작곡한 전주곡은 그의 피아노 어법의 결정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앞선 이 [영상]이야말로 드뷔시의 모험적 진취성과 치밀한 구조력, 밀도 높은 묘사력이 처음으로 돋보인, 진정한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를 지시하는 이정표라고 말할 수 있다.
드뷔시의 격정적인 패기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이 두 권으로 구성된 [영상] 곳곳에서 나타나며 생기 있고 활기차며 풍부한 표현력이 피아노 음악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묘사해낸다. 피아노 음악의 영역에서 리스트나 쇼팽은 아름다운 선율과 선율의 전개, 다이내믹한 표현으로 새로운 기법을 개척했지만 드뷔시는 이제 각각의 피아노 음들에 서로의 연관성을 갖게 된다. 서로 울려 나올 때에는 독립된 음이지만, 이것들이 공간에 울려나오면서 우리는 묘한 어울림을 느끼게 된다. 여기서 바로 점묘주의적인 드뷔시의 음악 어법을 확인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색감의 변화뿐만 아니라 음의 배열에 따른 원근감까지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점이 바로 [영상]을 비롯한 드뷔시의 음악을 인상주의 음악이라고 보편적으로 지칭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일 것이다.
1집은 1906년 3월 국민음악협회 연주회에서 리카르도 비녜스가 연주하여 호평을 받았고 2집은 1908년 2월 세르클 뮤지칼의 연주회에서 역시 리카르도 비녜스에 의해 초연되었다. 특히 2집은 조각가 알렉상드르 샤르팡티에(1곡), 음악 평론가인 루이 라루아(2곡), 피아니스트 리카르도 비녜스(3곡)에게 헌정되었다. 몇 년 뒤 드뷔시는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위한 모음곡을 작곡했다. ‘지그’, ‘이베리아’, ‘봄의 론도’로 구성된 이 모음곡은 새로운 오케스트라의 효과를 보여주는 명곡임은 분명하지만 피아노를 위한 영상과는 음악적으로나 의미적으로 그다지 큰 연관성은 갖고 있지 않다.
1집
1곡 Reflects dans l'eau 물의 반영
섬세한 아르페지오의 아름다움은 회화적으로 빛과 그늘로 이어지고 물의 반영(反影)이 반짝이면서 흔들리는 시적인 정서를 정한다. 빠른 움직임의 악구는 물에 비치는 잔물결의 속삭임까지 표현하고 있다. 미립자화된 음 그 자체가 펼쳐내는 자율적인 세계가 신비로운 인상을 준다.
2곡 Hommage a Rameau 라모를 찬양하며
‘사라방드 스타일로 연주하되 너무 엄격하지 않게’라는 지시어가 붙어 있는 느린 곡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천재 음악가인 라모에 대한 드뷔시의 존경이 오롯하게 표현되어 있다.
3곡 Mouvement 움직임
음색의 효과적인 실험을 하기 위해 리듬을 지속적인 진동으로 대체하고자 한 드뷔시의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곡. 반복되는 8분음표와 셋잇단음표의 웅성거림이 리듬과 속도를 부채질하여 움직임의 빠른 시각적 진행을 청각적 인상으로 환원시킨다. 리듬의 반복이 운동과 힘의 전진을 느끼게 하며 경쾌하고 활기찬 표현으로 이루어져 있는 일종의 토카타로서, 후일 벨라 버르톡이나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예견한다.
2집
1곡 Clothes a travers les feuilles 잎새를 스치는 종소리
4/4박자의 렌토. 곡의 첫머리에서 물의 반영과 같은 테크닉을 사용하여 유동적인 움직임을 통해 리듬의 윤곽을 흐리게 하고 화성에 베일을 씌워 침묵하게 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리듬과 화성의 재조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작품은 실제의 종소리와 머릿속에 기억되어 있는 나뭇가지의 흔들리는 잎사귀들의 이미지가 결합하여 새로운 상징을 이끌어낸다. 드뷔시의 [영상] 가운데 회화적인 이미지와 청각적인 효과가 가장 실제적으로 드러난다.
2곡 Et la descend sur le temple qui fut 황폐한 사원에 걸린 달
드뷔시는 이 곡에서 화성을 멜로디처럼 사용하면서 고대의 선법을 새롭게 양식화했다. 평론가인 라로이는 내적 응축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그의 이러한 작곡 기법을 높이 칭송했다. 명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화성의 흐름이 묘한 색채감과 쓸쓸한 공간에 위치한 달의 낭만적인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생성한다. 특히 마지막 화음은 개별화된 음 자체들이 수직적으로 중첩된 강도가 표현된 대목으로서 후일 등장한 슈톡하우젠의 음악어법을 예고하고 있다.
3곡 Poissons d'or 금빛 물고기
작곡가의 작업실에 놓여 있는 중국산 칠기로부터 받은 인상을 음악화한 곡으로서, 옻칠 위에 새겨진 금박의 물고기의 움직임과 그 주변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눈부신 토카타로서 밝고 빠른 움직임과 물을 튀기는 듯한 잔상이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리스트의 [에스테 장의 분수]와 인상주의적 피아노 기법의 최초의 성공작으로 일컬어지는 라벨의 [물의 유희]를 잇는 훌륭한 작품으로서, 음색의 변용과 복잡한 화성, 강도, 리듬 등에 대한 드뷔시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교묘하면서도 철저하게 통합되어 있다. 연주자에게 고도의 비르투오시티를 요구하는 난곡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