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삼성이 IT산업의 창조적 리더가 되기 힘든 이유

想像 2011. 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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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2011에서 "삼성전자는 반도체·LCD패널·TV·모니터·스마트폰·태블릿 PC 等 이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가지고 있어, IT산업의 중심에서 변화를 주도해 나갈 충분한 역량이 있다"며  "시대를 대표할 三星다운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글로벌 전자업계 1위로서 창조적 리더 역할을 본격적으로 해 나갈 것"임을 역설했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전자의 호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 과연 삼성전자가 IT산업에서의 창조적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 H/W만으로 혁신이 점점 불가능해진다 ■


삼성은 하드웨어(H/W)분야에선 세계 최고수준이다. 그래서  늘 신제품 출시 때에는 뛰어난 하드웨어 사양을 강조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이 출시 예정인 갤럭시S 2에 대해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인 진저브레드 기반으로 슈퍼 아몰레드를 뛰어넘는 디스플레이(슈퍼 아몰레드 플러스)와 듀얼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최고의 사양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다.

문제는 삼성이 강점을 내세우고 있는 '최고의 사양'이라는 것이 점점 무의미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CES2011에서도 많은 스마트폰이 쏟아져 나왔지만 하드웨어 사양에선 오십보백보다. 스마트폰을 분해해 보면 안에 들어가는 부품들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제품 차별화에 나설 수도 없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하드웨어 공급사 내지 구글의 하청업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삼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및 콘텐츠를 구글에 의존하고 있다. 


■ 안드로이드폰, IBM PC의 운명과 닮았다 ■


운영체제(OS) 및 콘텐츠는 구글이 공급하고 삼성전자는 하드웨어만 공급하는 상황은 과거 IBM PC사업부문의 운명을 연상하게 한다. 

IBM PC는 우수한 실용성과 메인프레임, 미니컴퓨터에서의 IBM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시장에 나오자 말자 큰 인기를 끌었고 1981년 첫해 5만대가 판매됐고, 1982년에는 최대 경쟁사인 애플보다 2배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PC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다. 결국 IBM은 PC 시장에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게 되고 이때부터 PC는 'IBM,' 그리고 'IBM이 아닌 것' 두 종류로 구분되기 시작한다.  IBM PC가 업계 표준이 되면서 IBM PC의 OS 공급 업체였던 마이크로소프트는 PC OS 시장의 독점 업체로 부상한다.

MS가 IBM에 OS를 공급할 때만 해도 MS는 조그만 소프트웨어 납품 업체에 불과했다. 그러나 IBM PC가 업계 표준이 되면서 MS는 전세계 PC OS 시장을 독점하게 되고 이 독점력을 바탕으로 MS가 이익을 거의 독식하다시피 하게된다. 지금 PC시장은 치열한 경쟁으로 제대로 수익을 낼 수 없는 레드오션시장이지만 MS는 여전히 막대한 영업이익을 챙기고 있다.

지금 스마트폰 시장은 흡사 초기 PC시장의 애플 대 IBM-MS 구도를 많이 닮았다. IBM PC처럼 스마트폰시장에서 안드로이드 진영이 승리하더라도 스마트폰시장은 수많은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레드오션시장이 될 것이 뻔하다. 결국 안드로이드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한다 하더라도 이익은 제조업체가 아닌 구글이 거의 다 가져 갈 것이다.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부문에서의 강점과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안드로이드폰 시장을 장악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 안드로이드폰의 진화, 구글에 달려있다 ■


IBM PC가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난 이후 PC의 발전은 아시다시피 MS의 OS 진화와 인텔의 CPU 프로세서의 진화(소위 윈텔동맹)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 스마트폰 역시 안드로이드폰이 시장을 장악하게 되면 앞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OS의 진화와 모바일 프로세서의 진화를 통해 발전해 나갈 수 밖에 없다(사실 이미 그렇게 되고 있다) 

결국 삼성 스마트폰의 미래는 구글에 종속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하드웨어 중심의 삼성전자가 혁신적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은 모바일 프로세서시장에서 '인텔'과 같은 존재가 되는 길 밖에 없다.


■ 삼성 멀티OS전략은 생존전략일뿐이다 ■


삼성 역시 구글에의 종속을 두려워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OS를 중심으로 자체 플랫폼인 바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7 등 멀티 OS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멀티 OS전략이 삼성이 IT산업에서의 창조적 리더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삼성의 자체 OS인 바다가 노키아의 심비안처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지 않는 한 MS와 구글에 양다리를 걸치는 것은 하나의 생존전략에 불과하지 시장 리더로서의 전략은 절대 아니다. 마치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눈치를 보는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처럼.


■ 시장을 변화시킬 창의적 DNA가 필요하다 ■


겱국 삼성이 IT산업의 창조적 리더 역할을 하려면 애플과 같이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렇다고 삼성이 세계 최초의, 세계 최고의 기술만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기술적인 면에서 보면 결코 'First"가 아니다. 세계 최고도 아니고 세계 최초도 아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과 애플 아이패드는 세상을 변화시켰다. 결국 삼성이 지금 IT산업의 창조적 리더가 되기 위해선 창의적 DNA가 필요하다.


■ '관리의 삼성'에 창조적 DNA가 가능할까? ■


많은 사람들이 "삼성은 구글이나 애플과는 DNA부터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어찌보면 삼성전자는 제조업체이지 구글이나 애플처럼 SW 및 서비스 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미지는 '관리의 삼성'이다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관리시스템은 삼성전자가 세계 전자업계 맹주로 도약한 튼튼한 디딤돌이었다. 일본제조업체들을 제끼고 삼성이 세계 전자업계 맹주로 도약하는데 있어 '관리의 삼성' DNA는 최적의 DNA였다.

하지만 지금 IT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개방과 공유를 핵심으로 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의 쌍두마차인 애플과 구글. 애플은 개발자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 주었다. 구글은 어느 누구나 안드로이드를 가져다 쓸 수 있게 함으로써 전 세계인들을 직원처럼 활용하고 있다.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 이 지금 IT빅뱅을 가져오고 있다. 

현 IT산업의 창조적 DNA는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그런데 이런 '오픈 이노베이션 정신'은 폐쇄적이고 엘리트주의에 푹 빠져 있는 삼성과는 너무나 멀어 보인다. 삼성을 세계 최고의 전자회사로 이끈 비즈니스 모델의 유효 기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데도 삼성은 여전히 '관리의 삼성'이다.

그래서 내게 되는 결론이 글로벌 전자·정보통신업계 1위는 될 수 있을지언정 삼성이 IT산업의 창조적 리더가 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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