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애플, 이럴땐 삼성 따라쟁이(Copycat) 같다

想像 2011. 4. 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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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일 미국 애플이 신형 태블릿PC '아이패드2'를 최저 499달러에 출시하자 국내 IT업체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아이패드2는 기존 아이패드보다 33% 더 얇아지고 15% 가벼워졌다. 거기다 전후면 카메라, A4보다 더 빠른 듀얼코어 A5칩, 10시간 배터리 등을 탑재하고 Air Play, Video Mirroring 등을 지원하는 등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 그러나 애플은 신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아이패드2 가격을 1세대 아이패드와 동일한 최저 499달러에 책정했다.


■ 애플은 왜 아이패드2 가격을 동결했나? ■

애플은 왜 아이패드2의 가격을 1세대 아이패드 제품과 같이 맞췄을까?  소비자가 더 많은 애플 제품을 비용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가계 통신비 지출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동통신 기능을 가진 태블릿  PC의 등장은 통신 소비 지출을 줄이려는 가계의 통신비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을 사용하고, 자녀들에게 아이팟과 아이팟터치를 사용하게 하며, 아이패드를 구입하겠다면 분명 가격과 통신 요금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애플은 이러한 소비자의 사용 행태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자신들의 이익 마진율을 낮추고서라도 아이패드2를 싼 가격에 WiFi모델과 WiFi+3G모델을 동시에 시장에 내놓은 것은 아이폰 사용자가 아이패드2 구입시 최대한 가격 및 통신요금 부담을 덜 느끼게 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애플의 철학인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가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 아이패드2 가격동결에 경쟁사들 골치 ■
 
애플이 아이패드2 가격을 동결하자 경쟁사들은 지금 전전긍긍하고 있다. 태블릿PC 시장을 선도하는 애플이 1위 업체로서의 가격 우위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격 파괴 경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쟁사들은 애플을 따라 가격을 낮추고, 제품을 다시 디자인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급급하다. 아이패드2가 출시되고 1주일 뒤 삼성은 '울며 겨자 먹기'로 기존 갤럭시탭 7인치 모델 판매가격을 10만원 내릴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개발팀에는 특명이 떨어졌다. "무조건 아이패드2보다 더 얇은 제품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개발팀은 부랴부랴 신제품인 '갤럭시탭 10.1'의 두께를 아이패드2보다 0.2mm 줄인 모델을 새로 내놓았다. 최저가격도 499달러로 똑같이 맞췄다.

그동안 경쟁사들은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이나 다름없는 아이패드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태블릿 PC 신제품의 기능과 성능 향상에만 촛점을 맞춰 왔다. 그결과 제조원가의 상승을 불러왔고, 애플이 아이패드2의 가격을 동결하자  제조사 스스로를 옥죄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은 "그야말로 살인적인 가격"이라며 "이 가격보다 비싼 제품을 내는 업체는 다 죽으라는 소리"라면서 "애플이 가격을 확 끌어내린 것은 태동 단계에 있는 태블릿 시장을 독점하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 아이패드2 가격동결 경쟁력의 원천 ■

애플이 16GB 모델 가격을 499달러에 책정하면서 경쟁사들이 절치부심하는 이유는 이 가격대에 비슷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애플이나 삼성처럼 단일 제품을 수백만대 생산하거나 주요 부품을 자체 조달하는 곳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애플은 경쟁사와 비교하여 몇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적으로 핵심 부품인 AP(Application Processor)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A4와 A5는 애플이 디자인하여 전문 파운드리를 통해 공급받고 있다.또 아이팟터치와 아이폰라인에 동일한 AP를 사용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반해 경쟁사들은 엔비디아나 퀄컴 등 칩 제조사로부터 구매한 AP를 사용해야 한다. 자료를 보면 애플이 자체 생산하는 AP 가격은 14달러로 나와있는데,실제로 엔비디아 '테그라2',퀄컴 '스냅드래곤'을 사려면 50~60달러 정도는 줘야 한다.

AP 외에도 플래시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는 태블릿 PC의 중요 부품인데 애플은 전 세계 플래시 메모리의 20~25%를 사용한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플래시 메모리 대량구매를 통한 가격 낮추기가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애플은 60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현금보유를 주요 부품 수급에 활용하고 있다. 경쟁사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현금력으로 부품 확보에서 앞서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소품종 대량 생산체제로 제조 원가를 극한까지 낮추고 있다. 반면 아이패드2의 주요 경쟁 제품을 생산할 모토로라나 삼성전자, LG전자, HP, RIM 등은 아직 본격적인 양산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 그만큼 제조원가가 더 먹힐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은 더 어려운 처지다. 중소기업들은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가 추정한 아이패드2 제조 원가인 326.6~333.25달러에 태블릿 PC를 만드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다


■ 애플은 삼성의 따라쟁이(Copycats)? ■

아이패드2를 통해 보여준 애플의 가격전략은 그런데 삼성전자의 시장전략과 너무나 많이 닮아 있다. 현금능력을 토대로 한 과감한 투자 → 대량 양산체제 조기 구축 → 부품자체 조달 및 대량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 마케팅 → 시장점유율 확대를 통한 이익 창출 →  현금력을 토대로 한 과감한 투자 식의 선순환구조를 통해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IT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런데 애플이 이러한 삼성전자의 전략과 동일한 방식으로 지금 태블릿 PC 및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부동의 1인자가 되고자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패드2 가격전략만 보고 있으면 애플은 삼성전자 따라쟁이(Copycat) 같다


■ 삼성, LG는 애플과 뭘로 싸울 것인가 ? ■

애플의 가격파괴전략은 삼성전자나 LG전자입장에선 곤혹스러운 것이다. 그동안 자사의 최대 강점이었던 '대량 생산체제를 통한 원가절감과  가격 경쟁력'무기가 애플과 경쟁에서는 더이상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운영체제(OS), 소프트웨어, 앱스토어 생태계 등에 있어서 애플을 앞서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냐에 따라 삼성전자나 LG전자의 향후 시장 성패는 좌우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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