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주제로 한 노래는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계절에 어떤 노래를 가장 먼저 떠올릴까? 2016년 한국갤럽이 전국 19세 이상 남녀 1천4명에게 설문조사 한 결과에 따르면 '해변으로 가요'(9.8%)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해변으로 가요'는 그룹 키보이스의 1970년대 히트곡으로 1997년 DJ DOC이 리메이크했다. 특히 50대 이상에서 여름 노래 1순위로 꼽혔고 30대와 40대에서도 상위권에 들었다.
2위는 1997년 그룹 쿨의 3.5집 앨번 수록곡 '해변의 여인'(6.7%)이다. 연령별로 30·40대가 해변의 여인을 가장 많이 뽑았다. 3위는 조용필의 1985년 발표곡 '여행을 떠나요'(5.7%), 4위는 그룹 DJ DOC의 1995년 3.5집 타이틀곡 '여름 이야기'(2.2%), 5위는 2009년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 발표곡 '냉면'(1.9%)으로 집계됐다. 그밖에 '여름아 부탁해'(인디고, 1.8%), '바다의 왕자'(박명수, 1.7%), '고래사냥'(송창식, 1.5%) 등도 여름에 떠올리는 노래로 꼽혔다.
'고래사냥'은 송창식이 1975년에 발표한 2집 앨범에 수록된 여름 노래로 작사는 저명한 소설가 최인호가 해주었다.
술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 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 앉았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
기차를 타고
간밤에 꾸었던 꿈의 세계는
아침에 일어나면 잊혀지지만
그래도 생각나는 내 꿈 하나는
조그만 예쁜 고래 한마리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우리들 사랑이 깨진다해도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다 해도
우리들 가슴속에는
뚜렷이 있다
한마리 예쁜 고래 하나가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소리치는
고래 잡으러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소리치는
고래 잡으러
▒ 송창식의 고래사냥
‘하얀 손수건’ ‘축제의 노래’ ‘웨딩 케익’ ‘더욱더 사랑해’ 같은 번안곡 위주로 활동했던 트윈폴리오는 각각 솔로로 전향한 뒤 각자 ‘싱어송 라이터 시대’를 열며 70년대 포크송시대를 주도한다. 포크송 붐의 선두주자로 ‘낭만파 시인’이라고 불려지던 송창식씨는 한번쯤, 고래사냥, 왜 불러, 피리부는 사나이, 내나라 내 겨레 등을 발표하며 그는 75년 ‘가수왕’으로 등극했을 만큼 10대들의 인기를 넘어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
특히 송창식의 '고래사냥'은 영화 《바보들의 행진(1975)》 의 주제곡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은 감각적이고 음률적인 문장으로 대학생들을 비롯한 청춘 군상의 내-외면적 풍속을 그려 청년 독서층의 지지를 받았던 최인호 소설을 미국서 영화 공부를 하고 돌아온 하길종 감독이 연출한 그의 세번째 작품이다.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하여 '일간스포츠'에 연재된 최인호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이 영화는 기존의 제작 체계와의 갈등 속에서 결국 상업 영화의 틀 안에서 비판적인 작가 의지를 불태운 하길종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으로서, 당시 영화 검열 기관으로부터 내용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30분 이상 잘려나갔고 영화 속의 대학교의 휴교 장면이나 직설적인 대사는 모조리 수정해야 했다.
영화의 주제곡이었던 송창식의 '고래사냥'과 '왜 불러'도 금지곡이 되었다. 송창식의 고래사냥이 금지곡이 된 것도 웃긴다. 고래사냥이 포경수술을 의미한다는 이유였다.
지금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검열과 통제가 일상화되었던 70년대 박정희 독재시대에는 가요정화운동이라는 명목으로 많은 가요들이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송창식의 '고래사냥'은 동명의 영화 《고래사냥 (1984)》에서 삽입되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병태의 친구 영철이 '동해바다로 고래잡으러 가자'는 말을 습관적으로 한다. 여기서 고래라는 것은 어두운 군사독재정권 시대 아래서 젊은이들이 잊고 사는 꿈이나 이상 뭐 그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84년 개봉한 《고래사냥》은 한국 최초로 서울 40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이자 그해 한국영화 흥행 1위에 오른 작품이다. 소설가 최인호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만들어진 이 작품은 당시 최고 인기가수였던 김수철을 주인공 병태역으로 발탁하여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여기에다 여주인공으로 80년대 중반 제3세대 한국영화 트로이카라고 불린 이미숙이 춘자역을 맡았다. 그리고 80년대 한국 최고의 영화배우 안성기씨가 파격적인 캐릭터 거지 민우역으로 영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고래사냥》은 완벽한 로드무비 형식이다. 철학과 학생 병태는 우연히 유치장에서 거지 민우를 만나게 된다.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퇴짜를 맞은 병태는 무기력함에 빠져있다. 거지 민우는 병태의 황당한 이야기도 침착하게 들어주면서 둘은 친하게 된다. 여기에 사창가의 벙어리 춘자가 끼어든다. 춘자는 원래부터 벙어리가 아니라 충격적인 일 때문에 말을 잃어버린 여자다. 병태와 민우는 춘자를 고향 우도에 대려다주기 위해 무일푼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여행을 통해 세 사람 모두 성장하게 되는 로드무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