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브루크너·말러

말러 : 교향곡 제9번 D장조 [City of Birmingham Symphony Orchestra · Sir Simon Rattle]

想像 2021. 1. 2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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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stav Mahler, 1860~1911

Symphony No. 9 in D Major


말러는 이 「제9번」교향곡에서 또다시 성악을 제외하고 순기악곡을 작곡하였다. 구성적으로는 4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전통을 벗어나 제1과 제4악장을 느릿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고 기법적으로도 이제까지의 교향곡보다 진취적이며 선적(線的)인 대위법을 교묘하게 사용했고, 화성법을 확대하여 새로운 화성 감각을 내는 등, 그러한 것들로 하여금 균형을 넓혀 음체계의 개혁마저도 보이려 했다. 여기에는 조성 조직상 음악의 하나의 한계를 한다는 사람도 있다.

 

말러는 이 곡을 작곡하고 있을 무렵, 체력적으로 무척 지쳐있어서 죽음까지도 종종 생각했었다. 이 곡의 바로 앞에 쓴 「대지의 노래」를 「제 9번」교향곡으로 해야되는 것을 흔히 「제 9번」이라는 작품 주변에 일고 있는 숙명적인 선배 작곡가들의 생애를 참작해서 「제9번」이라 부르는 것은 기피할 정도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에 작곡된 「제 9번」교향곡에는 말러의 죽음에의 직관적인 자세가 없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이 제 1악장의 전개풍 부분에 대해 「오! 나의 사라져 버린 젊은 나날들이여. 오! 모두 흘러가 버린 사랑이여...」라고 쓰기도 했고 제 3악장의 첫 머리에는 스케치 할 때 「아폴로에 있는 우리 형제들에게」라고 기록했고 제 4악장의 최후를 「죽는 것처럼」끝내고도 있다. 이와 같이 이 곡에는 죽음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많은 말러 연구가들도 그 점을 인정하고 있으며, 알반 베르크까지도 부인에게 보낸 서간에서 이 곡의 악곡 분석(아날리제)에 즈음해서 그것을 강조하고 있다. 

 

1909년 여름, 이 「제9번 교향곡」의 작곡에 착수하여 다음 해 4월1일에 완성했다. 주로 토프라하에서 가까운 알트 슈르델바하에서 피서 중에 작업했으나 10월에 뉴욕에서 지휘자로서의 바쁜 생활의 사이사이에 진행시켜 결국 완성한 셈이다. 그리고 말러는 그 다음해 5월 11일에 세상을 뜨고 말았다. 말러의 사후 1년쯤 후 1912년 6월 12일에 빈에서 제자인 브루노 발터의 지휘로 초연 되었다.

 

Mahler: Complete Symphonies

 

1악장 Andante comodo

 

말러의 9번 교향곡이 가지고 있는 많은 점들 중에서 가장 지적하고 싶은 것이 바로 곡을 여는 동기이다. 간단히 9번 교향곡은 '대지의 노래'가 끝난 바로 그 곳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지의 노래'를 끝맺는 바로 그 동기, 봄의 아지랑이와도 같은 나른함과 절의 풍경(風磬)과도 같은 내세적인 느낌을 주는 첼레스타의 살랑거림을 배경으로 위로하듯이 이어지는 그 동기, 해결음이 없는 두 음으로 이어지는 바로 그 'ewig' 동기는, 비올라의 부드러운 웅얼거림을 배경으로 제2바이올린에서 등장하는, 우아한 슬픔을 가진 9번 교향곡의 첫 주제와 완전히 동일한 것이다. 

 

이 'ewig' 동기와 함께, 곡을 여는 첼로의 붙점 리듬(윌리암 리터가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라고 표현한), 비올라의 웅얼거림이라고 표현한 '상승 단 3도-하강 장 2도' 동기는 1악장 전체를 지배한다. 왜 말러가 '대지의 노래'를 마친 바로 그 곳에서 교향곡 9번을 시작하고 있는지에 대해 작곡가 스스로의 설명을 찾을 수 없는 지금 그 이유를 제시한다고 해도 단지 추측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이 동기가 나타내는 것이 이별이라는 추측은 아주 설득력 없는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 못갖춤음의 동기는 '대지의 노래'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말러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6번 op. 81a '이별'이 1악장 '이별'에서 가져온 것이기 때문이다. 

 

2악장 Im Tempo eines gemächlichen Ländlers. Etwas täppisch und sehr derb

 

아도르노, 멩겔베르크 등을 포함해 여러 학자들이 이 악장을 일컬어 '죽음의 무도'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곡은 크게 세 가지 무곡 주제로 이루어졌는데, 첫 부분의 편안한 렌틀러(템포 Ⅰ), 거친 왈츠(템포 Ⅱ), 그리고 느린 렌틀러(템포 Ⅲ)이다. 이 세 무곡은 번갈아 가며 등장하고, 중간에는 왈츠 주제에 두 렌틀러 주제가 조금씩 섞여 나오기도 한다. 전체를 보면 '서투르고 거칠게'라는 지시로 시작되어 여러 무곡들을 거친 후에 매우 세심한 피아니시모로 종결되기 때문에, 브루노 발터는 이를 일컬어 '무도는 끝났다('잔치는 끝났다'이 말러 식?)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3악장 Rondo-Burleske (Allegro assai. Sehr trotzig)

 

부를레스크는 '농담'을 일컫는 말이다. 장난스러운 음악을 얘기하지만 이 음악이 장르화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구체적인 형식 같은 것이 있는 것도 아니다. R. 쉬트라우스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크'가 가장 유명한 곡 정도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말러의 부를레스크는 농담으로 들리기에는 너무 거칠고 그야말로 '완고'하며 무시무시하다. 또한 론도라고 붙어 있는 만큼 부를레스크 주제는 대주제 사이에 계속 등장한다. 이와 더불어 중간에서 만나는 것은 세 번의 푸가토이다. 이들은 독립된 푸가 주제를 가진 것은 아니고 부를레스크 주제를 이용해 구성한 것이다. 대위 주제와 푸가 주제가 동시에 등장하다 보니 아마 이 부분만 듣는다면 무엇이 푸가 주제인지 혼동되어 3주제 푸가로 간주할 수도 잇을 것이다. 정교하지만 복잡한 전개 방식을 가지고 있고, 특히 주제가 퉁명스러운 점 때문에 R. 쉬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중에 등장하는 푸가가 연상되기도 한다. 정신 없이 치고 빠지는 이 악장의 중간에는 4악장을 예고하는 고요한 부분이 놓여 있어 잠시 숨을 돌릴 수도 있다.

 

4악장 Adagio (Sehr langsam und noch zurückhaltend)

 

웅변적인 이별을 다루고 잇는 이 악장은 대조된 두 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이 두 주제가 소나타 형식처럼 발전하고 재현된다기보다는 모습을 조금씩 바꾸면서 번갈아 등장한다고 보는 것이 더 옳은 일일 듯 한데, 이런 형식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두 주제의 변주 형태로 쓰여진 4변 교향곡과 6번 교향곡의 느린 악장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중간에는 웅변적인 클라이맥스가 놓여있고 그 후에는 점차 규모가 줄어들며 실내악 형태의 현악 합주로만 끝난다. 역시 모랜도이다. 이 초월적이고 명상적인 마지막 부분에 대해 마이클 틸슨 토마스는 '세상 구경을 다한 말러가 내려와 날개를 접는 것'이라는 묘사를 하기도 했다. 또한 이 부분에서 예민한 몇 학자들은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의 네 번째 곡이 숨어 잇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제1바이올린은 다음 가사 부분을 조용히 노래한다. "저 위에서는 좋은 날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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