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국악·가곡·민요

[한국가곡] 보리밭 (박화목 작시, 윤용하 작곡)

想像 2024. 3. 8. 16:59
반응형

보리밭 (박화목 작시, 윤용하 작곡) 


 

가곡 ‘보리밭’은. 윤용하가 작곡하고 시인 겸 아동문학가 박화목이 노랫말을 지었다. 이 노래는 서정성 짙은 노랫말에다 멜로디가 부드럽다. 소박한 시가 지닌 서정성과 선율이 지닌 종교성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보리밭’은 6·25전쟁 때 부산서 만들어졌다. 작사자 박화목은 종군기자로, 작곡가 윤용하는 해군 음악대원(종군작곡가)으로 활동했다. 1951년 부산으로 피난 간 두 사람은 친구사이였다. 둘은 어느 날 자갈치시장에서 술을 마시며 노래얘기를 나누게 됐다. 윤 작곡가가 국민의 마음을 달래줄 서정가곡 한 편을 만들자고 제안하자 박 시인이 받아들였다.

같은 이북출신으로 동질감을 느낀 두 사람은 후세에 남길 가곡 만들기에 뜻을 모은 것이다. 둘은 노래작업에 들어갔다. 박 시인이 가사를 썼고 윤 작곡가가 곡을 붙여 ‘보리밭’은 태어났다. 이 노래는 작사가가 노랫말을 지어 작곡가에게 멜로디를 붙여달라고 제안하는 일반가요와 달리 작곡가가 먼저 작사가에게 노래를 만들자고 한 게 특이하다. 
 
노랫말에도 에피소드가 있다. 6·25전쟁 때 고향 황해도 해주에서 부산으로 간 박 작가는 1952년 피란지에서 시를 썼다. 제목은 ‘옛 생각’. 그러나 윤용하가 사흘 만에 작곡한 오선지엔 ‘보리밭’으로 바꿔달았다.

어릴 때 봤던 고향의 보리밭을 떠올린 것이다. 박화목은 황해도 긴내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평양에서 자랐다. 노랫말 속의 보리밭은 그가 살았던 고향마을 보리밭이다. 그는 늘 어머니 손을 잡고 밖에 나갔다가 집 가까이로 오면 산등성이 길을 넘어 눈앞에 펼쳐지는 보리밭을 봤다.

그리고 보리밭 하늘 높이 지저귀는 종달새 소리도 들었다. 그는 잊혀가는 향토정서를 되찾고 한민족의 애수를 그리움으로 승화시켜보자는 뜻에서​ 그렇게 작시(作詩) 했다.

통절(通節)로 된 노랫말에 나오는 '뉘 부르는 소리'의 여운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악보 맨 위에 ‘뜻을 생각하며’라고 적혀있어 박 시인의 작시배경을 떠올려보면 노래 맛이 더욱 깊어진다. 가사 속의 보리밭은 그리움이다. 아스라이 잊혀져가는 일들이 그리워지는 애틋함을 노래했다.

가곡 ‘보리밭’은 처음엔 대중들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전쟁이 끝나고 1953년 서울서 열린 초연(初演) 때도 반응은 별로였다. 생존이 우선이었던 때라 잘 알려지지 않아서였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 인기를 모았다.

1974년 대중에게 본격 알려지고 고교 음악교과서에도 실렸다. 부르기가 어렵지 않고 노랫말과 가락이 서민적이어서 많이 불리기 시작했다. 독창은 물론 합창곡으로도 편곡, 애창됐다. 경희대 음대 교수 엄정행 테너, 국제적인 성악가 조수미 소프라노 등이 음반을 내어 노래를 알린 것도 한몫했다. ‘보리밭’ 가곡 태동지 부산 남포동 자갈치시장에 가면 노래비가 있다. 부산시 중구청이 2009년 5월 25일 세운 것이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 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이지 않고
저녁노을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엄정행

 

 

 

신영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