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사의 밤 (이은상 작시, 홍난파 작곡)
이은상 작시(作詩), 홍난파 작곡의 ‘성불사의 밤’은 1932년 북한에 있는 절 성불사(成佛寺, 북한국보 31호)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곡이다. 유절가곡(有節歌曲, 절마다 같은 멜로디가 되풀이되는 노래)으로 들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한밤 중 산사(山寺)에서 느끼는 나그네의 고독하고 애절한 마음이 읽혀진다. 반주의 음형은 펼친 화음형태며 주요 3화음으로 이뤄졌다. 선율의 오르내림이 적고 조용한 흐름이 이어지다 끄트머리 대목에서 높아진다.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내적으로 쌓인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 노래는 1933년 작곡가 홍난파 가곡작품들을 묶은 ‘조선가요 작품집’을 통해 첫 발표됐다. 시조시가 노랫말로 쓰여 이채롭다. 작시자(作詩者), 작곡자가 절에서 느낄 수 있는 적막감을 혼연일체가 된 듯 잘 담아낸 곡이다. ‘우리나라 가곡의 최고봉’으로 꼽힌다. 홍난파가 미국유학 때인 1932년 경남 마산출신 노산 이은상의 시조가 마음에 들어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이은상이 성불사를 찾은 건 29살 때인 1931년 8월 19일. 이화여전(현재 이화여대) 교수시절 벗들과 정방산(正方山, 481m, 일명 천성산)에 오른 그는 성불사를 돌아보고 그날 밤 청풍루 마루에서 잠을 잤다. 그는 법당 처마 끝에서 들려오는 댕그랑거리는 풍경소리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의 고적한 감동을 담은 시조가 노랫말이 된 것이다.
성불사는 황해북도 사리원시 봉산군 정방산성 안에 있는 절이다. 사리원시 북쪽으로 8km쯤 떨어진 울창한 숲 속에 있다. 우리나라 31본산에 속했던 큰 절이다. 정방산 기슭에 자리 잡은 이곳엔 극락전(極樂殿), 응진전(應眞殿), 청풍루, 명부전, 운하당, 산신각과 4각5층 석탑이 있다. 중심건물인 극락전은 6․25전쟁 때 부서진 것을 되살렸다. 응진전은 고려 충숙왕 때 지어졌다. 성불사와 고려시대양식으로 추정되는 4각5층 석탑은 북한의 국보다. 응진전, 극락전은 성불사의 대표건물로 △경북 영주 부석사 △황해북도 연탄 심원사 보광전 △평안북도 박천 심원사 보광전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역사가 가장 깊은 목조건물이다. 고려시대 건물특징인 배흘림기둥에 앞면이 긴 것임에도 균형이 잘 맞고 아름다우면서도 웅장하다.
성불사 깊은 밤에
그윽한 풍경소리
주승은 잠이 들고
객이 홀로 듣는구나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혼자 울게 하여라
댕그렁 울릴 제면
더 울릴까 맘 조리고
끊일 젠 또 들리나
소리나기 기다려져
새도록 풍경 소리 들리고
잠 못이뤄 하오라