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리음악

영화 '서편제'에서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우리네 소리

想像 2011. 8. 1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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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과 국악. 이 2가지 장르의 음악은 묘한 공통점이 있다. 대중적으로 친숙하지 않다는 점. 하지만 대중에게 결코 친숙하지 않은 음악이지만 때론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경우도 많다.

클래식 음악의 경우 영화 《아마데우스》를 통해 모차르트 음악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것이나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그리고 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인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클래식 음악 열풍이 불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클래식 음악보다는 빈도가 낮으나 평소에는 별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없는 국악도 영화를 통해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은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영화《서편제》가 바로 그런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많은 분들이 한국 고유의 판소리를 알고 싶으면 영화 《서편제》를 꼭 보라고 한다. 《서편제》는 우리민족 우리소리의 한과 정서가 담긴 '판소리'를 영화로 그려낸 수작으로써 1994년 한국영화 사상 처음으로 서울 100만 명의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의 흥행 돌풍과 함께 판소리가 담긴 서편제의 OST는 영화음악이자 국악앨범으로 7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를 기록한 국내 최초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라는 것이 우리 민족 고유의 소리이긴 하지만 우리의 실생활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평소에는 사실 공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 '서편제'를 보게 되면 우리네 소리 '판소리'의 진짜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 평소에는 멀게 만 느껴졌던 판소리이지만 영화 '서편제'를 통해 들으면 느낀 바가 다르다. 심금을 울리는 진한 감동을 맛본다. 이게 바로 영화의 힘이 아닌가 생각된다.

판소리는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누어지는데 동편제는 씩씩한 느낌인 반면 서편제는 슬프고 가녀린 느낌이라고 한다. 임권택감독은 한국인의 한이 서편제에 맞다고 생각되어 제목을 서편제로 지었다고 하는데 《서편제》는 우리민족의 정서와 우리소리를 다시 느끼게 해 주는 음악영화로써 큰 의미가 있는 영화다.

서편제 OST는 작은 거인 김수철이 담당했다. 서편제 OST에는 주제음악인 '천년학' '소리길' 등 연주곡을 비롯하여 단가 '사철가'와 '심청가' '춘향가' 등의 판소리가 11개의 토막으로 나뉘어 담겨져 있다.

1. 천년학(대금타이틀)
2. 유봉집 마루
3. 소리길(연주음악)
4. 한량술자리(춘향가 中 '사랑가')
5. 길(진도아리랑-민요)
6. 폐가움막(춘향가 中 '옥중가')
7. 소리길(소금+대금)
8. 이산 저산 (사철가)
9. 천년학(대금솔로)
10. 소릿제 폐가방안
11. 선창가(심청가中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심봉사 눈뜨는 대목')

특히 연주곡 '천년학'이나 '소리길' 그리고 민요인 이산저산(사철가), "길(진도아리랑)" 등을 들으면 심금을 울리는 찐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 천년학 ■

천년학 이라는 제목의 이 연주 곡은 처음 유봉과 어미와 같이 넷이서 비바람 치는 갈대밭을 지날 때, 어미가 애를 낳다 죽는 장면에서 나오는데 앞으로 닥칠 이들의 운명을 절절하게 나타내준다. 또한. 유봉이 송화에게 눈을 멀게 하는 약을 달일 때 등장한다. 어쩔 수 없는 운명에 대한 고통과 恨이 구슬프게 느껴진다. '천년학'은 이러한 고통과 한을 궁중악 대금으로 표현했는데 궁중악 대금은 일반 대금보다 훨씬 투명하고 깊이 있는 소리를 지니고 있는 악기다.

 ■ 소리길 ■

동호가 송화와 유봉을 떠나는 장면, 세월이 지나 동호가 누이가 살던 마을을 찾던 장면에서 나온다. 서편제에서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곡이다. 소금 연주 버전, 소금과 대금 연주 버전 두 가지가 있다. 이 곡은 소금과 대금 같은 피리 종류의 악기가 등장하는데, 피리 악기 특유의 자유로움이 묻어 나온다. 곡명인 '소리길'에서 알 수 있듯이 소리꾼의 삶의 이야기 그 자체를 표현한 것으로 영화 대목 대목을 정리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리길'을 듣가 보면 북 하나 매고 소리 하나를 찾아 갈대밭을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던 그들의 인생의 恨이 동시에 느껴진다.

 ■ 이산저산 (사철가) ■

유봉이 눈 먼 송화와 함께 정처없이 이곳저곳 노래품을 팔여 떠 돌아 다니는 장면에서 유봉이 부르는 노래이다. 구구절절 가사가 소리꾼들의 인생의 恨을 여과없이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 왔건 만은 세상사 쓸쓸하더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늘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한들 쓸데 있나
봄아 왔다가 가려거든 가거라
네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한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려
은세계가 되고 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하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 내 청춘도 아차 한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 내 한 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하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 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
불여생전 일배주만도 못하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아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터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 하는 놈과 부모불효 하는 놈과
형제화목 못 하는 놈 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 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아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하면서
거드렁 거리고 놀아보자


 ■ 길(진도아리랑) ■

이 영화의 명 장면이다. 소리꾼 유봉과 그의 자식 송화, 동호 이 셋이서 신명 나게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돌담길을 내려온다. 화면의 저 멀리에서부터 노래를 함께 부르며 내려오는 이 장면은 무려 5분 40초 동안의 롱테이크다. (롱테이크란, 편집 없이 한 번에 찍는 샷을 말한다.) 판소리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면서 이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묵던 집에서도 쫓겨나 다시 길을 떠난 그들은 처음엔 구슬프게 노래를 주고 받다가 끝에 가서는 춤을 추며 아리랑을 부른다.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려는 모습이 신명 나는 아리랑을 통해 드러난다.

실제 영화 장면을 보면 더 감동이다. 절로 어깨춤이 들썩인다. 진도아리랑은 어린 송화와 동호가 연습을 하던 장면에서도 나온다.



아래는 길(진도아리랑)의 가사. 일부이긴 하지만 가슴을 찡하게 하는 가사이다.

사람이 살면은 몇 백년 사나 개똥같은 세상이나마 둥글둥글 사세
문경세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
소리 따라 흐르는 떠돌이 인생 첩첩이 쌓인 한을 풀어나 보세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 내 가슴속엔 수심도 많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흠흠흠 아라리가 났네
문경세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 난다
소리 따라 흐르는 떠돌이 인생 첩첩이 쌓인 한을 풀어나 보세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이 내 가슴속엔 수심도 많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흠흠흠 아라리가 났네...


위 노래 외에도 죽도 못 먹던 송화가 쥐어짜듯 부르던 춘향가 옥중가 등 교과서에서만 보던 판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수록된 판소리는 여주인공역의 오정해[한량술자리(춘향가 中 '사랑가')와 폐가움막(춘향가 中 '옥중가')]와  명창 안숙선[선창가(심청가中심청이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심봉사 눈뜨는 대목')]의 소리이며 구성진 김명곤의 소리[이산저산(사철가) 등]도 들을 수 있다.

영화 《서편제》는 영화를 본 관객의 가슴에 인상깊은 대사와 소리들을 남긴 한국 최고의 음악영화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영화 《서편제》 그 감동의 진수를 음미하고 싶으시다면 비디오를 구해 보거나 디지털 음원으로도 OST가 제공되고 있으니 소리로라도 감상해 보라.

만약 비디오나 디지털 음원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 싶으면  2011년 9월 30일부터 10월4일까지 5일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주한옥마을, 전주시일원에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를 찜하시길. 영화 《서편제》에서 우리의 심금을 울렸던 우리네 소리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는 '판소리 다섯 바탕'. '광대의 노래','산조의 밤' 등 우리네 소리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다채롭게 준비되어 있다. '판소리 다섯마당'은 한국적 소리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심청가, 춘향가, 수궁가, 흥부가, 적벽가 등 다양한 형식으로 만날 수 있다. '2011 광대의노래'는 한국 최고의 명인 명창부터 정점에 선 중견국악인까지 한국 소리의 살아있는 역사를 한 무대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전주세계소리축제만의 공연이다. 또한 그윽하게 깊어가는 가을 저녁. 한국기악의 정점, 산조의 고졸한 매력이 한옥마을의 정취와 어우러지게 될 '산조의 밤'도 꼭 봐야 할 추천할만한 프로그램이다.

(사진출처 : 다음 영화)


(이글은 2011 전주세계소리축제 블로그 기자단으로 쓴 글입니다. 원문은 http://blog.sorifestival.com/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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