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슈만과 클라라

슈만 : 크라이슬레리아나, Op.16 [Vladimir Horowitz]

想像 2020. 9. 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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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isleriana, Op. 16
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

 

'크라이슬레리아나(Kreisleriana)'는 '크라이슬러(Kreisler)'를 주제로 한 음악이다. '크라이슬러'라고 하면 흔히 바이올린의 거장 "프리츠 크라이슬러"를 떠올리게 되지만 1930년대 음반까지 남긴 그를 슈만이 주제로 했을 리는 없다. 여기서의 크라이슬러는 "요하네스" 크라이슬러. 가공의 인물이다.

 

크라이슬러는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이자 작가인 E.T.A 호프만의 1814년 작품집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직업은 성가대지휘자. 충동적이고 광기어린 성격의 소유자로 그려진다다. 요하네스 크라이슬러는 슈만,호프만과 같은 세대 피아니스트인 루드비히 뵈너를 모델로 했다고 전해진다. 슈만이 직접 찾아가 연주를 들을 정도로 즉흥연주에 능했다고 한다.

 

고전주의의 시대, 시인들은 자연질서와 부합하는 이성과 창조의 정신인 'muse'의 인도를 받아 예술작품을 만들어냈다. 18세기 영시를 보면 그래서, 시인들이 본격적으로 시를 전개하기 전에 항상 'muse'에게 영감을 청하는 부분이 있다. 낭만주의의 시대가 열린 것은 시인들이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외부의 이성 대신 자신의 내면에 주목하면서부터이다. 예술가의 '내면'에서 영감이 차올라 마침내 넘쳐서 밖으로 흐르게 되면 그것이 예술작품이 되는 것. 불변의 자연질서를 반영한 형식도 필요하지 않게 됐다.

 

예술가의 시적 자아는 이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비상을 하게 된다. 초기의 낭만주의에서는 비상하였던 예술적 자아가 일상의 자아에게로 돌아오면서 작품이 끝나지만 후기로 갈수록 예술적 자아는 멀리까지 날아가고,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요하네스 크라이슬러의 '광기'는 바로 이런 낭만주의적 '엑스터시'에 자주 빠진다는 의미의 것이다.그래서 저자인 호프만은 요하네스 크라이슬러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했다. 슈만 역시 1831년 6월 자신의 일기에서 '누구든 호프만을 읽으면서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고 했다.

 

슈만의 곡 '크라이슬레리아나'는 그 일기가 쓰여진 뒤 7년이 지난 1838년 이른 봄에 단 4일만에 작곡되어 쇼팽에게 헌정됐다. 호프만의 원작 크라이슬레리아나와 슈만의 작품은 둘다 8개의 소단편으로 구성돼 있다.

 

The Legendary Berlin Concert

 

 

1. Ausserst bewegt

 

크라이슬러는 어디 출신인가? 아무도 모른다....요하네스는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위에서 표류하듯, 내적인 환상과 몽환에 의해 끊임없이 흔들렸다. 그는 예술가의 창조행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평화와 고요를 안겨줄 피난처를 찾았지만 헛된 일이었다.

 

2. Sehr innig und nicht zu rasch

 

이 단순한 곡 속의 모든 것은 얼마나 자연스럽게, 또 가식없이진행되는가 : 여기서 음악은 으뜸음과 5도음사이에서만 움직인다. 어지러운 조성 변화나, 억지로 꾸며낸 디테일은 없다. 노래는 환한 색채의 꽃밭을 지나는 은빛 여울처럼 흘러간다. 이렇게 음악이 특별히 잘 흘러갈때면 요하네스는 언제나 명랑한 기분으로 며칠을 지냈다.

 

3. Sehr aufgeregt

 

나는 발을 포르티시모 페달위에 올려놓고 귀가 먹도록 쿵쾅거린다! 오 사탄이여 사탄이여! 네 휘하의 어느 악귀가 목소리를 움켜쥐고 모든 음악소리를 가두고 뒤틀고 갈가리 찢는가?

 

4. Sehr langsam 

 

상당한 침묵이 흐른뒤에야 아리아의 리토르넬로 (17세기 오페라의 간주곡/ 독주파트를 끼고 반복되는 총주)가 시작되었다. 그 노래는 매우 부드러운 성격의 것이었고, 단순하지만 경건한 영혼을 천국으로 고양시키는 깊은 갈망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는, 천상의 빛처럼, 종과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오케스트라로부터 뻗어나온다. 나를 뚫고 솟아오르는 그 느낌을 누가 묘사할 수 있으랴. 나의 내면을 갉아먹는 고통이,내 모든 상처를 치료하는 천국의 향유와 같은 사색적인 멜랑콜리로 바뀐다! 모든것은 잊혀졌다. 그리고 나는 그저 황홀경에 빠져서 듣는다. 피안에서 다가오듯 나를 감싸고 위로해주는 저 소리를.

 

5. Sehr lebhaft

 

노래는 그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의 상상력은 지나치게 자극받았다. 그의 정신은, 누구라도 그를 쫓아갔다간 위험에 빠지고 말 세계로 침잠해 들어갔다. 반면 그는 종종 몇시간씩 피아노를 치는 일에 만족스럽게 빠져들곤 했다. 그는 고도의 대위법이 구사된 신비한 테마에 상상력과 독특한 패시지 워크를 구사했다.

 

6. Sehr langsam 

 

뒤따라 나오는 아리아는 레시타티보만큼이나 심플한 것이다. 그러나 또한 매우 부드럽고도 강렬하게, 약속된 모든 것이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보는 희망 속에서 지상의 고뇌를 뚫고 솟아오르는 정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7. Sehr rasch

 

당신은 그를 못알아보겠는가? 보라. 그는 길고 붉은 발톱으로 내 심장을 움켜쥐고 있다. 크라이슬러, 크라이슬러! 정신을 차려라! 저 무시무시한 유령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 있는가? 저것은 광기의 유령이다. 요하네스! 용감하게 맞서라. 사나운 유령이여. 왜 나를 휘감으려 하는 것이냐? 너에게서 도망칠 방법은 정녕 없는가?

 

8. Schnell und spielend

 

한 진정한 친구가 말했다. "크라이슬러, 자네 오늘 좀 이상해보이는군." "매우 흥분한 것 같은데, 하지만 평소의 유머가 있던 자네와는 전혀 달라." 크라이슬러가 대답했다. "아 친구여. 어두운 구름이 내 인생을 지나가고 있다네! 자네는 가엽고 순수하며 지상에서의 어떤 거처도 필요로 하지 않는 멜로디는 자유롭고도 누구에게도 해를 주지 않게 저 광대한 천상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지 않나?" "내 가운이 메피스토펠레의 망또인양 입고서 저 창문 밖으로 날아갈 수 있다면...!" 친구가 웃으며 물었다. "자네가 말한 그런 멜로디가 되어서?" 크라이슬러가 답했다. "뭐 자네가 원한다면 저음 선율이 되어서 날아가는 것도 좋겠지. 그러나 나는 어쨌든 이제 가야 하겠네." 그리고 그가 말한대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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