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Gynt Suite No.2, Op.55 - 4. Solveig's Song
Edvard Grieg, 1843 - 1907
에드바르 그리그가 노르웨이의 문호 헨리크 입센의 연극 《페르귄트》에 부수음악으로 완성했던 23곡 중 8곡을 간추려 재구성한 관현악 모음곡이다. 북구의 애수와 서정이 전편을 장식하는 명곡이자 노르웨이 음악을 상징하는 명곡 중 하나이다.
20대에 이미 피아니스트로 유명했던 그리그는 작곡가로도 계속 성장을 해나갔는데, 1874년 그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는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노르웨이의 문호 헨리크 입센이 그에게 직접 자필편지를 통해 무대에 올릴 예정인 연극 《페르귄트》의 극 부수음악을 의뢰했던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그리그는 입센과 1866년 만난 적이 있는데, 이때 이미 입센이 그에게 페르귄트에 대한 구상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그리그의 나이는 서른 한 살이었는데, 이때는 음악가로서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던 시기였다. 무엇보다 1869년 발표했던 피아노 협주곡이 유럽 각국에서 성공을 거둔데다가 자신의 우상이었던 프란츠 리스트에게까지 칭찬과 격려를 받자, 자신감이 한껏 고조되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입센의 제안을 받고 그리그는 고민에 빠진다.
우선 현실적인 문제는 그가 이 곡을 제안받기 전에 이미 오페라 작곡을 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와 작업 중인 극본가가 입센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였던 비에른스티에르네 비에른손이었다. 만약 그리그가 입센의 작품을 작곡하게 될 경우 비에르손과는 등을 지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리그는 이를 감수하고 평소 존경하던 입센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2년간의 노력 끝에 1875년 가을 곡을 완성하였다.
입센은 곡을 마음에 들어했고, 본격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 연극 페르귄트는 1876년 2월 24일, 오슬로의 크리스티나 극장에서 초연되어 성공을 거두었다. 공연의 성공에는 극본보다 음악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 정작 그리그 본인은 이 곡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았으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이 곡으로 일약 노르웨이의 국민 음악가로 급부상하며 죽을 때까지 그 명성을 이어갔다.
이후 연극 페르귄트는 꾸준히 무대에 올랐으며, 그리그는 일곱 차례나 개정 작업을 거치며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1888년에는 그 중 4곡을 골라 제 1모음곡(Op.46)으로 선보였는데, 이 또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고무된 그리그는 다시 1892년 4곡을 추가로 골라 제 2모음곡(Op.55)을 완성하였다.
처음에는 피아노 이중주로 완성했으나 곧 관현악용으로 수정했다. 이후 관현악본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 버전은 잊혀지고, 오케스트라에 의한 연주가 주를 이루었다. 오늘날 모음곡으로 연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나 그에 못지않게 애초 극음악에 있는 전곡 중에서 지휘자가 임의로 발췌해 연주하는 경우도 많다.
게으른 몽상가 페르귄트의 방랑과 모험으로 점철된 파란만장한 인생과 그런 그에게 지고지순한 사랑을 바친 솔베이그의 이야기를 그려낸 《페르귄트》는 노르웨이의 민속 설화를 바탕으로 한 희곡작품이다. 이것의 연극 공연을 위해 작곡된 부수음악은 드라마의 전개와 함께 이어지다가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 중 8곡을 발췌해서 편곡하고 재구성한 모음곡은 스토리에 구애받지 않는 하나의 독립된 음악작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제2모음곡
제1곡 ‘신부의 약탈과 잉그리드의 탄식(The Abduction Of The Bride, Ingrid's Lament)’, 2곡 ‘아라비아의 춤(Arabian Dance)’, 3곡 ‘페르귄트의 귀향 (Peer Gynt's Homecoming)’, 4곡 ‘솔베이지의 노래(Solveig's Song)’로 구성되었다.
제4곡 ‘솔베이지의 노래’는 전편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라 할 수 있다. 본래 성악곡이지만 모음곡에서는 기악곡으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이 곡은 독립된 가곡처럼 불려지기도 하고, 다양한 편성에 의해 연주된다. 페르귄트를 향한 순수하고도 간절한 사랑을 녹여낸 노래는 기품이 있으면서도 애절한데, 멜로디는 노르웨이의 민요에서 영향을 받았다. 가사는 다음과 같다.
“그 겨울 지나 봄이 가고 봄이 또 가고 여름 또한 가면 한 해가 저무네/ 또 한 해가 저무네. 그래도 난 안다네 당신이 돌아오리라는 것을/ 약속한 대로 기다리는 나를 당신은 찾아오리/ 신께서 보살피리니 홀로 방황하는 당신을, 홀로 방황하는 당신을/ 신께서 힘을 주리니 보좌 앞에 무릎 꿇은 당신에게, 보좌 앞에 무릎 꿇은 당신에게/ 당신이 지금 하늘에서 나를 기다리더라도, 하늘에서 나를 기다리더라도/ 우린 다시 만나 사랑하고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