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황창규가 이끄는 지식경제 국가 R & D 전략기획단이 발족 6개월만에 차세대 대형 먹거리 산업 창출을 위한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과제는 △차세대 전기차 기반 그린수송시스템 △4세대 이동통신용 LTE(Long Term Evolution) 어드밴스트 베이스밴드 모뎀 등 IT융복합 기기용 핵심 시스템반도체 △코리아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K-MEG)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 글로벌 천연물 소재 신약 등이다.
IT융복합기기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사업은 2015년 35억대 규모로 폭증할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IT융복합 기기에 반드시 필요한 4세대 LTE 어드밴스트 통신칩, 고성능 모바일 CPU(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보안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메모리반도체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2020년 세계 1위를 달성하는 것이다.
K-MEG(Korea Micro Energy Grid) 사업은 전력 효율화를 위한 기존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물론 전기ㆍ열ㆍ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종합기술과 통합시스템을 개발해 작게는 마을단위서부터 산업단지, 대도시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천연물 신약 개발사업은 동의보감 등 우리나라만 보유하고 있는 전통의약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식물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급 혁신 신약을 개발, 세계 한 해 1000조원 규모의 의약시장에서 2020년 10조원 매출을 창출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황창규식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과제를 보면서 황창규 단장은 "한국적 산업특성을 고려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5대 분야를 선정했다"고 한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 단기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좋은 분야를 찾는데는 성공한 듯하나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많은 것 같다.
1. 장기비전은 안 보인다
현재의 한국의 강점산업을 기반으로 당장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고른 것에 대해선 큰 이의가 없다. 그만큼 성공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20년후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이 무엇인지, 한국은 앞으로 어떠한 산업구조, 어떠한 경쟁우위 요소를 갖추여야만 하는지 등 중장기적 비전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애플 아이팟, 아이폰 열풍앞에 맥없이 무너진 한국 MP3플레이어, 휴대폰 산업을 되돌아 보면 왜 단기적인 성공전략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
2. 제조업에 치중하고 있다
미래 비전이 안보인다는 것은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이 여전히 '제조업'중심이라는 것이다. 제조업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앞으로의 한국이 제조업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한국의 산업구조는 제조업만으로 성장하기엔 덩치가 너무 커졌다. 제조업만으로 더 이상 고용창출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3. 하드웨어에 치중하고 있다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은 거의 대부분이 하드웨어이다. IT분야만 해도 그렇다. 4세대 LTE 어드밴스트 통신칩, 고성능 모바일 CPU(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보안플랫폼을 제외하고는 다 하드웨어이다. '애플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스마트 혁명의 중심에는 통신칩이나 모바일 CPU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에 있다는 것을 금방 잊어 버린 것 같다.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심의 흔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앞으로 소프프파워를 키우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4. 중국에 대한 경쟁우위는 ?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과제를 보면 대부분 가까운 장래에 중국과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야이다. 중국은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산업, 신에너지 산업, 차세대 IT산업, 바이오 산업, 첨단장비 산업, 신재료 산업,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7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과 거의 중복된다. 특히 △ 전기차 △ 시스템반도체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등. 지금까지 반도체·LCD 등에서 한발 앞선 과감한 투자로 한국이 선두주자가 되었지만 앞으로 자본투자만으로는 시장규모가 크고 돈이 넘쳐나는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 어차피 미래 전략산업은 한·중·일이 비슷비슷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차별화해 나갈 수 있는 경쟁우위요소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5. 삼성스런 냄새가 너무 난다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과제를 보고 있으면 삼성그룹의 4대 유망 분야 바이오·헬스, 에너지·환경, 신소재·소자, 미래 정보기술와 너무 유사하다는 점. 천연물 신약개발만 빼면 마치 삼성그룹의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을 보는 듯하다. 차랑용 배터리, LTE 어드밴스트 통신칩, 고성능 모바일 CPU(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마트그리드 기술, 차세대 박막 태양전지등 삼성그룹의 미래주력산업분야이다. 심지어 제조업중심, H/W에만 치중하는 삼성그룹의 색깔을 그대로 닮아 있다. 삼성이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황창규가 삼성전자출신이라 점에서 서로 닮은 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이 한국경제의 미래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왜일까?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이라면 확실히 의미있는 계획이다. 뜬구름 잡는 녹색산업, 삽질하는 4대강 사업보다는 훨씬 더 의미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10년이후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이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을지? 무엇보다 제조업과 H/W위주의 산업만으로 대한민국이 10년후에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