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앞뒤 못가리는 정부의 한국형 OS 개발 선언

想像 2011. 8. 2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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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이 22일 과천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대응하는 한국형 운영체제를 대기업들과 손을 잡고 공동 컨소시엄 형태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10월초에 출범하는 제3차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를 통해 삼성과 LG 등과 공동 컨소시엄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540억원을 지원하는 이번 컨소시엄의 목표는 3년내 한국형 OS 개발이다.

김재홍 실장은 "스마트폰 제조시장 경쟁이 애플 삼성의 2강구도에서 향후 OS의 중심의 애플-구글 -MS(노키아) 3강 구도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느때보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형성이 중요하다"면서 "삼성의 독자형 OS 바다도 폐쇄형인 탓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결국에는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공동 OS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삼성이 공동 OS 개발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이 매우 강했는데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합병(M & A) 이후 시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모바일 OS만을 보는 게 아니라 구글 크롬처럼 웹기반 OS 까지 내다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구글만 믿고 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면 김재홍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의 말은 일리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되짚어 보면 앞이 뭐고 뒤가 뭔지도 모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1. 조삼모사식으로 발표한 사안이 아니다


우선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은 한국형 OS 개발 문제는 조삼모사식으로 발표할 사안이 아니다.

지금 세계 모바일 산업계는 한치 앞을 못 볼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구글이 125억달러에 모토로라를 인수하고 HP가 PC사업부의 분사 및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에서의 사업 철수를 발표하고 MS가 노키아를 인수할 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분분한 상황에서  향후 세계 모바일 산업의 향배가 어떨게 바뀔지 예측 불가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독자 OS 개발을 추구하는 것이 정답인지? 아니면 구글과 MS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애플-구글-MS의 팽팽한 세력균형속에 와신상담 때를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HP든 RIM이든 해외의 OS관련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 나은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말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그것도 비공개적으로) 심사숙고한 후 결정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제대로 된 의견수렴 한번 없이 갑자기 한국형 OS 개발 선언을 하는 것은 한마디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이다.


2. 540억으로 될 것 같았으면 벌써 만들었다.

더 우스운 것은 제3차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를 통해 정부가 540억원을 지원해 3년안에 한국형 OS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가 540억이 없어서 구글 안드로이드와 같은 OS를 만들지 못했나? 삼성전자의 바다 OS가 지난해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5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음에도 올 2/4분기 세계 OS 점유율이 겨우 1.9%에 불과한데 무슨 수로 3년만에 한국형 OS를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는 애플이 iOS을 몇년만에 뚝딱해서 만든 것인줄 아나 보다. 수십년 동안 축적되어 온 경험과 기술력이 밑바탕에 있다는 것은 까마득히 모르는 듯,

정부는 이를 의식해서 구글 크롬과 같은 스마트 TV, 태블릿 PC 용 웹기반 공동 OS를 개발하면 승산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또한 모바일 OS란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구글과 애플도 UX측면에서 아직 완벽한 해법을 못찾고 있는 상황이라 모바일 OS 개발보다도 더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3.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형 OS'가  아니다.

또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금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한국형 OS'가 아니라는 것. 한국형 OS를 만들어 우리끼리 쓸 것 같으면 애시당초 이런 고민도 안 한다. 우리가 만들어도 전세계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OS가 되어야 한다는 점.한국형 OS 만들어 우리나라 스마트폰에 100% 다 깔아봐야 세계 시장 점유율이 몇%나 될까?. 지금처럼 개발하면 과거의 K-DOS나 WIPI꼴 날 것은 확실해 보인다.


4. 정부가 해야 할 일은 SW생태계 조성이다

또한 정부가 빠른 의사결정과 적응력, 그리고 창의적인 발상을 요구하는 IT산업에서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시대를 앞서가는 창의성에 있다. 관이 주도하면 나아질 것이라는 발상 자체가 이미 구시대적 틀을 벗지 못한 것이다. 

독자 OS 개발 및 향후 스마트 시대 대응전략은 삼성전자, LG전자, 팬텍 등 민간기업의 머리속에서 나와야 한다. 정부는 단지 조력자로서 이들의 전략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일은 망가질대로 망가진 국내 SW 생태계를 복원하고 키우는 것이다.

첫번째로 SW핵심인재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SW개발자는 3D직종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 대학의 SW관련 학과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들어오려는 신입생들이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 공학과나 SW관련 학과 박사과정은 정원미달이다. 우선 우수인재가 SW관련 학과에 몰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필요하다.

두번째는 창의적인 SW벤처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SW벤처들은 거의 죽어가고 있다. 창의적인 SW벤처기업들이 없이 독자적인 OS개발은 어불성설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도 '안드로이드'라는 조그만 SW벤처에서 출발했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스카웃해 오고 있는 SW개발인력들은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이나 티맥스소프트 등 국내 SW기업들에서이다. 만약 이들 기업이 없었다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은 어디서 SW개발인력을 구할 수 있었겠는가?

세번째는 단기성과 및 숫자놀음에 집착하는 R&D지원 풍토는 버려라

최근 정부의 R&D정책을 보면 단기 성과나 숫자 놀음에 얽매여 있는 듯하다. 얼마전 LG전자에 근무했던 분이 "LG전자는 아이디어가 구현될 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프로젝트 초기부터 투자수익률을 계산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런 풍토가 LG전자뿐이겠는가? 최근 정부의 R&D정책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여기엔 부하뇌동하는 정치인들의 언행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SW산업이 살려면 R&D부터 이러한 단기성과 및 숫자놀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구개발자들이 실상 연구에는 몰두 못하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면 돈타려 다니는 현재의 국내 과학기술계의 현실로는 독자 OS 개발은 요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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