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이야기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다음'. 아쉽고 우려되는 이유

想像 2015. 9. 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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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다음카카오는 오는 23일 주주총회를 열어서 회사이름을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바꾸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양사 합병 후 1년 만이다.


다음카카오는 "포털 서비스 '다음'과 모바일 서비스 '카카오'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지만, 웹과 모바일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이름을 물리적으로 나란히 표기하는 '다음카카오' 라는 회사이름에는 기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모호한 측면도 존재해 왔다"면서 "모바일 기업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사명 변경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터넷 영역이 포털사이트 체제에서 모바일 체제로 급속히 변화하는 상황에서 '다음카카오'라는 어정쩡한 이름으로는 모바일 선도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없으니 이름을 바꾸게 됐다는 얘기다. 사람들 머릿속에 새겨진 카카오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모바일 변화를 주도하겠는 전략이다.




'카카오'로의 사명 변경, 예견된 일


'다음카카오'에서 '다음'을 떼어 내고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다음과 카카오는 지난해 5월 23일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10월 1일 합병 법인 '다음카카오'를 설립했다. 당시 두 회사의 합병은 상장사인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하는 형식이었으나 실제로는 카카오가 다음을 껴안는 일종의 우회상장이었다. 당시 합병비율은 다음과 카카오가 1대 1.5557이었다. 그래서 "새우가 고래를 먹은 꼴"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발표이후 다음의 많은 서비스들이 문을 닫았다. 지난해 6월 ‘다음뷰’, 8월 여행 서비스인 ‘다음여행’. 11월 ‘다음 쇼셜쇼핑 서비스’를 잇달아 중단했고, 올해 5월에도 ‘다음 키즈짱’, ‘다음 쇼핑 하우 더 소호’가 문을 닫았다. 뿐만 아니라 6월 30일자로 '마이피플','다음뮤직'서비스, '다음 영화 다운로드'서비스를 종료하고 7월 31일부터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도 중단한다. 이용률과 수익성이 떨어지는 이유에서였지만 대부분의 중단된 서비스들이 공고롭게도 다음의 서비스들이었다.


반면 합병 이후 내놓은 대부분 신규 서비스들은 카카오란 이름을 달았다.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 카카오페이지, 카카오샵검색, 카카오 채널, 카카오TV, 카카오택시 등 모바일 서비스 대부분에 카카오란 명칭을 붙여왔다. '카카오'란 명칭을 붙지 않은 서비스는 '플레인'과 '브렌치'정도이지만 이들 서비스도 모두 모바일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


9월 이후 하반기 전략도 모바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교통, 쇼핑, 금융,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바일과 연계한 신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고급 택시 호출 사업을 비롯해 쇼핑 분야에서 모바일 주문 결제 서비스 ‘카카오오더’, 모바일 쿠폰 발급 서비스 ‘카카오톡 타임쿠폰’을 속속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 분야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위해 이달 말 인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연내 카카오톡으로 고지서를 확인하고 카카오페이로 요금을 납부하는 모바일 공과금 결제 서비스도 시작한다. 모두 모바일에 중심이 실린 사업이다.


모바일중심이 시대적 흐름인 건 맞아


다음카카오가 카카오 사명을 변경으로 모바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찌 보면 시대적 흐름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음은 웹 시대, PC시대에 탄생한 서비스이고,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에 탄생한,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니까, PC웹 지향 서비스가 모바일지향 서비스로 넘어가는 시대의 흐름을 기업경영에 반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도 있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다음' 과 '카카오'를 합칠 때는 모바일 생활플랫폼 회사가 되겠다는 명확한 지향이 있었지만 1년 간 '다음카카오'이름을 사용해보니 그걸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면서 "모바일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회사이름을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에서는 선도기업으로서 앞으로 모바일 세상을 이끌어가겠다는 의미로 회사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는 얘기다.


'다음'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고 우려되는 이유


그럼에도 '다음카카오'에서 '다음'이라는 이름을 떼어내고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하는 것은 아쉽다. 또한 몇가지 우려들도 떠오른다.


1. 실험적 정신은 사라지고 돈되는 것 만하는 카카오가 되는 것 아닌지


이재웅 대표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실험'이라는 말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설명했다. 다음은 next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지만 많을다에 소리음 다음(多音)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소통되는 플랫폼을 꿈꾸는 그런 의미도 있다고 한다. 다음에서 '다음의 뜻'을 검색하면 "다채로운 소리를 담고 (多音) 미래를 지향하는 (NEXT) Daum의 기업철학을 담은 이름"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음이 도입했던 서비스들은 꼭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이용자들에게 편리하거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아고라'였다.


그렇지만 김범수 의장이 보여주고 있는 스타일은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건 한다'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합병이후 다음시절 만들어진 돈이 안 되는 '실험' 성격의 서비스들은 폐지하고 돈이 되는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당장 다음아고라의 폐지여부가 관심사다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보면 미디어다음이 보여줬던 여러 서비스들 예를 들면 '아고라' 같은 서비스들이 상업적인 서비스들이 득세하는 카카오 시대에 그래도 존속할 수 있을지하는 우려가 드는 것은 기우에 불과할까? 최근 티스토리 사용자들도 계속 되는 다음 서비스들의 중단에 "카카오 점령군이 돈 안된다고 판단하고 '티스토리'서비스마저 중단하는 것이 아닌지?" 티스토리의 앞날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다. 


다음 서비스 중 살아남은 것은 메일과 뉴스, 검색, 카페 정도인데 카카오와 겹치지 않았던 덕분에 생존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서비스들이 언제 사라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2. 다양한 사회적 비판들을 담아내었던 창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다음카카오는 그 동안 대한민국 정부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 다양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을 담아낸 창구였다. 이 때문에 다음커뮤니케이션는 이른바 '애국보수'를 자칭하는 세력들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했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나 지지자들에겐 눈엣가시 처럼 여겨졌던게 사실이다. 

다음카카오는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고,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그리고 2015년 메르스 사태가 진행중인 6월에도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영업이익을 많이내는 기업이 세무조사를 받을 수는 있지만 민감한 시기마다 특별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건 정권으로부터 미운털이 단단히 밖힌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다음이라는 이름이 사라진다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나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을 담아내는 창구역활을 했던 다음커뮤니이션의 시대정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수 없는 이유이다.


3. 모바일 일변도 사업으로 웹과 모바일의 조화가 사라는 것은 아닌지 


다음카카오는 합병이후 웹기반의 서비스는 중단하고 모바일 서비스 위주의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모바일에 초점을 맞춘 다음카카오의 이러한 전략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최근의 일련의 흐름은 지나치게 모바일에만 경도된 시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우려된다.


아무리 모바일 시대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웹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IT 기업이라고 한다면 "Any Where, Any Time, Any Device"정신에 따라 모바일과 웹의 조화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다음카카오에서 '다음' 이름마저 때고 나면 모바일만 남고 웹은 사라지는 것이 아닌지 그결과 반쪽자리 서비스들이 양산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대표적인 예가 '다음뮤직'서비스 종료이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6월 30일자로 다음뮤직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렇지만 카카오 뮤직은 그래도 운영하고 있다. 뮤직서비스 영역이 서로 중복된다고 한다면 서비스를 통합, 모바일과 웹 모두 서비스가 가능한 체제로 바꾸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 그런데 웹기반 서비스는 모두 날리고 모바일만 남기다 보니 카카오뮤직은 반쪽자리 서비스가 되고 말았다. 사용자들은 웹이나 모바일은 어떤 환경에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지 모바일에서만 이용할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음카카오 이후 내놓은 카카오샵검색, 카카오 채널, 카카오TV 역시 웹의 지원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모바일의 특성상 아직은 콘텐츠 생산 창구라기 보다는 콘텐츠 소비창구의 성격이 강하다. 여전히 콘텐츠 생산은 웹의 몫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웹부문의 경쟁력 강화 없이 이들 모바일 서비스는 제대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특히 웹부문의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가진 네이버와의 경쟁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카카오톡에서 검색을 하고 뉴스를 보고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약간' 편리할지 모르지만 이들 서비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콘텐츠의 질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소비자들은 이들 서비스를 외면할 것이다. 별도로 앱을 다운받아 설치해햐 하는 네이버가 모바일 검색시장에서도 여전히 우위에 있는 것은 네이버 블로그나 네이버 카페와 같은 콘텐츠 파워의 힘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다음'을 떼어 낸 '카카오'가 이 점은 잊지 말았으면 안된다.


솔직히 모바일이라고 다 돈이 되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합병이후 다음카카오는 '카카오'란 이름을 단 많은 서비스들을 내놓았지만 아직 '카카오택시'를 제외한 ‘카카오페이’, ‘뱅크월렛카카오’ ,'플레인' 등 나머지 모바일 서비스들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내리긴 어렵다. ‘카카오토픽’은 아예 문을 닫았다. 최근 내놓은 '카카오 샵(#)검색,'카카오채널',‘카카오TV', ‘브런치' 도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편익이지 "모바일이냐 웹이냐?"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나치게 모바일에만 경도된 다음카카오(이젠 카카오)의 행보는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의 실헐적 정신은 앞으로 계속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다음'이라는 회사이름이 사라지는 것과 관련,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실험은 실험으로 끝날 수도 있지요. 물론 실험이 성공해서 세상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많은 것을 실제로 바꾸었지만), 세상이 더 빨리 바뀌었다면 자신도 바뀔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지요. 즐거운 실험은 이제 일단락 지어지는 것 같습니다"면서 "물론 우리가 해왔던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 될거라고 믿습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리겠지만, 전설이 되어서 더욱 자랑스러운 일에 나도 참여했노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회사였다고 믿는다"면서 "다음은 이제 없어지지만 요다음엔 선배들을 거울삼아 새롭게 이 사회의 다양성을 좀 더 진작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조화롭게 모아내고, 세상을 좀 더 살만한 곳으로 바꾸면서도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많은 서비스와 회사가 후배, 동료들에 의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들과 이렇게 모여서 같이 즐겁게 세상을 바꾸어 나갈 수있다는 즐거움에 취해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갔던 20년. 영속하지 못해 아쉽지만, 그 DNA는 영속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회사 이름은 소멸되지만 그 문화, 그 DNA, 그리고 그 문화와 DNA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라는 말로 '다음'이 사라지는 데 대한 소회를 밝혔다.


모바일이 시대의 흐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속에서도 이재웅 대표의 말처럼 다음의 실험적 정신은 지켜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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