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bat mater
Gioacchino Rossini, 1792∼1868
▒ [스타바트 마테르]는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의 작품세계를 통틀어 걸작으로 손꼽히는 대작이다. 로시니는 이 작품을 1831년 말, 스페인 여행 중에 사적인 청탁을 받고 쓰기 시작했다. 의뢰인은 친구로부터 소개받은 스페인의 사제이자 국가 고문이었던 페르난데스 바렐라였다. 당시 로시니는 파리 오페라 계약 건으로 프랑스 새 정부와의 소송에 휘말려 있었던 터라 별로 작곡에 임할 기분이 아니었으나, 친구의 부탁을 무시할 수 없었고 조건이 워낙 좋았던 데다가 사적인 용도로만 연주할 것이라는 말에 청탁을 받아들였다.
당시 그는 먼저 여섯 개 악장(현재의 제1곡과 제5~9곡)을 작곡했는데, 1832년에 요통이 악화되는 바람에 나머지 부분의 작곡은 볼로냐 출신의 작곡가 조반니 타돌리니(Giovanni Tadolini)에게 맡기고 말았다. 그렇게 로시니와 타돌리니의 합작으로 완성된 [스타바트 마테르](총 12곡)는 1833년 3월 바렐라의 손에 넘겨졌고, 그 해 마드리드에서 초연되었다.
그런데 1837년 바렐라가 세상을 떠나자 작품의 악보는 그의 상속자에 의해서 파리의 출판업자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로시니는 작품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한편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자신이 써놓은 곡들 사이에 직접 작곡한 악장 세 개를 끼워 넣었고, 마지막의 ‘아멘’도 새로 써서 추가했던 것이다. 그래서 1841년, 총 10악장으로 구성된 로시니 단독의 [스타바트 마테르](총 10곡)가 탄생했다. 이 작품은 1842년 초 파리와 볼로냐에서 성공리에 초연되었고, 같은 해 유럽 각지의 29개 도시에서 잇따라 공연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스타바트 마테르’는 ‘슬픔의 성모’ 혹은 ‘성모 애가(哀歌)’로 번역되며, 중세부터 전해 내려오는 기독교의 시가(속송의 가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총 20절의 3행시로 이루어진 이 시가의 내용은 대략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바라보는 성모 마리아의 비통한 심정과 그 장면을 목도하는 신자들의 경외와 소망 등이다. 이 ‘스타바트 마테르’를 가사로 취한 음악작품으로는 페르골레지(Giovanni Battista Pergolesi)의 작품과 드보르자크의 작품이 특히 유명하며, 로시니의 작품 역시 걸작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의 연주를 위해서는 오케스트라와 혼성 합창, 그리고 두 명의 소프라노와 각 한 명씩의 테너 및 베이스 등 네 명의 독창자가 필요하다. 일단 비탄의 심정을 차분하게 노래하는 첫 곡의 단조 도입부는 작곡가가 어머니를 여읜 직후에 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가 얼마나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작곡에 임했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어지는 세 곡(나중에 추가한)은 독창자들의 노래로 진행되는데, 로시니 특유의 구김살 없는 표정과 매혹적인 선율이 돋보이며 여느 종교곡들과는 다른 밝고 화사한 색채가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한편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무반주(아카펠라) 합창이 등장하는 제5곡과 제9곡이며, 이 두 곡으로 둘러싸인 중간부 다섯 곡에서 처음에 제시된 진지한 악상은 더욱 심화·발전되어 간다. 마지막 곡은 강력하고 다이내믹한 2중 푸가로 장식된다. 전곡은 다음과 같이 열 개 악장으로 구성되며, 각각에 따른 가사를 반복적으로 노래하며 진행된다.
제1곡(Introduzione) : “Stabat mater dolorosa” [합창 & 독창자들]
안단티노 모데라토. 차분하게 출발하여 커다란 기복을 만들어내는 도입부로서, 관현악 전주에 이어 혼성합창이 제1절을 조용히 노래하고 4인의 독창자가 중창을 이루어 같은 가사를 반복한다.
* 가사 : “주 예수 높이 달리신 십자가 곁에 성모 서서 비통하게 우시네”
제2곡(Aria) : “Cujus animam gementem” [테너 독창]
알레그레토 마에스토소. 유명한 테너 아리아로, 장중한 전주에 이어 리드미컬한 반주가 부각된 후 테너가 제2절에서 4절까지를 밝으면서도 기품을 지닌 음성으로 서정적으로 노래한다.
* 가사 : “기쁨을 잃고 슬픈 성모 성심 수난 칼에 깊이 찔려 참혹하게 뚫렸네 / 간택되신 동정 성모 독생 성자 운명하니 애통하심 한없네 / 아들 수난 보는 비통 가슴 에이는 고통 중에 성모 홀로 계시네”
제3곡(Duetto) : “Quis est homo” [소프라노(Ⅰ/Ⅱ) 2중창]
라르고. 두 명의 소프라노를 위한 곡으로, 먼저 제1 소프라노가 제5절을 노래하고 이어서 제2 소프라노가 제6절을 노래한 뒤, 두 소프라노가 2중창을 이루어 두 절을 다시 노래한다.
* 가사 : “예수 모친의 이런 고통 받으심을 보고 누가 울지 아니하리요 / 성모 그 아들과 함께 고난 겪음 보고 누가 통곡 아니하리요”
제4곡(Aria) : “Pro peccatis suae gentis” [베이스 독창]
알레그레토 마에스토소. 베이스 독창곡으로, 재치 있는 표정을 지닌 전주에 이어 베이스가 등장하여 튀는 듯한 반주 리듬 위에서 제7절을 노래하는데, 같은 가사가 되풀이될 때에는 조성, 가락, 반주에 변화가 일어난다. 계속해서 제8절이 같은 형태로 노래되고, 마지막에는 묵직한 박력이 솟아오르며 마무리된다.
* 가사 : “아들 예수 우리 위해 모욕 채찍 감수함을 성모 친히 보시네 / 십자가상 아들 흘린 피에 젖은 붉은 땅을 성모 친히 보시네”
제5곡(Coro e Recitativo) : “Eja, mater, fons amoris” [무반주 합창 & 베이스]
안단테 모소. 무반주 합창과 베이스 독창이 어우러진 곡으로, 먼저 합창의 베이스 성부가 제9절을 무거운 어조로 노래한 다음, 베이스 독창이 제10절을 1행씩 노래하면 합창이 어우러지며 진행된다. 알레그레토 모데라토의 후반부에서는 템포와 리듬이 빈번히 바뀌면서 격렬한 표정의 기복이 만들어진다.
* 가사 : “사랑의 샘인 성모여 나에게도 슬픔 나눠 함께 울게 하소서 / 내 마음에 천주 예수 사랑하는 불을 놓아 타오르게 하소서”
제6곡(Quartetto) : “Sancta mater, istud agas” [독창자들]
알레그레토 모데라토. 4중창곡으로 제11~15절까지가 노래된다. 로시니적인 색채로 가득한 리드미컬한 반주 위에서 먼저 테너가 애상감 넘치는 노래를 부르고, 그 후 제1 소프라노와 테너의 2중창, 제2 소프라노와 베이스의 격렬한 2중창, 다시 리드미컬한 4중창, 그리고 한결 차분한 4중창이 차례로 이어지며, 반복부에서 음악은 차츰 고조되었다가 다시 조용해져서 마무리된다.
* 가사 : “아 성모여 못 박히신 주의 상처 내 마음에 깊이 새겨주소서 / 나를 위해 상처 입고 괴로움 겪은 주의 고통 내게 나눠주소서 / 사는 동안 내가 울고 주와 함께 십자 고통 참아 받게 하소서 / 십자가 곁에 성모 따라 내가 서서 통곡함이 내 원이로소이다 / 동정 중의 동정이여 나를 버리지 마시고 함께 울게 하소서”
제7곡(Cavatina) : “Fac, ut portem Christi mortem” [소프라노Ⅱ]
안단테 그라치오소. 제2 소프라노가 부르는 카바티나로 제16절과 제17절이 노래된다. 평온한 목가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주에 이어 소프라노가 다정한 선율을 감상적으로, 또 열정적으로 노래한다.
* 가사 : “예수의 죽음 수난을 마음 새겨 그 상처를 양모하게 하소서 / 예수의 거룩한 상처 나도 입어 그 성혈에 취하게 하옵소서”
제8곡(Aria e Coro) : “Inflammatus et accensus” [합창 & 소프라노Ⅰ]
안단테 마에스토소. 제1 소프라노의 아리아와 합창이 어우러지는 드라마틱한 곡으로, 강렬한 금관 합주를 앞세운 장엄한 전주에 이어 불안정한 리듬 위에서 소프라노가 제18절을 노래하면 합창이 같은 가사를 반복하고, 이어지는 제19절에서도 소프라노와 합창의 호응이 나타나며 음악은 더욱 극적으로 고조된다.
* 가사 : “정결한 성모 마리아 심판날 나를 지키어 영벌 면케 하소서 / 아 그리스도여 내 죽은 뒤 성모의 고통으로 인한 승리 기쁨 주소서"
제9곡(Quartetto) : “Quando corpus morietur” [무반주 합창 & 독창자들]
안단테. 무반주 합창과 독창자들이 한 데 어우러지는 곡으로 제20절을 가사로 하며 성부간 교대·응답의 효과가 두드러진다. 경건한 기도의 느낌과 잔잔하지만 깊숙한 애상감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을 인상을 남기는 심오한 곡이다.
* 가사 : “예수여 육신 죽어도 영혼이 천당 영복을 누리게 하옵소서”
제10곡(Finale) : “Amen. In sempiterna saecula” [합창 & 독창자들]
알레그로 – 안단티노 모데라토. 로시니 풍의 싱싱하고 활기찬 느낌이 생동하는 피날레로서, 웅장한 2중 푸가에 기대어 극적인 고조를 이끌어내며 마친다.
* 가사 : “아멘. 세세에 무궁토록 영광 드리세”
발췌 : [네이버 지식백과] 로시니, 스타바트 마테르 [Gioacchino Rossini, Stabat Mater] (클래식 명곡 명연주, 황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