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Rückert-Lieder, Op. 44
Gustav Mahler, 1860~1911
말러는 1901년 8월 10일에 완성한 '소년 북치기(Der Tamboursg' Sell)'을 끝으로 1888년부터 13년 간 그에게 네 곡의 교향곡과 24개의 가곡에 영감을 준 『소년의 마술 뿔피리』를 떠나 1904년까지 3년 간은 뤼케르트 시에 몰두하게 된다. 말러 교향곡 1번부터 4번까지를 '뿔피리 교향곡'이라고 하듯이 교향곡 5, 6, 7번을 '뤼케르트 심포니'라고 한다. 그 이유는 이 교향곡이 작곡된 시기의 가곡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말러는 세 개의 교향곡 외에도 10곡의 뤼케르트 가곡을 작곡하였는데 5곡의 『뤼케르트 시에 붙인 5개의 가곡』과 『죽은 아이들을 기리는 노래』의 5곡을 말한다.
가끔 『후기의 일곱 곡의 가곡』이라는 말을 볼 수가 있는데 이는 '죽은 곳', '소년 고수'이 2곡과 『뤼케르트 시에 붙인 5개의 가곡』을 말한다. 이는 1905년에 출판하면서 편의상 한 군으로 묶게 되면서 이름을 붙이게 된 것뿐이지 서로의 연관성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뤼케르트 시에 붙인 5개의 가곡』은 모두 오케스트라와 피아노 판이 있는데 '아름다움을 사랑한다면'이 오케스트라 판은 말러가 쓴 것이 아니고 Max Puttmann이 말러의 피아노 판을 편곡한 것이다. 이 가곡집이 초연은 1905년 1월 29일 빈에서 또 다른 뤼케르트 가곡인 『죽은 아이들을 기리는 노래』와 함께 바리톤 Weidemann과 함께 말러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로 이루어졌다.
5곡의 정확한 작곡 날자가 모두 있지 않지만 1, 2, 3, 4곡은 1901년 여름에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고 5곡은 1902년 여름에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곡의 내용이 서로 연관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죽은 아이들을 기리는 노래』처럼 일정한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임의대로 불리워진다.
Ich atmet' einen linden Duft '나는 보리수 향기를 맡았네'
정확한 작곡 날짜를 모르나 1901년으로 추정하고 있다. 36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애인에게 받은 보리수의 작은 가지에서 풍기는 향기에 설레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1곡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내용이 아닌 일상 중의 평이하고 한가로운 느낌의 것이라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다.
첫 부분의 하프와 클라리넷이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한가로운 오후에 가볍게 살랑이는 보리수 가지에서 나는 향기를 맡으며 애인을 생각하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Blicke mir nicht in die Lieder '내 노래를 엿보지 마세요!'
1901년 6월 1일 마이어니히에서 작곡되었다. 모두 67마디로 구성된 짧은 곡이다. 4개의 목관악기와 호른, 그리고 하프가 빠진 현악기로 오케스트레이션되었다. 가사의 내용은 지금 작곡 중인 노래를 남에게 보이는 것이 싫다는 것이다. 나탈리 바우어- 레히너에 따르면 말러 자신도 자신이 작품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다른 사람이 작품을 보는 것을 싫어했다고 전한다.
말러는 나탈리에게 "이 시는 꼭 자기 자신이 쓴 것같이 자기 심정을 잘 표현해 준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가사의 내용이 심각하지가 않고 오케스트라의 음색도 산뜻하여 『어린이의 요술 뿔피리』의 흔적이 느껴진다.
Liebst du um Sch nheit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그대'
1902년 8월 마이에르니히에서 작곡하였다. 34마디로 뤼케르트 가곡 중에서 마디 수로는 가장 짧으나 17번의 박자 변화가 있는 곡이다. 이 곡은 말러의 유일한 사랑 노래로 교향곡 제5번 '아다지에토'와 더불어 아내 알마를 위해 쓴 곡이다. 그대가 나를 단지 아름다움이나 젊음, 혹은 보석 때문에 사랑한다면 나를 사랑하지 말고 오직 사랑 때문에 나를 사랑한다면 사랑해 달라는 내용이다. 진부한 사랑 타령이지만 가사의 내용이 재미있다. 단지 아름다움 때문이라면 차라리 황금빛 머리가 있는 태양을 사랑하고 단지 젊음 때문이라면 해마다 젊은 모습인 봄을 사랑하고 단지 보석 때문이라면 진주를 많이 갖고 노는 인어를 사랑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오직 사랑 때문에 나를 사랑해야 나도 영원히 당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말한다.
물질적인 면, 외모적인 면에 이끌려서 사랑을 하지말고 사랑을 위한 순수한 사랑을 하라는 훈계적(?)인 면도 있는 노래이다. 이 곡은 이 가곡집에서 말러가 유일하게 오케스트라를 위한 편곡을 하지 않은 곡이다. Max Puttmann이 말러의 피아노 판을 편곡한 것이다.
Um Mitternacht '한밤중에'
1901년 6, 7월 마이에르니히에서 작곡하였다. 94마디로 이루어져 있다. 오케스트라는 현이 사용되지 않고 관악기도 다른 곡에 비해서 규모가 크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특이하게 피아노가 반주에 합류한다. 아마도 말러의 관현악곡에서 피아노가 등장하는 곡은 이 곡이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이 곡을 알마는 1920년 6울 13일에 아놀드 쇤베르크에게 헌정했다.
한밤중에 깊은 번뇌에 사로잡힌 주인공의 고통이 절실하게 표현되고 마지막에 이르러 자신의 무력함을 깨닫고 모든 것을 신에 의탁하여 비로소 얻게 되는 깨달음과 안도의 환희를 엄숙하게 노래하고 있다. 환희에 이르는 부분의 반주부가 앞의 부분과는 달리 장대하고 엄숙하게 진행된다. 노래의 주인공은 하늘의 별을 봐도, 허공을 바라 봐도 어떤 위안도 얻을 수 없고 오히려 마음속의 슬픔의 고동만 느끼며 인간의 무력함을 깨닫게 된다. 절망한 주인공이 삶과 죽음을 주관하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고 깨달음으로 해방된 영혼이 소리높이 신에게 찬미를 보내는 감동적인 클라이맥스를 갖는 노래이다.
가사의 내용은 간단하지만 상당히 종교적이다. 전반부의 절망감에 젖은 목소리가 후반부으 깨달음의 순간에 기쁨에 찬 외침이 이 곡의 백미이다.
Ich bin der Welt abhanden gekommen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
1901년 8월 16일 작곡되었다. 67마디로 구성되었다. 이 노래는 번잡한 세상에서 멀리 떠나 자신만이 정적 안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다. 꿈꾸듯 아름답고 신비로운 노래를 제5번 교향곡의 '아다지에토'나 『죽은 아이를 기리는 노래『의 제2곡 '이제야 알겠네, 왜 그리도 어둡게 타고 있었는가를' 과 관련이 보이는 노래이다. 세상을 멀리 떠나 마음의 평화 속에서 살고자 염원하는 말러의 심정이 깊게 스며드는 이 노래는 그 깊이와 품격으로 말러의 가곡 가운데 최고의 걸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곡의 첫 반주부를 들으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우리나라 가곡 같은 분위기다. 조용한 아침의 정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다. 잠시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는데는 아주 좋은 음악이다. 동양의 은둔사상에 말러가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일까? 세상에서는 잊혀져도 상관없고 다만 자연 속에서 혼자 안식을 찾고싶다는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발터가 빈 필과의 고별 공연에서 슈바르츠코프가 바로 이 노래를 불렀는데 발터도 이제는 세상에서 물러나 자신만의 안식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