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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발한 수국꽃, 그 아름다운 색과 자태 (해운대 송림공원에서)

想像 2023. 6.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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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송림공원에 수국이 만발했습니다. 수국꽃의 색을 유심히 들여다봅니다. 파랑이라고 다 파랑이 아닙니다. 하늘빛이나 녹색이 도는 파랑도 있고, 남프랑스 코트 다쥐르 해안의 쪽빛처럼 형언할 수 없이 깊은 파랑도 있습니다. 그 농밀한 코발트 블루에 심장이 물들어 버립니다. 보라는 또 어떤가요? 보라도 다 보라가 아닙니다. 청색이 아련히 감도는 보라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노라면 동화 속처럼 아득해집니다. 순백 핑크 연분홍 연노랑 빨강 파랑 남색 청록 연녹색 하늘색 연두 연보라 청보라 진보라 자주색…. 미묘한 배합(配合)과 농담(濃淡)과 점층(漸層)이 한 송이 안에서 시시각각 조화를 부립니다.

 

그 자태는 또 어떤가요? 푸른 나비가 떼 지어 꽃으로 피어난 것처럼, 색색의 설탕물을 들인 솜사탕처럼, 여백을 주지 않고 탐스럽게 피어난 꽃은 주변의 것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고귀함입니다. 각각이며 하나입니다. 꽃을 받친 녹색의 넓은 잎들은 힘차게 빛납니다. 한 걸음 물러서서 수국 나무 전체를 바라봅니다. 우아하고 청초하며, 풍성하며 단촐하고, 당당하며 수줍습니다.

 

수국은 장마를 알리는 꽃입니다. 비의 꽃입니다.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오후, 베란다에 앉아 화분에 피어난 파스텔톤의 풍성한 수국과 창문에 흐르는 빗방울의 배경을 무심히 바라보며 진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호사스러우면서 왠지 처연합니다.

 

수국의 원래 이름은 여러 개입니다. 당나라 대시인 백거이는 어느 절간에서 수국을 처음 보고 쓴 시에서 자양화(紫陽花)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보랏빛 태양의 꽃이란 뜻이죠. 중국에선 수구화(繡毬花)라고도 합니다. 비단으로 수놓은 공입니다. 색이 변한다 하여 팔선화(八仙花), 칠변화(七變花)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수국(水菊)의 수는 물입니다. 학명은 ‘하이드랜지어(hydrangea)’입니다. 라틴어로 물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입니다.

혹 수국의 꽃말을 아시는지요? 특별합니다. 진심과 변심이라는 상반된 두 가지를 갖고 있습니다. 꽃의 색깔에 따라 하얀 수국은 변심, 보라는 진심, 파랑은 냉정, 빨강은 처녀의 꿈이라고 꽃말을 붙이기도 합니다만, 그건 호사가들이 지어낸 것 같습니다. 정반대의 꽃말을 함께 가진 건 수국의 색이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겠죠.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수국을 보며/이해인)


 

해운대 송림공원의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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