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음악/올드팝송

Adele 3집 [25] (앨범 전곡 감상)

想像 2020. 10. 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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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의 3번째 정규 앨범 [25]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2012년의 싱글 'Skyfall'에 이은 3년 만의 신곡 발표였고, 앨범으로는 2011년 정규 2집 [21] 이 후 4년 만이다.

 

[25]에서 아델은 어느 때 보다 당당하게 자신을 노래하고 있다. 전 곡의 작사, 작곡, 연주까지 도맡았다. 히트메이커 프로듀서 진들을 영입시켰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온전히 지켜냈다. 이 현명한 조합으로 [25]는 R&B나 소울로 국한하기 보다는 컨템퍼러리 팝으로 통합해 말할 수 있는 앨범이 됐다. 여전히 '어제'를 테마로 한 덧없는 사랑, 지난한 삶에 대한 가사를 담고 있지만 이전 보다 희망과 빛이 가미되었고 비교적 건조하게 녹음됐던 [21]에 비해 사운드 톤의 경우도 전체적으로 물기를 머금고 있다.

 

 

Adele 25

 

01. Hello
02. Send My Love (To Your New Lover)
03. I Miss You
04. When We Were Young
05. Remedy
06. Water Under the Bridge
07. River Lea
08. Love in the Dark
09. Million Years Ago
10. All I Ask
11. Sweetest Devotion 


Hello

앨범을 재생하자마자 아델은 "Hello, It's Me."라며 운을 띄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우리에게 보내는 인사와도 같다. 톰 웨이츠(Tom Waits)의 명곡 'Martha'와 마찬가지로 과거 자신의 연인에게 전화를 거는 가사 내용을 담고 있는 곡이다. 아델은 자신의 팬들과 과거의 자신에게 건네는 화해의 메시지 등 다양한 해석으로 곡을 썼다고 언급했다. 먹먹한 스네어 비트가 서서히 하이 프리퀀시로 바뀌어나가는 어레인지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작곡 당시 버스에서 코러스를 쓰기까지 무려 6개월이라는 기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버드 앤 더 비(The Bird and the Bee)의 멤버로써 보다는 스타 작곡가/프로듀서로 더욱 이름을 알려나가고 있는 그렉 커스틴이 프로듀스한 곡으로,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 펀(Fun.), 그리고 에미넴(Eminem) 등을 프로듀스한 에밀 헤이니(Emile Haynie) 또한 참여하고 있다. 'Hello'의 뮤직비디오는 현재 가장 핫한 캐나다 출신의 감독 겸 배우 자비에 돌란(Xavier Dolan)이 연출했다. 올해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의 교외에서 무려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된 비디오는 아델이 한때 살았던 집을 찾아가 과거의 연인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을 세피아 톤으로 그려내고 있다. 자비에 돌란은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명확한 이미지가 떠올랐다고 하며 이에 아델은 그에게 자율권을 줬다고 한다. 아델은 눈물 연기까지 해내며 연기력을 인정받아 자비에 돌란의 다음 영화에 출연할 예정이다.

 

Send My Love (To Your New Lover)

아델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I Knew You Were Trouble'을 듣고 마음에 들어 맥스 마틴과 접촉하기에 이른다. 칼립소 비트에 어쿠스틱 기타 리프 하나가 중심이 되어 전개되는 스타일은 지나치게 반짝거렸던 맥스 마틴+셸백의 최신 작업물들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아델에게 있어서는 비교적 밝은 곡으로 완성됐다. 곡의 전개방식과 리듬, 그리고 후렴구 멜로디의 경우 로드(Lorde)의 'Royals' 같은 곡을 떠올려 볼 수 있기도 하다. 자신의 과거 연인의 새 애인에게 안부를 전해달라는 제목에서 이전 작에 수록된 히트 곡 'Someone Like You'의 가사 첫 소절의 맥락을 엿볼 수 있다.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있는 듯도 보이지만 어둡다거나 처연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하다. 처음 지었던 곡의 제목은 'We Ain't Kids No More'였다고.

 

I Miss You

유령의 외침처럼 들리는 과도한 리버브를 바탕으로 이전 작의 'Rumour Has It' 만큼이나 격렬한 드럼이 가슴을 때린다. 리버브 사이 발현되는 아델의 절규, 그리고 긴장감은 절정에 달하는데 아델이 이전과는 새로운 방식으로 드라마를 쓰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When We Were Young
i-D 매거진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When We Were Young'은 'Rolling in the Deep'에 대한 [25]의 대답이라고 한다. 70년대 스타일의 아른거리는 디스코 발라드라 직접 설명한 이 곡은 캣 스티븐스(Cat Stevens)의 'Father and Son'같은 곡의 멜로디가 후렴구절에 연상되기도 한다. 캐나다 출신의 신예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와 함께한 곡이다. 과거 아델이 그의 음악을 지지하는 트윗을 남겼던 바 있는데 결국 자신의 앨범에 송라이터로까지 끌어들이게 된다. 최근에는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와 아델이 시아(Sia)의 곡 'Alive'를 함께 작곡해주기도 하면서 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곡은 LA에서 현대음악가 필립 글라스(Philip Glass)가 쓰던 피아노로 작업했다고 한다.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의 데뷔 앨범 [Goon]에 참여했던 히포스(The Hippos)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 에이리얼 레잇셰이드가 프로듀스를 담당했고, 거기다가 현대음악 씬의 스타이자 영화 음악가인 젊은 거장 니코 멀리(Nico Muhly)가 미니멀한 하모늄을 연주해내고 있기도 하다. 필립 글라스, 그리고 니코 멀리의 이름을 아델의 새 앨범에서 확인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25] 앨범에서 아델이 가장 좋아하는 곡이라고 한다.

 

Remedy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노래로 전 작에서 'Rumour Has It'을 성공시켰던 라이언 테더가 다시금 합류한 곡이다. 과거 'Take It All'이나 'Someone Like You' 같이 피아노 한 대로 구성된 곡에서 비로소 아델의 표현력이 적나라하게 돌출되곤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아델 같은 싱어에게는 큰 규모의 연주가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새삼 갖게끔 만든다. 그리고 유독 이런 노래가 끝나고 나면 압도적인 침묵이 말미에 남겨진다.

 

Water Under The Bridge

'Hello'를 작업한 그렉 커스틴이 담당한 또 다른 트랙. 팜 뮤트로 연주되는 촉촉한 기타 리프와 함께 곡이 점차 상승해나가는 와중 풍성한 가스펠 코러스와 함께 아델의 박력 넘치는 목소리가 영광스러운 지점으로 도달해낸다. '다 지나간 일'이라는 숙어인 'Water Under The Bridge'는 자신의 애인이자 파트너인 사이먼 코네키(Simon Konecki)와 아들 안젤로(Angelo)에 관한 노래로, 현실적인 러브 송이라 소개하고 있다. 롤링 스톤과의 인터뷰에 의하면 마이클 잭슨의 'Human Nature'가 희미하게 떠오르기도 한다고 자평하고 있다.

 

River Lea
영국의 칠턴 힐스로부터 시작되는 리 강은 아델이 성장해온 곳이기도 하다. 날스 바클리(Gnarls Barkley) 활동으로도 널리 알려진 데인저 마우스가 프로듀서로 함께했다. 언제부턴가 힙합에 국한하지 않은 채 메이저한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기에 새삼 놀랍지는 않은데 이 곡의 경우에는 그가 신즈(The Shins)의 제임스 머서(James Mercer)와 활동했던 프로젝트, 브로큰 벨스(Broken Bells)가 떠오르는 어레인지로 구축되어 있다. 특히 올겐의 대대적인 활용 같은 것이 그렇다.

 

Love In The Dark

주로 시아와 함께 작업해온 호주 출신 프로듀서 사무엘 딕슨은 90년대 무렵 호주의 애시드 재즈 밴드 디렉션즈 인 그루브(Directions In Groove)의 베이스 연주자였고, 아델의 로얄 알버트 홀 라이브에서도 베이스 주자로 활약했던 바 있다. 그런 그가 아델의 이번 앨범에 곡을 선사하게 됐다. 오케스트라를 대대적으로 활용한 고전적인 트랙으로 구성은 [21]의 'Turning Tables'의 연장선에 놓여져 있다. 애절한 가사를 노래하는 완만한 목소리가 압도적인 오케스트라와 겹쳐 휘몰아치는 바로 그 순간을 놓치지 마시길.

 

Million Years Ago
[19]의 경우 어쿠스틱 기타로 연주된 곡이 많았는데 그때를 떠올릴만한 부드러운 어쿠스틱 트랙이다. 어쿠스틱 기타의 활용도 그렇지만 마이클 프랭스(Michael Franks)의 쓸쓸한 노래 'Vivaldi's Song'의 멜로디 라인이 유독 연상되는 곡이다. 원래는 앨범에서 제외된 곡이었지만 믹싱 3일 전에 다시 수록하기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그렉 커스틴은 첫 싱글 'Hello'를 비롯 본 앨범에 세곡이나 수록해내면서 가장 높은 참여도를 보여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과거 젊은 날에 대해 노래하고 있는데 한 인터뷰에서 아델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스스로의 과거를 쌓아두지 않는다면 당신의 인생은 훨씬 쉬워질 것이다."


All I Ask

아델의 앨범에 브루노 마스와 그의 프로덕션 팀 스미징톤즈가 참여할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작 곡은 80년대 팝 발라드스러운 무드로 가득하다. 아델이 브루노 마스와 처음 만났을 때는 업 템포 곡을 만들려 했다는데-[19]에서 마크 론슨(Mark Ronson)이 프로듀스한 'Cold Shoulder'같은 곡 아닐까 싶다- 때문에 이를 굳이 의식하지 않고 들으면 브루노 마스의 작품인지 쉽게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아델은 여태까지 이렇게 높은 키의 곡을 노래해본 적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 시절 앨범들을 녹음했고 마이클 잭슨 투어의 뮤지컬 디렉터였던 그렉 필링게인즈(Greg Phillinganes)가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80년대 팝 발라드 톤의 피아노를 연주해냈다.

 

Sweetest Devotion

비욘세(Beyonce)의 경우 [Beyonce] 앨범 마지막 곡 'Blue'에서 자신의 아이에 대한 노래를 불렀는데, 아델 역시 본 작에서 이 루틴을 따르고 있다. 자신의 아들 안젤로로 추정되는 아이의 목소리를 이 마지막 곡 인트로에 삽입해냈는데 이런 환희에 찬 곡은 확실히 기존 아델에게는 없었던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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