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음악/올드가요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 들국화 1집 《들국화》

想像 2022. 2. 2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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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커버에 있는 멤버 네 명의 사진. 그 가운데 둘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남은 둘은 더 이상 함께 음악을 하지 않는다. 멤버들의 모습은 그렇게 가장 빛나던 시절을 기억하게 해주는 증명사진처럼 남았다. 30년이라는 시간 동안 들국화 1집은 음악을 듣는 이들의 가슴 속에서, 그리고 그 모든 마음을 모아 역사 속에서 고고히 빛났다.

 

네 명의 젊은이는 자신들의 음악이 이렇게 오랜 시간 한국 대중음악사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할 거라고 생각 못했을 것이다. 발표한지 30년이 지나서도 계속해서 얘기되고 세대를 넘어 절대적인 앨범이 될 거라곤 짐작초자 못했을 것이다. 기존 가요 제작 시스템과는 다른 방식으로 노래를 만들고 연주하고 녹음했을 뿐이다.

 

역사적인 들국화의 첫 앨범에는 4명의 색깔이 조화롭게 담겨 있었다.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최성원과 허성욱이 주도한 편곡으로 일관된 색을 가질 수 있었다. 최성원의 포크 감성은 밴드 연주와 만나면서 더 힘을 얻었고, 여기에 전인권의 폭발적인 야성이 더해지며 더 뜨겁고 더 순수한 외침이 되었다. 조덕환은 최성원과는 다른 색깔로 긴장감을 유지하게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는 유래가 없는 노래였다. '매일 그대와'와 '축복합니다' 같은 소품 성격의 노래는 앨범의 팽팽한 긴장감을 이완시켜주었다.

 

허성욱의 피아노 연주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연주는 곡 전체를 이끌며 들국화 사운드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피아노 연주가 없는 들국화의 음악은 상상할 수 없다. 허성욱의 피아노가 중심이 된 연주는 기존 가요에선 들을 수 없는 사운드였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들국화만의 세계가 첫 앨범에서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역사는 너무 짧게 끝났다. 조덕환이 팀을 나가고 새로운 멤버와 함께 2집을 발표했지만 첫 앨범의 에너지와 긴장감은 찾기 어려웠다. 이주원(따로 또 같이)의 표현처럼 ‘본래의 빛남’은 이미 깨져있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들국화의 첫 앨범은 더 빛나는 상태로 계속해서 존재할 수 있게 됐다. 음반 커버에 있는 멤버 네 명의 사진은 전혀 빛 바래지 않았다.

 

추천곡: ‘그것만이 내 세상’

 

새로운 형식의 음악에 동시대의 젊은이들이 열광했다.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폭발하는 극적인 구성은 들국화의 음악 스타일을 상징한다. 전인권이 소리 높여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 외칠 때 젊은이들은 그 메시지에 공감했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울림은 유효하다. 전인권의 야성의 목소리와 들을 때마다 가슴 벅찬 키보드 연주는 이 노래를 청년들의 영원한 송가로 남게 했다.

 

 

1. 행진
2 그것만이 내세상
3. 세계로 가는 기차
4. 더 이상 내게
5. 축복합니다
6. 사랑일 뿐이야
7. 매일 그대와
8. 오후만 있던 일요일
9. 아침이 밝아 올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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