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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식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이 아쉬운 이유

想像 2010. 10. 30. 07:24

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황창규가 이끄는 지식경제 국가 R & D 전략기획단이 발족 6개월만에 차세대 대형 먹거리 산업 창출을 위한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과제를 선정해 발표했다.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과제는 △차세대 전기차 기반 그린수송시스템 △4세대 이동통신용 LTE(Long Term Evolution) 어드밴스트 베이스밴드 모뎀 등 IT융복합 기기용 핵심 시스템반도체 △코리아 마이크로 에너지 그리드(K-MEG)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 글로벌 천연물 소재 신약 등이다.

차세대 전기차 기반 그린수송시스템 개발사업은 순수 배터리로만 작동하는 전기차(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PHEV)를 비롯해 모터ㆍ배터리 등 핵심부품, 충전시스템 등 그린수송시스템을 위한 토털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다.

IT융복합기기용 시스템반도체 개발사업은 2015년 35억대 규모로 폭증할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IT융복합 기기에 반드시 필요한 4세대 LTE 어드밴스트 통신칩, 고성능 모바일 CPU(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보안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메모리반도체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2020년 세계 1위를 달성하는 것이다.

K-MEG(Korea Micro Energy Grid) 사업은 전력 효율화를 위한 기존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물론 전기ㆍ열ㆍ가스 등 다양한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는 종합기술과 통합시스템을 개발해 작게는 마을단위서부터 산업단지, 대도시 건물의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개발사업은 우리나라의 반도체ㆍ디스플레이 기반 기술을 활용해 2020년 27조원 규모로 커질 CIGS(구리ㆍ인듐ㆍ갈륨ㆍ셀레늄 화합물반도체), 다중접합 아몰포스실리콘, 염료감응 등 차세대 박막 태양전지를 개발, 약 11조원의 매출과 40%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천연물 신약 개발사업은 동의보감 등 우리나라만 보유하고 있는 전통의약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식물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급 혁신 신약을 개발, 세계 한 해 1000조원 규모의 의약시장에서 2020년 10조원 매출을 창출하는 걸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황창규식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과제를 보면서 황창규 단장은 "한국적 산업특성을 고려해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5대 분야를 선정했다"고 한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 단기적으로 성과를 창출하기 좋은 분야를 찾는데는 성공한 듯하나 한편으로는 아쉬운 점도 많은 것 같다.


1. 장기비전은 안 보인다


현재의 한국의 강점산업을 기반으로 당장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고른 것에 대해선 큰 이의가 없다. 그만큼 성공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10년, 20년후 한국을 먹여 살릴 산업이 무엇인지, 한국은 앞으로 어떠한 산업구조, 어떠한 경쟁우위 요소를 갖추여야만 하는지 등 중장기적 비전을 보여주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애플 아이팟, 아이폰 열풍앞에 맥없이 무너진 한국 MP3플레이어, 휴대폰 산업을 되돌아 보면 왜 단기적인 성공전략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나?

2. 제조업에 치중하고 있다


미래 비전이 안보인다는 것은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이 여전히 '제조업'중심이라는 것이다. 제조업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앞으로의 한국이 제조업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한국의 산업구조는 제조업만으로 성장하기엔 덩치가 너무 커졌다. 제조업만으로 더 이상 고용창출을 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듯하다.


3. 하드웨어에 치중하고 있다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은 거의 대부분이 하드웨어이다. IT분야만 해도 그렇다. 4세대 LTE 어드밴스트 통신칩, 고성능 모바일 CPU(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보안플랫폼을 제외하고는 다 하드웨어이다. '애플 신화'에서 알 수 있듯이 스마트 혁명의 중심에는 통신칩이나 모바일 CPU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나 콘텐츠에 있다는 것을 금방 잊어 버린 것 같다.  대한민국의 소프트파워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심의 흔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앞으로 소프프파워를 키우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둡다


4. 중국에 대한 경쟁우위는 ?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과제를 보면 대부분 가까운 장래에 중국과 경쟁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분야이다. 중국은  에너지 절감 및 환경보호 산업, 신에너지 산업, 차세대 IT산업, 바이오 산업, 첨단장비 산업, 신재료 산업,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을 ‘7대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과 거의 중복된다.  특히 △ 전기차 △ 시스템반도체 △고효율 대면적 박막태양전지 등. 지금까지 반도체·LCD 등에서 한발 앞선 과감한 투자로 한국이 선두주자가 되었지만 앞으로 자본투자만으로는 시장규모가 크고 돈이 넘쳐나는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 어차피 미래 전략산업은 한·중·일이 비슷비슷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과 차별화해 나갈 수 있는 경쟁우위요소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5. 삼성스런 냄새가 너무 난다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 과제를 보고 있으면 삼성그룹의 4대 유망 분야 바이오·헬스, 에너지·환경, 신소재·소자, 미래 정보기술와 너무 유사하다는 점. 천연물 신약개발만 빼면 마치 삼성그룹의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을 보는 듯하다.  차랑용 배터리,  LTE 어드밴스트 통신칩, 고성능 모바일 CPU(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스마트그리드 기술, 차세대 박막 태양전지등 삼성그룹의 미래주력산업분야이다. 심지어 제조업중심, H/W에만 치중하는 삼성그룹의 색깔을 그대로 닮아 있다. 삼성이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황창규가 삼성전자출신이라 점에서 서로 닮은 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이 한국경제의 미래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왜일까?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이라면 확실히 의미있는 계획이다. 뜬구름 잡는 녹색산업, 삽질하는 4대강 사업보다는 훨씬 더 의미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10년이후 `5대 미래산업 선도기술'이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을지? 무엇보다 제조업과 H/W위주의 산업만으로 대한민국이 10년후에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