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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책방골목 : 국내 유일의 헌책방거리

想像 2024. 3. 1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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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책방골목 : 국내 유일의 헌책방거리 


부산 중구 보수동에 위치한 보수동책방골목은 한국전쟁 당시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조성된 곳이다. 6·25전쟁으로 부산에 온 전국의 학교들은 주로 중구 구덕산과 보수동 일대 임시 피란학교를 세웠다. 이 때문에 당시 보수동 일대는 학생들의 등하교로 북적거리는 곳이었다.보수동 책방골목은 이런 분위기 속 보수사거리에서 대청사거리를 연결하는 길이 160m의 골목 안에 자리를 잡았다.

 

당시 부산에는 주인 없는 헌책들이 많았다. 일제가 패망하면서 도주하다시피 부산을 떠났던 일본인들의 거주지에는 집집이 버려진 책이 수북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뱃길로 황급히 귀국길에 오른 일본인이 귀중품과 생필품을 먼저 챙기다 보니, 헌책들이 궤짝째 굴러다녔다는 이야기도 남아있다. 여기에 6·25 전쟁 때 부산항으로 들어온 미군이나 유엔군 등이 읽다 버린 잡지 등도 한몫했다. 피란민들은 헌 잡지나 만화책, 고물상으로부터 수집한 책들을 모아 보수동 사거리에서 박스를 깔고 학생들에게 팔며 난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가장 먼저 책을 판 사람은 북한에서 피란을 온 손정린 부부로 알려졌다. 당시 보수동·남포동·광복동에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피란을 온 문화예술인과 지식인들이 많이 찾던 다방들도 몰려있어 책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보수동 옆 동광동에는 출판사나 인쇄소 거리 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전쟁이 끝나고 1970년대 부산에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전성기를 맞는다. 교육에 대한 열의가 높아지며 한때 이곳에는 70여 개의 서점이 들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당시 160m 골목 양쪽에 서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섰고, 신학기가 되면 새 교제를 구매하기 위해 책방 앞에 줄이 생기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1970년대 시중에서 자취를 감춘 김지하, 양성우, 신경림 시인 등의 금서나 비매품, 유인물들이 은밀히 거래되기도 했다. 978년에 결성된 양서협동조합이 책방골목 내 차린 '협동서점'은 부산 민주화운동의 수원지 역할을 했다. 여기서 흘러 나간 인문·사회 관련 정보들이 부마민주항쟁의 동력이 되기도 했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2000년대 들어서 급격히 쇠락했다. 원도심이 쇠퇴하고, 인터넷 서점의 등장과 영상문화 발달로 책의 수요가 줄었다. 지금은 20여개의 상점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책을 사려는 사람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여러 언론에서 소개돼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덕분인 듯 일부 관광객이 인증사진을 찍는 모습만 보였다.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뒤 90년대까지 고서, 소설, 참고서, 전공 서적, 만화 등 다양한 책을 구하려는 사람으로 넘쳐났던 곳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썰렁한 모습이다.

그래도 보수동책방골목은 입구 풍경부터 예스러움이 가득 묻어난다. 간판의 글씨체며 켜켜이 쌓여있는 책들이 지나온 세월을 보여준다. 자동화된 차가운 기계의 감촉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 디지털 시대에 한줄기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을 전해주는 듯하다.

 

 

 

 

20여개의 상점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보수동 책방골목. 보수동책방골목은 입구 풍경부터 예스러움이 가득 묻어난다. 중고등학교 시절 자주 찾았던 곳이었는데 점점 쇠퇴해 가는 보수동 책방골목의 모습에 안타까움이 넘쳐난다.

 

 

 

책만 가득할 것 같은 골목 중간쯤에 가파른 계단길이 보인다. 보수동책방골목과 벽화마을을 이어주는 계단이지만 그보다 지금은 ‘설정샷’ 장소로 더 유명한 곳이다.  계단 주변에는 '설정샷' 찍기 좋은 카페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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