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 실상사(實相寺)는 지리산 자락이 잠시 쉬어가며 만들어 놓은 너른 평지에 자리잡고 있어, 유서 깊은 사찰답지 않게 수수한 이미지의 사찰이다. 실상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선종 가람으로 알려져 있다. 통일신라 말기의 불교 종파를 5교 9산이라 부르는데, 우리나라 불교의 양대 산맥인 교종(5교)과 선종(9산)의 종파를 이르는 말이다. 이중 선종은 통일신라 말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이 실상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당나라에 유학하고 돌아온 증각대사에 의해 선종을 표방하는 사찰로 문을 열었다. 조선시대 정유재란 때 화재를 입어 200여 년 동안 폐허로 남아 있었고, 승려들은 백장암에서 머물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숙종 때 다시 지었고 고종 때 화재를 입어 작게 지은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