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 부는 소년 (Le Joueur de fifre), 1866
마네(Edouard Manet, 1832~1883)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이자 모더니즘 회화의 선구자로 거론되는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1832~1883)의 ‘피리 부는 소년’은 단 1명의 소년만 등장하는 매우 간결하고 파격적인 초상화 작품입니다. 그 시절의 초상화는 화려하고 장식적인 요소를 많이 배치해 주인공을 빛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마네는 모든 배경을 일절 생략합니다.
또 그림 속에 실물 크기의 소년을 초상화 형태로 꽉 차게 그린 점이 주목됩니다. 마치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인물사진 같습니다. 너무 파격적인 시도라 살롱전에서 낙선한 작품이지만 지금은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을 대표하는 수작으로 꼽힙니다. 당시 스페인에서 갓 돌아온 마네는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에서 배경이 텅 비어 있는 벨라스케스의 초상화 작품을 보고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은 프랑스 근위대의 고적대 소년병입니다. 당시 마네의 아틀리에가 파파니에르 병영 근처에 있어 황실 근위대의 소년 병사가 포즈를 취해줬다고 합니다. 소년은 허리춤에 금빛 피리통을 차고 두 손으로 30cm 길이의 검은색 피리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동전만한 금빛 단추가 여러 개 달린 검은색 상의와 바깥쪽으로 검정 세로줄이 있는 빨간색 하의를 입고, 검은색 바탕에 가운데로 붉은색과 노란색 줄무늬가 있는 근위대 모자를 쓰고 있습니다. 단정한 제복과 소년의 앳된 얼굴이 대조를 이루며, 금빛 피리통과도 멋진 조화를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그림의 모델이 여성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올랭피아’ ‘풀밭 위의 점심’ 같은 마네의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 모델 빅토린 모렝이라는 것입니다. 주인공의 발그레한 볼을 보면 사춘기 소년 같기도 하고 남장한 여자 같기도 합니다.
화폭 한가운데 자리한 소년은 정면을 바라본 채, 연주하기 좋은 자세를 잡으려는 듯 오른발로 중심을 잡고 왼발은 앞으로 살짝 빼고 서 있습니다. 이는 콘트라포스토(삼곡 자세)의 안정된 자세로 좌우 균형을 잘 이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손과 발 부분을 빼고는 그림자가 전혀 없는 평면적인 묘사에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빛이 화면 정면을 비추고 있기 때문에 피리부는 소년의 그림자나 인물의 실체감을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색의 면도 견고한 물체나 비어 있는 공간의 표현과는 관계없이 자신만의 분명한 윤곽을 가지고 있다. 사물의 형태나 음영에 의존하지 않고, 색채의 대비를 통해 형태감과 공간감을 나타낸 작품입니다,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네는 이런 표현들을 통해 무엇을 의미하려 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마네는 자신이 그린 대상보다 그림 자체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네는 캔버스 위에 색에 대한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법을 표현하였다. 특히 마네는 빛에 의한 미술을 색채에 의한 미술로 바꾸어 놓았고, 화면을 꿰뚫어 보는 것에서 화면 자체를 보는 것으로 변화시켰다. 그 당시 마네의 이러한 표현들은 혁명적이었으며, 주위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