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규제는 발빠르게, 규제 완화는 하세월

想像 2010. 10. 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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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를 보고 있으면 규세를 만드는데 발빠르게 움직이는 반면 규제를 완화하는데 하세월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나마 정부의 규제라는 것도 소비자들의 이익에 반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모바일 산업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은 조치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도 없는 조치들이다.


규제 신설에는 발빠른 정부


지난 5월 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 업체들은 유·무선을 구분해 각각 매출액 대비 22%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마케팅비를 지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통신회사들이 마케팅비를 과도하게 써서 콘텐츠나 설비 투자를 게을리하는 만큼 확실한 보조금 규제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2008년 폐지됐던 단말기 보조금 규제제도를 슬그머니 부활시켰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월 24일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했다는 이유로 이동통신 사업자들에게 과징금을 부과했다. 입법 절차도 없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의 이용자 차별(요금, 번호, 전기통신설비 등을 다른 이용자에 비해 부당하게 차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 조항을 동원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단말기를 살 때 27만원(가입자 1인당 평균 예상이익+가입자 1인당 평균 제조사 장려금을 합친 금액) 이상 보조금을 주는 건 위법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이통사가 번호이동으로 넘어온 고객에게 스마트폰 보조금으로 27만원 이상을 줬다면, 휴대폰을 자주 바꾸지 않는 중·장년층이나 농어촌 주민들과 심하게 차별한 것이니 규제받아 마땅하다는 이상한 논리를 펴고 있다.


규제 완화에는 하세월인 정부


그러나 이처럼 연거푸 규제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가 막상 규제를 완화하는 데 있어서는 하세월이라는 것이다. 애플 앱스토어,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 등 오픈마켓용 게임의 자율심의를 담은 게임법 개정안이 정부부처간 갈등과 안일하게 대응하는 국회탓에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상태이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된다고 해도 내년에나 개정안을 시행할 수 있어 오픈마켓에서의 게임등록 정상화는 내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의 후진적인 게임물의 사전심의 제도때문에 애플이 정부의 심의를 피해 한국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폐쇄하자 개발자들이 편법으로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올렸다. 하지만 애플이 이것조차 막으면서 한국 계정으로 등록한 이용자들은 게임 다운로드가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이 게임을 다운 받기 위해서는 서비스 계정을 바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앱스토어로 들어가 이중으로 등록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소비자의 이익에 반하는 정부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규제가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하는 점이다. 단말기 보조금은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는데, 정부가 서비스나 제품에 대한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일을 이익저해 행위나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것은 일반 시민의 상식으로는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이다. 이번 조치는 오히려 27만원의 보조금 상한선을 둠으로써 정부가 통신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꼴이 되고 있다. 또한 게임법 개정안이 지연되면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편법을 통해 게임을 다운받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고 있다.


산업육성 말로만 떠들는 정부


또한 정부의 이러한 규제조치나 규제 철폐 지연 행위는 스마트폰 활성화에 역행하는 짓이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 규제로 앞으로 소비자들은 90만원이 넘는 고가의 스마트폰 구매에 부담을 가지고 당연히 스마트폰 보급도 그만큼 주춤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스마트폰 쇼크로 한국이 위태롭다. 우리나라가 스마트폰 도입이 늦은 것은 정부와 기업 모두가 음성통화 위주의 현 시장에 안주해왔기 때문이다. 삼성과 LG의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 수준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국내 스마트폰 산업을 독려했다.

뒤늦게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경쟁력 있는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SK텔레콤, KT 등 통신사업자들도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요금인하, 다양한 요금제,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OPMD서비스 등을 실시해 스마트폰 사용 환경 수준을 높였다. 또한 늘어나는 데이터 트래픽에 대응하기 위한 4G(4세대) 통신망 투자계획을 앞당기고 와이파이망 투자도 늘리는 등 국내 스마트폰 산업이 이제 막 기지개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마케팅 비용 22%한도 규제에 이어 스마트폰 보조금 규제를 실시하는 것은 스마트폰산업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이다. 해외에서도 법으로 보조금 규제를 하는 나라는 그동안 핀란드가 유일했으나 3G(3세대)로 넘어오면서 '시장 활성화가 안 된다'는 이유로 폐지된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단말기 보조금 규제는 애플 아이폰4보다 갤럭시S 등 국산 스마트폰에 더 치명적인 독소가 된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갤럭시S가 애플 아이폰4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가격쟁쟁력 확보(더 싼 가격)가 필수적인 상황이며 따라서 탄력적인 보조금정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걸 규제하면 결국 애플 아이폰4만 좋은 일 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또한 정작 규제를 풀어야 할 곳에서는 규제를 안 풀어 산업 활성화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오픈마켓의 게임의 자율심의를 담은 게임법 개정안이 질질 끌면서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초 실시된 국내 오픈마켓에서의 게임 차단이 현재까지 지속되면서 국내 모바일 게임업체들의 매출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 1위 업체인 컴투스는 창업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 지난해 317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컴투스는 올해 402억원을 목표로 정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용 게임시장 차단에 따른 국내 시장 침체로 목표를 302억원으로 조정했다. 이제는 목표를 달성한다고 해도 마이너스 성장인 셈이다. 넥슨모바일 등 다른 모바일게임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산업을 활성화해야 할 정부가 앞장서서 산업 활성화에 찬물을 끼엊는 짓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규제 실효성도 없었다


단말기 보조금 금지 제도는 2000년 도입당시부터 2008년 폐지될 때까지 한시도 실효성 논란이 끝이지 않았습니다.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에 심지어는 영업정지까지 초강수 제재 조치가 총동원됐지만 단말기 보조금은 사라지지 않았다.

매출액 대비 22%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마케팅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지난 5월의 조치는 스마트폰 보조금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채 중·장년층이나 농어촌 주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피처폰의 할인혜택만 축소시켰다. 이번 단말기 보조금 규제 조치도 어떻게 보면  마케팅비 지출 22%이내 제한조치가 큰 실효성도 없이 부작용만 나았다는 정책적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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