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노키아의 침몰이 오히려 핀란드에서 가장 잘된 일

想像 2013. 2.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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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하면 '노키아', '노키아'하면 '핀란드'라고 할 정도는 2007년까지는 노키아는 핀란드 경제의 상징같은 존재였다. 1998년 세계 1위의 휴대전화 회사로 등극한 이래 2007년까지 핀란드 경제 성장의 4분의 1을 떠맡았던 '국민기업'이었다. 이 기간동안 노키아의 R&D 투자는 핀란드 전체 R&D투자의 30%를 담당했으며 핀란드 전체 수출의 1/5을, 2007년 핀란드 전체 법인세 수입의 23%를 노키아가 차지했었다. 노키아가 위치하고 있던 울루 테크노폴리스는 혁신도시의 모델이었으며 클러스터 성공사례로 벤치마킹 대상 1호였다.

 

그런데 인구 540만 명의 작은 나라를 '휴대전화의 왕국'이라는 자부심으로 가득 채웠던 노키아는 날개도 없이 추락하고 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한 이후 노키아 주가는 전성기 때의 20분의 1로 줄었다. 노키아의 매출은 전성기의 1/4로 꺽였고, 본사건물까지 매각하는 등 그 몰락의 끝이 안보인다. 작년에는 자국내 노키아직원의 40%에 달하는 3700명이 정리해고됐다.1위의 저주, 변화를 외면한 오만, 합의에 의존하다 놓친 스피드 경영 등 노키아 몰락의 이유는 많다. 


 

어쨋든 노키아의 몰락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노키아 없는 핀란드 경제의 앞날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런데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핀란드 경제는 건재했다.  GDP의 25%, 시가총액의 70%를 맡던 세계 1위 휴대폰사 노키아가 몰락했어도 핀란드 경제는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2.1%)이 유로존 평균(0.9%)을 웃돌고, 1990년대 초 20%대이던 실업률은 2010년 8.3%, 지난해 7.6%로 낮아졌다.


이때문에 "노키아의 침몰이 오히려 핀란드에서 가장 잘된 일"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해답은 '노키아 살리기'가 아닌 '스타트업(startup·창업)'이었다.

 

핀란드는 면적은 넓지만 인구가 5백만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다. 그나라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가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우리나라 같았으면 정부에서 발벋고 나서서 노키아를 구하기 위해 온갖 정책을 폈을것이다. 그러나 핀란드 정부나 국민은 노키아를 살리려는 노력보다는 이 기회를 핀란드의 '스타트업(startup·창업)' 중흥기로 삼고자 했다.

 

노키아의 추락을 보며 핀란드 정부는 기술혁신투자청(TEKES), 벤처캐피털펀드 핀베라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일부터 네트워크 형성까지 전방위적 지원을 했다. 매년 20개가 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테케스는 2011년 1928개 프로젝트에 6억1000만유로(약 8800억원)를 지원했다. 특히 노키아가 몰락하자 노키아 직원의 창업을 전문적으로 돕는 '이노베이션 밀'이란 프로그램을 운영해노키아 퇴직자들이 세운 신생 기업만 300개가 넘는다. 


핀베라는 기금 약 26억유로(약 3조7500억원)를 갖고 매년 벤처기업 3500여개를 지원해 새 일자리 1만여개를 만든다. 이 정부 주도 벤처 캐피탈의 지원을 받아 탄생한 기업 중엔 '앵그리 버드'를 만들어 모바일 게임의 첫 대박 신화가 된 로비오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핀란드 정부는 2008년 대학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개혁을 단행했다. 헬싱키기술대학, 헬싱키경제대학, 헬싱키 아트와 디자인대학을 합친 알토대학이 2010년 탄생했다. 대학 로고(A!)부터 참신한 이 대학에는 '벤처 차고(Venture Garage)'라고 불리는 창업 지원센터가 있다 이 창업 지원센터는 2010년부터 매년 봄·가을 약 20팀을 선정해 '창업 사우나(Startup Sauna)'라는 이름의 집중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핀란드 정부의 기술 진흥 기구인 테케스(Tekes)의 지원을 받는 이 프로그램이 첫해에 배출한 36개의 기업은 창업 후 한 해 동안 약 860만유로를 벌어들였다.


노키아 같은 대기업에 취업을 원했던 대학생들은 이제 창업을 '쿨'하게 여긴다. 2003년 헬싱키기술대학 학생 셋이 창업해 2009년 앵그리버드 게임으로 히트 친 로비오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역할 모델이 됐다.

 
1970년대 초 공교육 강화에 착수해 대학까지 무상 교육을 하며 '등수 매기기'보다 잠재력 개발과 과목별 학업 성취도를 중시하는 핀란드식 교육도 밑거름이 되었다. 핀란드는 지난해 세계 최대 교육 기업인 피어슨의 조사에서 세계 1위 교육 강국에 뽑혔고, OECD가 주관하는 학업 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선 세 번 연속 1위에 올랐다.

 

 "노키아의 침몰이 오히려 핀란드에서 가장 잘된 일"이라는 말이 유행할 수 있었는 것은 이런 탄탄한 교육 경쟁력을 바탕으로 창업 활성화 노력을 끈질기게 펼쳐온 핀란드 정부의 '스타트업 DNA'가 뿌리내린 덕분이다.

최근 한국경제의 삼성전자 쏠림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삼성그룹의 총매출액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넘는다. 그런데 한국경제를 이끌어가는 삼성그룹조차도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70%에 달한다. 또한  삼성전자는 휴대폰 부문에 매출의 50%가 집중돼 있고 영업이익의 2/3이 여기서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이 휘청거려도 한국 경제는 괜찮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물론 삼성전자는 노키아와는 다른 길을 걸었고 그것이 적중해 현재 휴대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현재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일하게 변신에 성공한 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핀란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 위주로만 한국 경제가 계속 발전할 수는 없다. 이제는 삼성전자 없는 한국 경제의 살길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핀란드가 노키아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창업) 활성화와 대학 교육 혁신으로 위기를 기회를 만들었던 것처럼 우리도 이제부터 '스타트업(창업)'활성화와 대대적인 대학교육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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