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ight of Bumble Bee
Nikolai Rimsky-Korsakov, 1844~1908
왕벌의 비행은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1900년에 작곡한 오페라 '술탄황제의 이야기(The Tale of Tsar Saltan - Suite op. 57 )' 중의 이야기, 제 2막 제 1장에서 연주되는 음악입니다.바다를 건너 날아온 호박벌 떼가 백조의 주위를 날아 다니는 모습을 묘사한 것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그 밖에 관악기의 독주곡으로 편곡되어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영화 《샤인》과 '왕벌의 비행'
평생 아버지의 그늘 속에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같은 어른'으로 산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의 삶을 그린 영화. 데이빗은 어릴적부터 아버지 피터에게 피아노와 삶을 배웁니다. 폴란드계 유태인인 아버지는 자신이 어릴적 샀던 바이올린을 부숴버렸던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자기가 못 이룬 꿈을 아들을 통해 보상 받고 싶어합니다.
데이빗의 타고난 재능 위에 아버지의 집착에 가까운 정성으로 14살에 전국 콩쿨에 입상하여 사람들의 주목을 받습니다.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 아이작 스톤의 눈에 띄어 미국 최고의 음악학교로의 유학을 권유받지만 아버지 피터 헬프갓은 아들에게 가족의 품을 떠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이를 가로 막습니다.
또 한번 기회인 영국 왕립음악원에서의 초청장, 이번만큼은 아버지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가족을 떠나 유학길에 오릅니다. 왕립음악원 유학 중 만난 리스트,라흐마니노프의 음악세계 그리고 외팔이 파크슨 교수의 열정적인 지도에 힘입어 데이빗은 미치지 않고서는 칠 수 없다는 악마의 곡, <라흐마니노프 3번 교향곡>을 완주해냅니다.
4분여에 달하는 연주 장면은 이 영화의 압권(가장 뛰어난 부분)으로 클라이막스인 3악장 연주장면을 피아노 소리가 아닌 건반 위 격정적인 손놀림과 심장박동소리,숨소리만으로 처리한 부분은 절로 탄성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음(音)이 없음으로 해서 더욱 크게 들리는 음, 그리고 내면(영혼)의 울림...청중은 모두 일어나 큰 박수를 보내고 거꾸로 연주자 자신은 바닥에 고꾸라집니다. 절정의 순간 삶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한 청년 데이빗의 영혼은 와르르 무너져 내립니다. 얼마 안 있어 그는 정신병 중 가장 고치기 어렵다는 분열증세를 보여 정신병원에 들어가고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갑니다.
그러던 어느날 '주님의 도움으로'(Helpgod), 주님의 모습으로 현신한 사람들의 사랑으로 헬프갓(Helpgott)은 빛을 보게 됩니다. 오갈 데 없이 10년 세월 넘게 정신병원에서 격리된 삶을 살았던 헬프갓은 교회성가대 반주자이자 자원봉사자 할머니인 베릴 여사를 만나 병원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또 비를 맞으며 뛰어가다 피아노가 보이는 까페로 들어갔을 때도 실비아라는 여종업원의 도움으로 헬프갓은 손님들을 상대로 유쾌하게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미친 사람 취급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 하고 까페에서 처음 연주한 곡이 바로 림스키코르샤코프의 `왕벌의 비행', 빠른 템포의 경쾌한 이 곡은 실제 데이빗이 즐겨 연주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고기가 물 만난 듯 피아노 앞에서 삶의 활력과 빛을 얻은 데이빗 헬프갓은 점성술가 길리언과 결혼, 어머니같은 헌신적인 사랑에 힘입어 다시 놀라운 빛을 발하는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해냅니다. 20여년만에 돌아온 영국 콘서트 홀에서 재기연주 후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까지, 영화 <샤인>은 물결처럼 흐르는 피아노 선율에 천재와 정신장애라는 극과 극을 달리는 삶을 실어 보는 이의 가슴에 파문을 불러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