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라는 어린 나이에 그 고사리 손으로 로스트로포비치 콩쿨에서 우승을 일궈냈던 천재소녀. 이후 첼로라는 이 제법 육중한 악기를 들쳐메고 짊어지고 주세페 시노폴리, 로린 마젤, 주빈 메타 등의 거장들과 협연하며 로스트로포비치를 사사한 한국의 멋진 딸. 그렇다 장한나가 바로 그녀다.
1982년생으로 이제 겨우 24세에 불과한 그녀. 하지만 음악을 처음 배우기 시작한 것은 21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세 살때였다. 그녀는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살이 되었을 때 재클린 뒤프레가 연주했던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듣고 방향을 바꿨다. 재클린 뒤프레의 젊은 바이올린과 노대가 존 바비롤리경의 원숙한 예술혼이 성공적으로 결합했던 이 작품에 불과 6 세의 소녀가 어떤 감동을 발견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인가. 그녀는 이 앨범의 특별함에 매료되었고 곧 첼로의 길로 들어섰다.
7세에 국내 콩쿨에 우승하고 8세에는 서울시향과 협연해 하이든 첼로협주곡을 연주하기도 했던 그녀는 로스트로포비치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 참가했던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콩쿨에서 12 세의 나이에 우승하고야만다. 이쯤되면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천재라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 그녀의 이 모든 모습을 설명하는 것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다르게 설명할 방법도 없지 않은가.
장한나가 그간 협연한 교향악단은 베를린 필, 뉴욕 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드레스덴 스타츠카펠레, 밀라노 라스칼라 오케스트라, 이스라엘 필, 런던 심포니 등으로 셀수 없을 정도이고, 협연의 지휘자는 주세페 시노폴리, 로린 마젤, 리카르도 무티, 샤를르 뒤트와,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세이지 오자와, 마리스 얀손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주빈 메타, 제프리 테이트 등 우리시대 최고의 거장들이다.
1996년 펭귄가이드 서문을 보면 뛰어난 기악연주자를 언급하면서 ‘from Chung to Chang’이라는 말이 보인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경화에서 장영주로 이어지는 한국 현악 연주자들의 엄청난 기량을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겠지만, 장에는 사라 장 뿐만 아니라 한나 장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올해 장영주가 뉴스위크 선전 21 세기를 이끌 20 명의 여성에 선정된데 이어 장한나는 그라모폰지가 선정한 가장 기대되는 젊은 음악가 20 인에 선정된 것도 우연한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