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드보르작·스메타나

스메타나 : 교향시《나의 조국》[Czech Philharmonic · Jiri Belohlavek]

想像 2020. 10. 4.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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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á Vlast, JB1:112
Bedrich Smetana, 1824-1884

[나의 조국](Má Vlast)은 여섯 곡으로 이루어진 연작 교향시로, 1873~1880년에 걸쳐 작곡되었다. 당시 그는 (1866년에 작곡한 오페라 [팔려간 신부]의 대성공 이래) 명실 공히 체코의 국민 작곡가 반열에 올라 있었지만, 이 무렵부터 청력이 급속히 쇠퇴하기 시작했고 어지럼증도 생겼다(결국 그는 1874년 10월경에 청각을 완전히 상실하고 훗날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떠나야 했는데, 이는 매독 때문이었다).

 

이런 암담한 상황 속에서, 그는 절망에 빠지기를 거부하고 오히려 시선을 밖으로 돌려 체코 민족 전체의 고난에 주목했다. 당시 이 지역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통치 하에 있었으며, 제국 정부가 특별히 압정을 행한 것은 아니었으나 제국을 구성하는 여러 민족 사이의 알력에서 비교적 소외된 위치에 있었던 체코는 독립에 대한 열망이 특히 강했다. 스메타나는 독일어를 쓰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열렬한 민족주의자가 되었으며, 민족주의적 소재에 기초한 음악을 다수 작곡했다. 그리고 [나의 조국]은 스메타나의 민족주의적 작품 활동을 총결산하는 작품이자 작곡가의 최고 걸작이다. 그는 이 방대한 연작 교향시에서 체코의 자연과 역사를 능란하고도 애정 어린 필치로 그려냈다. 전곡의 초연은 1882년 11월에 프라하에서 이루어졌으며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는데 각 곡의 초연은 그 이전에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다.

 

Smetana: Má Vlast

 

1. 비셰흐라트 Vyšehrad

 

프라하로 흐르는 몰다우 강변에 우뚝 선 체코의 옛 성 이름을 따 지은 곡이다. 두 대의 하프가 네 개의 음으로 된 특징적인 음형을 연주하면서 시작하는데, 이 음형은 비셰흐라트를 상징하며 이후 전곡에 걸쳐 여러 형태로 되풀이된다. 이 주제는 스메타나의 오페라 [리부셰]와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으며, 이 오페라가 국민들에게 빛나는 미래를 예언했던 체코의 왕녀 리부셰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는 점과 그녀의 거성(居城)이 바로 비셰흐라트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결국 비셰흐라트의 주제는 성 자체뿐만 아니라 체코 민족, 그리고 조국의 자유와 영광에 대한 작곡가의 염원 모두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작곡가 자신은 이 곡에 대해 ‘조국의 영광이 기억에서 사라지게 되면, 시인은 조국의 여름에 보이는 찬란한 광경, 전쟁, 마지막으로 조국의 몰락을 노래한다’고 말했다고 하며, 이 말은 곡의 광대하면서도 신비로운 시작과 영웅적인 클라이맥스, 차분한 결말로 이어지는 구성에 그대로 들어맞고 있다. 1874년 9~11월에 작곡되어 1875년 3월에 초연되었으며, 처음부터 반응이 좋아 자주 연주되었다.

 

 

2. 몰다우 Vltava

 

몰다우는 프라하 시내로 흘러드는 강 이름으로, 체코어로는 ‘블타바’로 부른다. 사실 ‘몰다우’는 독일어 지명이기 때문에 오스트리아 치하의 체코에서 이 곡을 작곡했던 스메타나에게는 불쾌한 이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 곡은 전체 여섯 곡 가운데서도 독일-오스트리아 교향시 전통의 영향을 가장 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몰다우는 남부 보헤미아의 작은 샘에서 발원해(곡 첫머리의 플루트 악구) 다른 냇물(클라리넷)과 합치면서 어엿한 강으로 불어나 도도하게 흘러간다(이를 묘사하는 현의 유려한 선율은 그 자체로 몰다우 전체를 상징한다). 이 강은 사냥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숲(사냥 나팔을 묘사한 호른 악구)과 혼례가 벌어지고 있는 시골 들판(폴카 리듬을 지닌 흥겨운 악구)을 지나 흘러가며, 밤이 되면 체코 전설에 나오는 물의 요정들이 강변에서 달빛을 받으며 춤을 춘다. 이 대목은 현과 하프를 중심으로 한 신비로운 악구로 묘사된다. 악상은 이윽고 성 요한의 급류에 도달해 격하게 휘몰아치고, ‘몰다우의 주제’가 다시 의기양양하게 연주된 다음 비셰흐라트의 주제가 장엄하게 울리는 가운데 힘차게 끝을 맺는다. 1874년 11~12년에 작곡되어 1880년 4월에 초연된 이 곡은, 처음에는 ‘비셰흐라트’만큼 반응이 좋지는 않았으나 곧 인기를 끌기 시작해 이제는 전곡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단독으로도 자주 연주되는 곡이 되었다.

 

 

3. 샤르카 Šárka

 

이제 이야기는 전설의 세계로 옮아간다. 연인에게서 버림받았기에 세상의 모든 남성에게 복수하기로 다짐하고 다른 여전사들과 함께 숲에 숨어든 샤르카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격렬한 첫머리에 이어 남자 전사들의 도착을 알리는 악구로 넘어간다. 나무에 묶인 샤르카를 발견한 남자들은 이것이 계략인 줄 모르고 그녀를 풀어준다. 샤르카와 다른 여인들에게서 감사를 받으며 대접을 받은 남자들은 술에 섞인 약 때문에 곧 곯아떨어지고, 샤르카가 나팔을 불자 여인들은 남자들을 무참하게 베어버리고 만다. 이 곡은 1877년 5월에 초연되었다.

 

 

4.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 Z český luhů a hájů

 

피비린내 나는 복수와 살육의 이야기는 보헤미아의 광활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의해 정화된다. 큰 스케일로 굽이치는 첫머리 악구는 드넓게 펼쳐진 체코의 숲과 평원을 바라볼 때의 인상을 표현하고 있으며, 이어 새의 노래와 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나무가 멀리서 울리는, 자연 자체를 상징하는 호른의 고적하고도 풍부한 음향과 뒤섞인다. 폴카 리듬의 민속적인 악구를 거친 다음 모든 주제가 한데 어우러져 밝고 명랑하게 마무리된다. 초연은 1876년 2월에 이루어졌다.

 

 

5. 타보르 Tábor

 

이 곡과 다음 곡은 음악적인 면에서나 주제 면에서나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타보르(‘야영지’라는 뜻을 지녔다)는 보헤미아 남부의 도시로, 후스 교파(루터의 종교개혁 이전에 가톨릭 교회를 변혁하고자 했던 얀 후스의 추종자들)가 본거지로 삼았던 곳이다. 이 곡의 주축을 이루는 악상은 후스 교파의 성가 ‘너희 주님의 전사들아’에서 따온 것으로, 이 굳세고 힘찬 선율은 여러 체코 작곡가의 작품에서 조국의 정체성의 상징으로, 그리고 정치적․사상적 압박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음악은 전쟁 전의 긴장감에서 시작해 전투와 승리, 흥망성쇠를 그려내는 가운데 후스 교파의 신앙심과 위엄도 함께 묘사하고 있다. 곡 말미에 성가 주제가 완전한 형태로 당당하게 제시되기는 하지만, 결말 자체는 불확실하게 열린 형태로 남는다.

 

 

6. 블라니크 Blaník

 

‘타보르’의 마지막 대목이 제기하는 모호한 의문은 ‘블라니크’의 힘찬 첫머리에서 해소된다. 후스 교파의 전사들은 결정적인 패배를 겪은 뒤 블라니크의 산중에 숨어들어, 보헤미아에 다시 영광을 가져오기 위해 부름을 받을 마지막 날까지 잠든 채 누워 있다. ‘타보르’에 등장했던 성가 주제가 여기서 다시 되풀이되면서 전사들의 질주를 묘사한 뒤 감동적인 간주 악구로 이어진다. 세월이 흘러 양치기가 피리를 불 때 산중에 누운 전사들의 탄식이 멀리서 메아리처럼 울리고, 이윽고 악상은 다시 힘을 얻어 비셰흐라트의 주제와 후스 교파의 성가 주제가 어우러지면서 힘차게 끝을 맺는다. 이 곡은 1880년 1월에 초연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 스메타나, 나의 조국 [Bedrich Smetana, Má Vlast] (클래식 명곡 명연주, 황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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