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리음악

모차르트 : 레퀴엠 D 단조 K.626 라크리모사 [영화 '아마데우스'O.S.T중에서]

想像 2011. 8. 1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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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zart : Requiem In D Minor K.626 Lacrimoasa
Amadeus(1984) O.S.T

1791년 여름, 문밖에 서 있는 남자는 온통 시커멓습니다. 검은 가면을 쓰고 검은 망토까지 뒤집어 써고 있습니다. 왠지 불길한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하지만 한창 돈에 쪼들리던 모차르트는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검은 가면의 사내는 “가장 이른 시간에 ‘레퀴엠’을 작곡해 달라”는 주문과 함께 선금(先金)을 던져주고 사라집니다. 언제 온다는 기약도 없이, 조만간 다시 오겠다는 짧은 한마디만 남깁니다.

‘레퀴엠’(Requiem)은 라틴어로 ‘안식’을 뜻합니다. 신의 영광과 위엄을 찬미하면서 죽은 자의 명복을 비는 음악입니다. 검은 옷의 사내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주문했던 ‘레퀴엠’은 결국 모차르트의 유작(遺作)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차르트는 그해 12월5일 0시55분, ‘레퀴엠’ 중에서도 가장 애통한 감정이 끓어오르는 ‘라크리모사’(Lacrimosa, 눈물의 날)의 작곡을 중단한 채 눈을 감습니다. 그는 이 곡의 여덟번째 마디까지 써놓고 영원히 펜을 내려놓습니다. 지금 우리가 듣는 ‘레퀴엠’은 모차르트의 제자였던 쥐스마이어(Suessmayer)가 후반부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밀로스 포먼이 연출했던 1984년도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죽음이 바로 이 ‘레퀴엠’과 상당히 관련돼 있음을 암시합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영화 이전에 연극 ‘아마데우스’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순서일 것입니다. ‘에쿠우스’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피터 셰퍼가 대본을 쓴 이 연극은, 오랫동안 세간을 떠돌았던 ‘모차르트 독살설’을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밀로스 포먼의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날 사신(死神)처럼 모차르트를 찾아왔던 ‘검은 남자’, 연극과 영화는 그를 당대 최고의 작곡가로 군림했던 살리에르(1750~1825)의 하수인으로 묘사합니다.

살리에르는 ‘검은 남자’를 모차르트에게 보내기에 앞서 ‘하녀’로 위장한 스파이를 먼저 투입합니다.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는 누가 급료를 주는지도 모르는 하녀를 집안에 들일 수 없다며 반대하지만,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는 공짜로 하녀를 쓸 수 있게 됐다고 좋아하며 살림을 떠맡깁니다. 그녀는 시아버지와 대판 싸움까지 벌입니다. 물론 영화 속의 얘깁니다.

모차르트는 서양음악사에 기록된 불멸의 작곡가들 중에서 첫번째 ‘프리랜서’였습니다. 그는 권력자 밑에서 굽실거리며 일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이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천재성과 당돌함뿐 아니라,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몸이 부서져라 일했던 ‘작곡 노동자’ 모차르트의 모습을 부각시킵니다. ‘독살설’을 영화로 구성했음에도, 실제로 모차르트를 죽음으로 몰고갔던 시대와의 불화, 혹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극심한 노동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후반부, 모차르트의 장례식은 초라합니다. 공동묘지에 폭풍우가 몰아치고, 인부들은 커다란 보자기에 담긴 시신을 그대로 구덩이에 던져 넣습니다. 그 위로 하얀 석회가루가 뿌려집니다. 폭풍우치는 소리와 함께 모차르트 최후의 걸작 ‘레퀴엠’ 라크리모사가  장엄하게 울려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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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 레퀴엠 D 단조 K.626 라크리모사

영화속 모차르트의 죽음과 장례식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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