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lin Sonata in A Major, M.8
Cesar Franck,1822 ~1890
▒ 1986년 9월 28일, 벨기에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외젠 이자이의 결혼식에서 연주된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여러가지 의미에서 새로운 출발점이었다. 이자이에게는 장밋빛 미래를 밝혀주는 우정의 선물이었고 프랑크는 이 작품을 통해서 비로소 작곡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었으며 19세기 이후 프랑스 음악계가 나아가야 할 실내아 정신을 제창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음악은 그가 죽기 몇달전에 선보인 현악 4중주를 제외한다면, 프랑크 생전에 유일한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바이올린 소나타의 성공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 주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에게 세자르 프랑크는 바이올린 소나타의 작곡가로 기억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과 같은 작품들도 있지만 무엇보다 프랑크 음악의 정점은 바로 이 A장조의 바이올린 소나타이다. 결국 이 작품은 낭만주의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하고 진정으로 '낭만적인' 바이올린 소나타로 인정받게 되었다.
느리게-빠르게-느리게-빠르게인 구조를 보면 마치 바로크 시대로 되돌아간 것 같다. 그러나 각 악장의 형식은 프랑크가 다른 걸작에서 활용했던 스타일들로 구성되어 있다. 바이올린의 제1모티프를 비롯해 작품에 나온 주제들은 각 악장이 나타날 때마다 계속해서 나타난다. 작곡가 언급한 대로 1악장의 '연예의 시작'을 의미한다. 은은하게 떨리는 마음의 표현처럼 피아노가 낮게 음을 이끌어내며 곧이어 바이올린이 천천히 몽환적인 주제 음을 연주한다. 선뮬적인 이 첫번째 동기는 지속적으로 순환 반복하는데 2악장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유지된다. 2악장에서 비등점을 향해 끊어 오르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교차는 상당히 인상적이며, 이 모든 것들은 뜨거운 감정의 폭발을 말해 준다. 3악장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낭만주의 모든 상상력이 폭발하는 악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의 속삭임이 다양한 변주를 통해 제시되며, 이 변주들을 탁월하게 다루어내는 프랑크의 능력은 무척이나 섬세하다. 4악장은 결혼에 도달하게 된 사랑스런 커플의 환상을 그리고 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대화를 나누는 카논양식이 돋보이는 악장으로서 클라이맥스에서 울려 퍼지는 팡파르적인 장대한 선율은 행복한 미래를 상징하는 듯하다.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한 번 멋들어지게 연주하리라 덤벼보는 곡이지만, 애석하게도 실력이 좀 있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지는 않는다. 도리어 여지껏 쌓아올린 점수를 깎아먹지 않으면 다행일 정도. 아마도 프랑크의 소나타가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악기가 가진 그 미려함의 한계가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특유의 몽환적이고 귀족적인 이미지가 자칫 지나치게 표현되었다가는 단박에 '퇴폐'로, 부족하게 표현되었다가는 곧 '싸구려'로 느껴진다. 여지없이 이 곡은 위대한 곡이지만, 연주자가 누구든 작품이 가진 그 자체의 위대함 때문에 언제나 감동을 주는 여타의 곡들과 달리, 좋은 연주자를 만나야만 빛을 발하는 특별한 '결점'을 가지고 있다. 이 곡을 잘 연주해 내려면 이 결점을 채워 줄 지능과 함계 예술에 대한 천부적인 감성이 있어야 한다. 위대한 연주자들이 가진 그 '무엇'이라고 표현되는 재능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