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20세기 러시아음악

프로코피예프 : 교향곡 제5번, Op.100 [London Symphony Orchestra · Walter Weller]

想像 2024. 3. 1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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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mphony No. 5 in B flat, Op. 100 
Sergei Prokofiev, 1891-1953


프로코피예프는 1929년 초연한 교향곡 4번이 실패로 돌아간 뒤 무려 15년이라는 공백기를 가진 뒤에야 비로소 5번을 작곡했다. 이 교향곡 5번은 1944년 여름, 모스크바에서 8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곡가의 이바노보 별장에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작곡되었는데, 오케스트레이션까지 온전히 완성하는 데에 한 달 정도가 더 걸렸다. 그런데 그는 본래 한 번에 작곡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아이디어를 꾸준히 모은 뒤 여러 용도로 사용하는 작곡 방식을 갖고 있었는데, 이 교향곡 또한 여러 해에 걸친 아이디어를 모은 결과물로서 몇몇 아이디어와 멜로디는 1930년대 중반에 적어놓은 메모와 1937년에 작곡한 발레음악 [신데렐라]에서 비롯했다.

2차대전 당시 작곡된 작품이지만 엄밀하게 ‘전쟁 교향곡’이 아니라 일종의 자유를 향한 작곡가의 내적 고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곡가는 이 교향곡에 특정한 프로그램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전후 소비에트에서는 정책적으로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작품으로 선전했다. 같은 시기 완성한 피아노 소나타 8번 또한 [전쟁 소나타]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마찬가지로 프로코피예프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1945년 1월 13일 모스크바에서 작곡가의 지휘로 이루어진 초연이 대성공을 거두며 개인적으로 엄청난 승리를 거머쥐었지만, 3주 뒤 그는 가벼운 심장발작을 일으키며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곧 건강을 회복하긴 했지만 그의 남은 생애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게 되었다. 정력적이고 활동적이었던 그에게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르게 되어 오래 걷는 것이나 운전, 술과 담배, 여행, 운동, 체스와 같은 모든 것을 일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주회장에서 지휘나 피아노 연주조차 할 수 없었다. 1946년에는 이 교향곡으로 스탈린 상까지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그이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불과 2년 뒤인 1948년 안드레이 즈다노프의 비판에 의해 서구화한 형식주의자로 낙인찍힌 뒤 공교롭게 스탈린이 서거한 날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패배자로 숨죽이며 살아야 했다.

미국에서도 이 교향곡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1946년 보스턴에서 세르게이 쿠세비츠키가 초연한 뒤 아르투르 로진스키, 유진 오먼디, 조지 셀 등이 앞다투어 이 교향곡을 지휘했다. 그런데 불과 5년 뒤 이 교향곡 5번은 전혀 다른 대접을 받게 되었다. 적색 공포가 미국 전역을 휩쓸며 반공산주의 운동이 열병처럼 퍼지던 1951년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이 작품이 무대에 오르려고 했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와 이 작품을 연주하면 지휘자를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 것이다. 유타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모리스 아브라바넬이 그 주인공으로서 다행히 아무 일 없이 연주회가 마무리되었지만 이 소식을 들은 프로코피예프는 몹시 흥분했다고 한다.

 

전체 네 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전통적인 고전, 낭만주의 시대의 교향곡의 네 개의 악장과는 차이점이 있다. 오히려 바로크 시대의 합주 음악에서 등장하는 느림-빠름-느림-빠름의 구조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음악적으로는 독특하고 신랄한 화성적 팔레트와 결합한 풍부하고도 특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며 프로코피예프만의 독창적인 교향곡의 세계를 보여준다.


 

London Symphony Orchestra · Walter Weller

1악장 Andante

 

소나타 형식으로서 플루트와 바순이 옥타브를 오가며 불협화음적인 선율을 연주한다. 이 주제는 관현악 총주를 통해 발전되어 나가면서 저음악기를 통해 중요한 악상으로 등장한다. 2주제에서는 서정적인 선율이 플루트와 오보에의 옥타브로 표현되며 드라마틱한 코데타 악상으로 제시부가 종결된다. 베토벤이나 브람스를 연상시키는 듯한 제시부의 반복도 훌륭하고 발전부에서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자유롭게 전개되는 모습도 대단히 멋들어진다. 짧지만 효과적인 클라이맥스를 거친 뒤 재현부에서 금관을 중심으로 대위법적인 텍스추어가 펼쳐진 뒤 코다에서는 변형된 첫 주제가 등장하며 무거운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2악장 Allegro marcato

 

두 번째 악장은 기계적인 운동성이 돋보이는 스케르초로서 익살스러운 주요 멜로디가 클라리넷 독주로 제시된다. 기묘한 느낌을 주는 악상으로서 오보에와 비올라가 서로 부조화스러운 응답을 하며 진행된다. 쇼스타코비치로부터 힌트를 얻은 듯한 심술궂은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으로서, 무겁고 튀는 듯한 악상이 펼쳐지는 중간 부분에서는 클라리넷과 비올라가 굽이치는 듯 강한 에너지를 실어 리듬을 더욱 기계적으로 표현한다. 마지막 부분은 첫 부분이 더욱 뒤틀리고 불길하게 재현되며 끝을 맺는다.

 

 

 

3악장 Adagio

 

이 느린 악장은 커다란 세도막 구조로 구성된 감각적이고 입체적이며 서정적인 악장이다. 처음과 마지막 부분은 클라리넷의 애처로운 멜로디를 토대로 한 저역악기들의 침착하고 신중한 리듬의 실타래가 펼쳐진다. 중간 부분에서는 튜바에 의해 흐느끼는 듯한 주제가 중심을 이루며 클라이맥스로 확장해 나가다가 현악기들의 구슬픈 멜로디가 등장하며 마지막 부분으로 이어진다. 감동적인 코다는 피콜로와 어렴풋하게 흔들리는 현악기들의 펼친화음 풍의 반주 위에 떠오르는 고역 현악기들의 움직임으로 고요하게 마무리 짓는다.

 

 

 

 

4악장 Allegro giocoso

 

마지막 악장은 첫 악장의 주요주제를 회상하는 짧은 도입부로 시작하며 네 대의 코랄 풍의 첼로와 짧은 론도 풍의 클라리넷이 대화를 하며 본격적인 제시부로 이어진다. 소나타-론도 형식으로서 다양한 주제 요소들이 얽히고설키며 복잡하게 진행된다. 이 가운데 클라리넷이 전체 구조에서 중요한 대목마다 등장하여 전체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간부에서는 브람스 교향곡 1번 피날레의 코랄을 연상시키는 듯한 장중한 선율이 저음현에서 등장하고, 음악은 점점 맹렬하고 에너지감 넘치는 코다를 향해 돌진해 들어간다. 금관과 현악, 목관, 타악기가 총동원한 코다는 오케스트라의 색채와 다이내믹한 효과에 있어서 20세기 오케스트라 작품 가운데 가장 뛰어난 종결부 가운데 하나로 손꼽을 수 있다.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5번 [Sergei Prokofiev, Symphony No.5 in B-flat major, Op.100] (클래식 명곡 명연주, 박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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